게임을 좋아하는 청소년들이 많다. 그리고 그중에는 게임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도 있다. 그래서, 간혹 부모님을 통해 나에게 이런저런 일을 물어오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게임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조금 해보고자 한다.
게임을 만드는 일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기획, 프로그래밍, 아트가 그것이다. 게임 회사에는 사업, 마케팅, 운영, 테스트 등 여러 가지 다른 업무들이 있지만,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게임 제작 업무는 대체로 기획, 프로그래밍, 아트의 영역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기획, 프로그래밍, 아트는 매우 다른 영역이다. 이중 어느 한 영역에서 일을 하다가 다른 영역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무척 드문 일이다. 따라서, 게임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면, 일찍부터 어느 영역으로 역량을 쌓을지 결정하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물론, 대학 진학 이후에 결정을 해도 늦지는 않다. 하지만, 일찍 결정할수록 좋을 것이고, 나중에 변경하더라도 일단 어느 한쪽으로 역량을 쌓아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대학 진학은 게임 관련한 쪽으로 진학하지 않아도 별로 상관없다. 애초에 게임 관련 학과가 많지도 않고, 다른 업계에 비해 이쪽은 학과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 편이다. 학과보다는 포트폴리오가 중요해서, 일찍부터 포트폴리오를 잘 쌓아두면 도움이 된다. 만약, 기획을 생각한다면 여러 게임에 대해 분석하고, 그것을 글로 작성해 두면 하나의 포트폴리오가 된다. 나아가서 스스로 게임을 하나 기획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유명한 게임에 대해 기획서를 작성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런 것을 역기획이라고 하는데, 기획 훈련을 하는 좋은 방법이다. 프로그래머의 경우에는 여러 프로그래밍 기술을 습득해서, 할 줄 아는 것이 많으면 일단 유리하고, 스스로 게임을 하나 정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포트폴리오가 된다. 아트를 생각하는 사람은 역시 아트 작업물을 많이 만들어 보는 것이 필요한다. 단순히 양만 늘리는 것보다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보는 것이 좋으며, 여러 게임의 스타일을 흉내 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게임 회사도 신입에게 대단한 것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스스로 기획, 프로그래밍, 아트 작업을 해 보고 그 결과물을 잘 정리해 놓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신입에게는 좋은 포트폴리오가 되고, 게임 회사에 입사하는데 크게 도움을 준다. 개인적으로 신입 면접도 여러 번 봤지만, 포트폴리오가 잘 정리된 신입은 많지 않았고, 그만큼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 신입들이 더 눈에 띄었다.
게임 회사에 들어가려면 게임에 대해 잘 알아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게임을 잘 몰라도 기획, 프로그래밍, 아트 작업을 잘하는 사람이 더 채용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너무 게임에 국한해서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역량을 어디에서든 사용할 수 있도록 잘 쌓아나가는 것이 좋다. 다른 직군에 비해 기획은 좀 더 게임에 대한 지식이 필요한 영역이기는 한데, 그것조차도 신입에게는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게임이 아니라 다른 콘텐츠나 서비스더라도, 기획을 잘 해내기만 하면 신입 중에서는 금방 눈에 띄게 될 것이다.
영어 공부는 잘해두는 것이 좋다. 영어를 잘하면 외국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데, 가능하다면 외국 회사에서 일해보는 경험을 가지라고 권하고 싶다. 외국 회사에서 일을 하면 외국 게임 회사의 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고, 북미, 유럽, 아시아 등 해외의 넓은 시장에 서비스 하는 경험을 가질 수 있다. 외국 회사가 아니라 한국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되더라도, 영어를 잘하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회사의 업무에 있어서도 그렇고, 해외의 유명한 개발자들과 교류하기도 좋다. 따라서, 다른 건 몰라도 영어 회화는 잘 익혀두기를 권장한다.
청소년들이 게임 회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한국 게임 업계가 막 기지개를 켜던 시기에는 로망을 갖고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실제로 일하는 과정이 무척 재미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게임 업계는 이미 충분히 산업화되어 버려서, 어떤 면에서는 똑같이 생긴 물건을 찍어내는 공장과 같은 느낌도 있다. 따라서, 본인이 만들고 싶은 게임이 있다거나, 본인이 꿈꾸는 모습의 직장이 있다면, 회사를 골라서 갈 수 있을 만큼 역량을 쌓을 생각을 해야 한다.
영화를 보는 것과 영화를 만드는 것이 완전히 다른 영역인 것처럼, 게임을 하는 것과 게임을 만드는 것도 전혀 다른 영역이다. 따라서, 게임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면 단순히 게임을 많이 하는 것에 머무르지 말고, 전문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 길이 절대로 쉽고 편하지는 않으며 마냥 재미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다른 직업들이 그런 것처럼, 게임 만드는 일도 잘 알아보고 그 길을 갈지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래도 한 가지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길고 험난한 과정을 통해 게임을 론칭하고 나면 그 보람은 무척 클 것이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