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 사람의 마음에 새겨진 동작 원리들

by 취한하늘

인간이 행동을 결정하는 원리들


역사적으로 학문을 통해 인간이 탐구하고자 했던 주제들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인류가 알아내고 싶었던 주제는 바로 인간 자신에 대한 것이 아닐까 싶다. 특히, 사람의 마음이 동작하는 원리에 대해서 많은 고찰과 연구가 진행되었다. 사람의 마음이란 게 모두가 가지고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본질에 대해 이해하기가 참 어렵다. 그래도 과학적인 연구 기법이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을 주어서, 이제는 마음이 움직이는 원리에 대해 몇 가지는 널리 알려지고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리고, 마케터나 콘텐츠 제작자들은 이미 그런 원리를 자신의 일에 적용하여 높은 성과로 연결시키고 있다.

그럼 과연 인간의 마음이 움직이는 원리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리 모두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이 마음이니, 우리의 마음과 비교하면서 하나씩 살펴보자.


비교하지 않고는 가치를 알 수가 없다.


사람은 어떤 가치를 절대적으로 알아차리지 못한다. 100% 못한다고 장담하기에는 나의 지식이 부족하지만, 거의 대부분 못한다고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고해상도 텔레비전이 나오기 전에, 사람들은 텔레비전 해상도에 대해 별로 불만이 없었다. 고해상도 텔레비전이 나온 이후에도, 고해상도 텔레비전을 보지 못한 사람들은 여전히 과거의 해상도에 만족하면서 텔레비전을 봤다. 하지만, 고해상도 텔레비전으로 몇 번 방송을 보고 나니, 집에 있는 텔레비전의 해상도는 영 만족스럽지가 않게 되었다. 그래서 결국 모두가 고해상도 텔레비전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이처럼 사람은 어떤 비교 대상이 있은 다음에야 무언가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다. 비교 대상은 비슷한 종류의 다른 물건일 수도 있고, 비슷한 경험일 수도 있고, 혹은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어떤 대상이나 사실, 경험이 될 수도 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원래 2,000원인 것보다 3,000원 짜리를 2,000원에 판다고 하면 더 잘 팔리는 것이고, 주력 상품 주변에 일부러 주력 상품보다 가성비가 떨어지는 것을 배치했을 때 주력 상품의 판매량이 올라가는 것이기도 하다.


손실 회피 성향이 강하다.


근래에 '가즈아'로 대변되는 다소 도박성 있는 투자 경향이 여러 사람을 매혹시켰지만, 사람은 기본적으로 모험보다는 안전을 택하고, 이익이 높은 것보다는 손실이 적은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한정판'이나, '오늘이 마지막' 같은 문구에 반사적으로 반응한다. 그 물건을 소유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 기회를 꼭 잡으세요'보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가 더 사람들의 마음을 자극하는 것이다.

다수의 민중이 소수의 특권층에 오랫동안 지배당하고, 착취당하면서도 크게 저항을 하지 않다가 어느 순간 격분하여 혁명을 일으키고는 하는데, 그런 혁명의 순간은 민중에게 어떤 자유와 권리가 주어졌다가 그것을 다시 뺏길 위기에 봉착했을 때 곧잘 나타난다. 미국의 독립전쟁이나 소련의 붕괴 과정에도 이런 민중의 심리가 반영되어 있다.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사주지 않을 때보다, 사준 장난감을 뺐을 때 부모에 대한 저항심은 더 강해진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부모가 반대하지 않았으면, 그들은 어느 정도 사귀다 성격차이로 헤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마케팅이 손실 회피 경향을 이용하는 것을 알면서도 곧잘 당하게 되는 것을 보면, 손실 회피 경향은 여러 가지 마음의 원리 중에서도 꽤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 같다.


자신에게 후하고, 타인에게 박하다.


이것은 어떤 과학적인 실험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내 20년의 직장 생활 동안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강하게 느꼈던 부분이다. 크게 두 가지 경우에 이런 성향을 많이 관찰하게 되는 데, 바로 프로젝트가 실패했을 때와 평가를 진행할 때이다.

프로젝트가 좋지 않게 끝나고 난 뒤에 프로젝트 참여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자신이 했던 일을 회고하는 경우는 별로 보지 못한다. 거의 대부분의 참여자가 다른 사람, 다른 팀이 한 일을 돌아보고 아쉬워한다. 심지어 팀워크가 꽤나 좋았던 팀에서도 이런 현상이 잘 일어난다. 이것이 우연히 내 경험 속에서만 일어난 상황인지는 알 수 없겠지만 말이다.

