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에 유럽을 혼자 여행할 때, 니스를 여행지에 포함시켰다. 왜 포함시켰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데, 아마 지중해를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프라하, 베네치아, 밀라노를 거쳐 니스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때 니스에서 바라보았던 바다가 지금 브런치에서 사용하는 내 프로필 사진으로 남아 있다.
내가 니스에 들른 것이 5월 말이었는데, 마침 그 시기가 모나코 그랑프리가 열리는 시기였다. 당시 모나코를 들리지는 않았지만, 니스를 방문한다면 그 시기에 방문하면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모나코 그랑프리를 보기 위해 니스에 숙박하는 사람도 꽤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역에서 모나코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모나코 그랑프리가 열리는 시기와 비슷하게 칸에서는 칸 영화제도 열리니, 5월 말에 칸-니스-모나코를 여행코스로 잡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니스 하면 역시 바다다. 제주도도 열 번쯤 가봤고, 보라카이 해변이나 하와이 해변도 본 적 있지만, 내 마음에 깊은 흔적을 남긴 것은 그때 한 번 본 니스 앞의 지중해 바다였다. 어쩌면 유럽의 역사를 좋아하는 내게, 지중해에 대한 환상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니스의 해변은 모래가 아니라 동글동글한 돌멩이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돌멩이들의 모습도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마음에 든 해변에서 고즈넉하게 책이나 읽어볼까 하였는데, 바닷바람이 불어서 책 읽는 것을 금방 포기했던 기억이 난다.
니스에는 샤갈 미술관이 있다. 샤갈의 스타일은 워낙 독특해서, 한번 샤갈의 그림을 본 사람은 이후에도 샤갈의 그림과 다른 사람의 그림을 헷갈려하지는 않을 것 같다. 샤갈의 그림은 난해한 상징으로 많이 채워져 있어서, 그림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따뜻한 느낌을 받을 수가 있는데, 아마 샤갈 본인이 행복한 삶을 살았던 것에 기인하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참고로 샤갈이 생을 마감한 것이 1985년이라고 하니, 생각보다 그렇게 옛날 사람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니스에 있는 동안, 거리에 시장이 열렸다. 한국에 있으면서는 시장에 잘 다니지 않는 편이지만, 여행 다닐 때는 은근히 시장 구경을 좋아하는 편이다. 시장에 나온 사소한 물건들과 일상적인 풍경들이 나에게는 모두 새로운 것들이기 때문이다. 시장에는 대체로 농산물이 주류를 이루었고, 어류와 생활 소품들이 일부 섞여 있었다. 진열된 물건들을 보면서, 프랑스 남부에서 수확되는 식재료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개중에는 처음 보는 낯선 것들도 있었고,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과 동일한 모양을 가지고 있는 것들도 있었다. 그중에서, 한 번 맛을 볼까 하여 호두와 말린 과일을 조금 사서 해변에서 먹어 보았는데, 두어 개쯤 집어 먹고 더는 먹지 않았다. 호두는 한국 호두처럼 고소한 맛이 나지 않았던 것 같고, 말린 과일은 설탕에 얼마나 절였는지 너무 달아서 먹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니스는 전반적으로 도시라기보다는 마을이라는 느낌이 드는 곳이다. 규모가 그렇게 작은 것 같지는 않은데, 이상하게 소박한 느낌이 든다. 인기 있는 휴양지임에도 개발이 많이 들어가지 않은 느낌도 들었다. 본래의 풍경을 훼손하지 않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만약 지중해를 바라보면서 노후를 보내고 싶다면 니스도 꽤 괜찮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번 다녀오고 9년이 지났는데, 언젠가는 그 바다를 다시 한번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