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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Nov 04. 2022

런던의 템즈 강과 삼총사들

혼자서 유럽을 배낭여행하던 시절에는 런던을 방문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아이와 유럽 여행을 할 때 런던을 방문하게 되었다. 아이가 런던의 빅벤을 무척 보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다음 해에 출장으로 또 한 번 방문하게 되어, 런던을 두 번 방문하게 되었다. 유럽에서는 파리와 함께, 두 번 이상 방문한 유이한 도시가 바로 런던이다.


< 템즈 강 주변의 풍경들. 런던은 정말 맑은 날이 드문 것 같았다. >


많은 도시들이 강을 끼고 형성되어 있다. 특히, 역사가 오랜 도시일수록 강을 곁에 두고 형성된 경우가 많다. 그래서, 도시의 유명세만큼이나 도시를 가로지르는 강들도 많이 알려져 있다. 런던에도 그런 강이 존재한다. 런던처럼 익숙한 이름을 가진, 어쩔 때는 동의어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템즈 강이다.


도시를 흐르는 강은 그 자체로도 멋을 보여주지만, 사실 나는 강보다 강변을 더 좋아한다. 강 자체보다, 강 주변에 쌓인 사람의 흔적을 더 좋아하는 것이다. 애초에 내가 도시를 좋아하는 이유도 사람의 흔적이 느껴지기 때문이니, 강보다 강 주변을 더 좋아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 같다.


< 경주에는 첨성대, 런던에는 빅벤. 응? >


템즈 강 주변에 쌓인 사람의 흔적 중 가장 먼저 관심을 보냈던 것은 바로 빅벤이었다. 아이와 함께 런던을 방문한 이유가 빅벤 때문이었으니, 빅벤에 먼저 관심을 두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런던을 방문한 첫날에 바로 빅벤을 보러 갔는데, 당시 아이는 빅벤을 보고 소리를 지르지도, 방방 뛰지도 않았다. 기쁘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원래 그렇게 감정 표현이 별로 없는 아이였다. 그래서, 기대에 부응했는지, 아니면 기대만큼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지금의 나로서는, 당시에 아이와 함께 빅벤을 보고 있던 것이 다소 판타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은근히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빅벤을 봤던 경우가 많이 있는 것 같다. 애니메이션 '카'에서도 빅벤이 나왔고, 내가 좋아하는 영국 드라마 '닥터 후'에도 외계인의 우주선이 빅벤에 부딪히는 장면이 나온다. 런던이 이야기의 배경으로 좋은 도시이기도 하고, 시계탑이라는 장치가 활용하기 좋은 면도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심지어, 빅벤은 아니지만 여러 영화나 애니메이션이 시계탑을 소재로 활용하는 덕분에, 사람들이 빅벤을 더 친숙하게 여기게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 밀레니엄의 상징. 런던의 눈. 야경이 멋지다. >


빅벤의 맞은편에는 런던아이가 있다. 빅벤이 산업화 시대의 상징이라면, 런던아이는 밀레니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은 20년밖에 되지 않았고 빅벤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세대를 몇 번 더 거듭하고 나면 런던아이가 런던의 첫 번째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많기 때문에 대기줄이 길다고 들었는데, 아이와 타러 갔을 때는 평일 아침이라 그런지 대기줄이 거의 없어서 바로 탈 수 있었다. 물론, 30분 뒤 다시 내려왔을 때는 대기줄이 길게 형성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렸을 때 살던 동네 근처에도 놀이공원이 있었고, 거기에 대관람차가 하나 있었다. 런던아이처럼 큰 건 아니지만, 어린아이였던 나에게는 꽤나 크게 보였던 것 같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소위 '전망'이라는 것에 큰 감흥이 없었기 때문에, 도대체 이렇게 느리게 움직이는 것을 왜 타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여행 간 도시의 전망대나 대관람차를 많이 이용하는 편이 되었다. 여전히 위에서 보는 전망에 대한 감흥이 남들보다는 부족한 것 같지만(개인적으로 아래에서 보는 풍경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올라가지 않으면 볼 수 없는 풍경이기 때문에 한 번씩은 올라가게 되는 것 같다.


< 야경을 볼 가치가 있는 타워 브리지. 배가 지나가는 풍경도 재밌었다. >


빅벤과 런던아이로부터 많이 떨어진 곳에 타워 브리지가 있다. 타워 브리지도 빅벤과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듯하다. 아이와 함께 런던을 방문했을 때 타워 브리지를 구경했는 데, 런던에서 야경 1순위로 꼽히는 지역이기 때문에 해가 질 무렵에 방문하여 해가 완전히 지고 야경을 볼 수 있을 때까지 타워 브리지 근처에서 배회했다. 결과적으로 두 시간 정도를 그 근처에서 서성였는데, 그래도 보람이 있을 만큼 타워 브리지의 야경은 멋이 있었다.


타워 브리지는 도개교다. 배가 지나갈 때 다리가 두 개로 나뉘어 위로 들어 올려진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시간을 맞추어 가면 타워 브리지가 열리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인터넷에 배가 지나는 시간을 알려주는 페이지가 있는데 너무 일찍 확인하지 말고 방문할 즈음에 확인하는 것이 좋다. 아주 일찍 예약하는 배들도 있지만, 지나갈 때가 임박하여 예약하는 배들도 있기 때문에, 나중에 확인할수록 더 많은 예약이 게시되어 있고, 그만큼 여행 일정에 맞추기 편하기 때문이다. 사실, 도개교가 열리는 장면이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보기 힘든 장면이긴 하기 때문에 일정이 빡빡하지 않다면 시간 맞춰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나도 그때 도개교가 열리는 것을 처음 봤고, 그 이후로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 런던을 대표하는 풍경 >


런던에는 가볼 만한 곳도 많고, 경험해볼 만한 것도 많다. 방문하는 사람에 따라 런던을 즐기는 방식도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런던의 풍경을 떠올려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템즈 강과 그 주변의 빅벤, 런던아이, 타워 브리지를 떠올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처럼 도시에 사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도시를 방문했던 사람들에게도 사랑받는 터줏대감이 있다는 것은 도시에게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도시를 추억하고 사랑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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