평가를 할 때도 이런 경향을 관찰할 수 있다. 요즘은 동료 평가를 많이 하기 때문에, 조직의 리더로서, 팀원이 자신에 대해 평가한 것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 대해 평가한 것도 보게 되는 경우들이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에게는 후한 점수를 주고, 다른 사람에게는 상대적으로 박한 점수를 준다. 1년 내내 지각을 한 번도 안 했으면, 자신은 규칙을 아주 잘 지키는 것이고, 타인은 당연히 지켜야 하는 것을 지킨 것이라고 생각하는 식이다.

사람이란 본래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있기 마련인데, 워낙 경쟁과 평가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것이 현대인이니, 자신을 방어하고자 하는 욕구가 더 강하게 표출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연결을 잃고 싶어 하지 않는다.


90년대에 '다양성'이 중요한 키워드였다고 하면, 최근에는 '인싸'가 중요한 키워드로 취급받았다. '인싸'라는 키워드는 '다양성'이라는 키워드 하고는 대척점에 있다고 보인다. 인싸 아이템, 인싸 콘텐츠, 인싸들이 모이는 장소 등, 인싸와 관련된 것들은 정해진 규칙과 질서에서 벗어나지 말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어쩌면 우리 사회가 젊은 세대에게, 과거와 같은 안정감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 수도 있다. 취직, 결혼, 내 집 마련 등 젊은 세대가 해결해야 하는 모든 문제들이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졌으니 말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에게 안정감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리고 혼자 있어도 두려울 것이 없는 호랑이 같은 존재가 아니고서는, 안정감이란 집단 속에 있을 때 확보할 수 있는 감정이다. 물론 현대 문명은 훌륭한 보호 장치가 되어서, 혼자 있는 사람도 그 안에서 안전하게 살 법 하지만, 사람 마음의 원리라는 것이 농사라는 것을 모르던 시절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고 하니 말이다.

요즘은 혼자서 밥 먹고, 혼자서 술 먹고, 혼자서 영화 보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시대이기는 하지만, 그런 사람들도 자신과 동류로 느껴지는 사람들을 텔레비전이나 현실에서 만나면 무척 반가워한다.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데 자신만 유별나게 구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을 상쇄시켜 주고, 나와 같은 사람들로 이루어진 보이지 않는 집단이 이 사회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정에는 '왜'가 없다.


'주어가 없다'는 얘기가 한동안 회자된 적이 있다. 그런데, 사람의 감정에는 '왜'가 없다. '왜'가 없다는 것은 무엇 때문에 그런 감정이 형성되었는지를 감정은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화가 나면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알고, 기쁠 때는 무엇 때문에 기쁜지 안다. 하지만, 그것은 감정이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서 일어난 감정과 그 직전의 사건을 연결시키는 이성의 결과물이다. 바로 그래서 다른 사람한테 화난 것을 애꿎은 사람한테 푸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감정과 사건을 연결시키는 이성의 노력이 언제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흔들거리는 다리 위에서 프러포즈를 하면 허락받을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한다. 흔들거리는 다리 때문에 떨리는 가슴을, 프러포즈한 사람 때문에 떨리는 것으로 착각할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유로 상대방의 마음이 벅찰 만큼 분위기가 무르익게 만든 다음에 프러포즈를 하는 것도 성공률을 높인다. 그러니 프러포즈에 들이는 돈을 아주 아까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제품 광고에 유명 연예인을 등장시키는 것도 이런 원리와 관련이 있다. 유명 연예인에 대한 호감과 제품에 대한 호감을 혼동하기 때문에 제품에 대한 구매욕이 상승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마케터들이야말로 인간에 대한 이해가 높은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생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일찍이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데카르트 선생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런데, 인생을 이리저리 살다 보니, '생각'보다 더 강력하게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 많이 있었다. 그러니, '생각'만으로는 존재를 정의하기에 부족한 것이 아닐까 싶다.

총 다섯 가지를 나열했는데, 모두가 학술적인 근거를 가진 것은 아니다. 일부는 내가 사람들을 만나고 책을 읽으면서 갖게 된 생각들이니, 사람에 따라서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겠다. 그래도 이렇게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원리를 나름대로 정리하고 나니,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는 하였다. 사람의 말과 행동을 눈에 보이는 대로만 판단하지 않고, 왜 그런 말과 행동이 나오는지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공부하면 할수록 참 재밌다. 그래서 '소우주'라고 하는가 보다.


비교하지 않고는 가치를 알 수 없다.

손실 회피 성향이 강하다.

자신에게 후하고, 타인에게 박하다.

연결을 잃고 싶어 하지 않는다.

감정에는 '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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