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는 유명한 영국박물관과 내셔널 갤러리가 있다. 그리고 그 외에도 가볼 만한 박물관과 미술관들이 여럿 있다.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서도 박물관과 미술관을 많이 다녀봤지만, 파리나 런던의 박물관은 그 규모에 있어 차원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게다가 전 세계의 유물들을 한 데 모아놨으니, 파리나 런던을 방문할 때는 꼭 박물관과 미술관들을 한 번쯤 가보는 것이 좋은 것 같다. 특히, 나처럼 글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은 여기서 많은 글감을 얻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런던에 있는 박물관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영국 박물관'이다. 예전에는 '대영 박물관'이라 부르기도 했는데, 지금은 '영국 박물관'으로 많이 부르는 것 같다. 1759년에 개장했다고 하니, 무려 260년이 넘은 박물관이다. 박물관 입장료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무료다. 대신 기부금을 받는 상자가 놓여 있다. 나도 기부금을 낼까 생각을 했지만, 내지는 않았다. 다른 나라들로부터 강탈한 제국주의의 유산이기 때문에, 영국이 자비를 들여 유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영국도 다른 나라들이 문화재 반환을 요청할 때, 영국이 더 잘 보관할 수 있다는 것과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는 것을 핑계로 내세우고 있었으니, 영국 사람이 아니라면 기부금을 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영국 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아이가 감기 기운이 조금 있는 상태여서, 로비에서 30분 정도 재우고 구경을 했던 것 같다. 다행히 컨디션이 살아나서 관람에 큰 문제는 없었는데, 아이에게는 크게 흥미롭지는 않았는지 관람을 오래 하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 볼만했던 것은 옛 이집트와 페르시아 지역의 유물들이었다. 특히 미라는 아이도 관심 있어했다. 그 밖에도 볼만한 것들이 꽤 있었는데, 한국관이 따로 있다는 사실이 의외였다. 외국에서 한국의 유물을 따로 전시한 것을 본 것은 이때가 유일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특별히 대단한 전시물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미 나에게 익숙한 것들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내셔널 갤러리는 대형 미술관이다. 대형이긴 하지만, 파리보다는 작품의 수가 적은 느낌이었다. 어쩌면 파리에서는 혼자서 느긋하게 본 경험이 있는 반면, 런던에서는 아이와 빠르게 둘러본 경험만 있어서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미술관도 200년을 향해 갈 만큼 오래된 미술관이다. 그림은 볼만한 그림이 많았는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고흐의 그림을 봤을 때 많이 반가웠다.
내셔널 갤러리도 볼만하지만, 그 앞의 트라팔가 광장도 쉬었다 가기 좋은 곳이다. 탁 트여있어서 전망도 괜찮고, 사진 찍기에도 좋다. 게다가, 다양한 사람이 모여들고, 거리 공연도 많이 열리기 때문에 심심하지도 않다. 덤으로 해가 지고 나서 보는 내셔널 갤러리의 야경도 상당히 멋진 편이다.
런던의 대표적인 박물관과 미술관은 영국 박물관과 내셔널 갤러리지만, 가장 인기 있는 박물관은 바로 자연사 박물관이다. 그래서 대기줄도 가장 길었다. 같이 갔던 아이도 자연사 박물관이 가장 재밌었다고 했고, 어른인 내게도 상당히 재미있는 박물관이었다. 몇 개의 관으로 나뉘어 있지만, 가장 인기 있는 관은 단연 공룡관이었다. 아마 대부분의 방문객이 공룡 전시물을 보기 위해 자연사 박물관을 방문했을 것이다. 여러 개의 뼈를 연결하여 거대한 공룡을 형상화해 놓은 것들과 각종 공룡 화석들, 그리고 공룡의 외양을 재현해 놓은 것들이 있었다. 평소에 공룡에 관심이 없던 아이도 재미있게 봤으니, 한참 공룡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구경거리일 것이 분명하다.
그밖에 공예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도 볼만하고, 미술관 이름은 모르겠지만 지나가다가 들린 어떤 현대 미술관도 상당히 재밌었다. 여행을 다니기 전에는 유물과 미술에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해외여행을 다니다 보니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 박물관과 미술관에 많아서 재미를 붙이게 된 것 같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가면 한국에서도 박물관과 미술관을 종종 가겠다고 매번 마음먹지만, 아직도 제대로 실행을 못하고 있다. 언젠가 글감이 떨어지면, 글감을 찾아서라도 한 번 가보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