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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교외 지역들

예류, 지우펀, 타이루거 협곡

by 취한하늘

타이베이에 꽤 길게 머물렀기 때문에 타이베이 교외에 있는 지역들도 몇 군데 방문했다. 도시를 벗어나면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들을 볼 수 있는 것이 좋다. 물론, 이동에 시간이 좀 들기는 하지만, 그만큼의 값어치를 하는 지역들이 있다. 그리고, 여러 블로그에 게시되어 있는 정보를 사전에 잘 확인하면, 이동에 드는 시간이나 비용도 많이 아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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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째서 나는 여왕 머리 바위의 사진은 찍지 않은 것인가 >


타이베이 교외 지역 중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예류 지질공원'이다. 이곳은 신기한 모양의 바위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바람이나 바닷물에 의해 오랜 기간 침식된 바위들이 여러 가지 모양을 하고 있는데, 몇몇 바위들은 익숙한 모양을 하고 있어, 그에 맞는 이름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버섯 바위, 촛불 바위, 용머리 바위, 킹콩 바위 등이 있고, 가장 유명한 것은 여왕 머리 바위이다. 각도를 잘 맞춰서 보면 과연 여왕의 머리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계속 침식되고 있어 몇 년 안에 사라질 수도 있다고 한다. 타이완 당국에서 보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성과가 별로 없다는 보도자료가 있는데, 과연 해법을 찾았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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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들, 그리고 바다가 있다. >


기껏해야 바위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풍경을 보여주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상당히 만족스러운 방문이었다. 지역이 그렇게 넓지는 않지만, 바위들이 모여있는 지역만 보면 마치 다른 행성에 와있는 듯한 느낌도 들게 한다. 덤으로, 태평양과 연결되는 시원한 바다 풍경도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준다.


부지런한 사람은 하루에 예류, 스펀, 진과스, 지우펀을 다 돌아보는 것 같다. 이 네 코스를 합쳐서 '예스진지'라고 부르는 데, 택시를 타고 도는 택시 투어도 존재하는 것 같다. 나는 택시 투어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고, 비교적 여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어서, 예류와 지우펀만 버스를 이용하여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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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우펀의 낮과 밤 >


지우펀은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유명한 곳이다.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장소가 지우펀을 참고로 만들어졌다고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재밌게 본 사람들이 많이 방문한다. 타이베이에서 버스로 바로 가면 1시간 20분 정도 걸리는데, 지역이 넓지 않아 금방 다 돌아보기 때문에 단독으로 가기에는 시간이 아깝게 된다. 그래서, 다들 예류 등 다른 지역과 묶어서 돌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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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진 이후에 돌아다니는 것이 좀 더 재미있다. >


나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재밌게 봤지만, 그렇다고 지우펀으로부터 강한 인상을 받지는 않았다. 생각해보면 기대를 꽤 하고 갔기 때문에, 감흥이 오히려 덜 했던 것 같다. 지우펀은 한마디로 아기자기하고 예쁜 작은 마을 같은 느낌이었다. 골목골목에 구경할만한 작은 가게들이 있었고, 좋은 풍경을 보여주는 식당이나 카페들이 있었다. 한 가지 알고 가야 하는 것은, 지우펀은 해가 진 다음에 더 예쁘다는 것이다. 해가 지고 나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본 것 같은 분위기도 더 잘 느껴지고, 골목골목과 전체 풍경에 감성이 더해진다. 그래서 여행객들도 노을 질 무렵이나 저녁때 많이 방문하는 것 같다.


타이루거 협곡은 사실 타이베이 교외는 아니다. 타이베이는 타이완의 북쪽 지역에 있고, 타이루거 협곡은 타이완의 중부 지역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기차를 타고 꽤 오래 이동해야 하고, 온전히 하루를 투자해야 한다. 그래도 풍경에 대한 기대가 있어서 계획에 넣었고, 과연 하루를 투자할 만큼 좋은 경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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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루거 협곡의 파란 하늘과 옥빛 물 >


협곡에 간 날은 다행히 날씨가 아주 좋았다. 하늘은 완전한 파란색이었고, 협곡에는 푸른빛이 가득했다. 계곡에는 옥빛 물이 흐르고 있었고, 어둠을 머금은 터널이 산행의 지루함을 지워주고 있었다. 보통 버스를 타고 정상에 다녀오는데, 중간에 몇 개의 정류장이 있고, 적절한 티켓을 사면 그곳에서 버스를 자유롭게 타고 내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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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킹 코스의 길과 보기에도 수상한 잘못 들었던 길 >


비교적 아래쪽에 하이킹 코스가 있는데, 절반만 동굴인 것 같은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어서 걷는 재미가 있었다. 막다른 곳까지 갔다가 다시 버스를 타는 곳으로 돌아오기까지 1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버스를 다시 타고 중턱까지 올라간 후에, 중턱에서 정상까지는 걸어서 올라가려고 했다. 그런데, 길을 잘못 들어 막다른 곳에 도착하고 말았다. 별 수 없이 다시 버스 타는 곳으로 돌아와서 버스를 타고 정상에 올라갔는데, 덕분에 정상에서 내려올 때는 막차 시간에 겨우 맞출 수 있었다. 아마 길을 잃었을 때 빨리 되돌아가는 판단을 하지 못했으면 정상을 구경하지 못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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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풍경을 가지고 있는 타이루거 협곡 >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국내에 있는 산뿐만 아니라 해외에 있는 산들도 다녀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국내에 있는 풍경과는 다른 풍경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해외여행을 나가면 유명한 장소를 돌아다니는데도 시간이 모자라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시간을 내서 한 번쯤 산행을 계획해 보면 좋을 것 같다. 타이루거 협곡도 그런 대상에 해당된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여행을 다닐 때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는 것도 흥미롭고 재미있지만, 한 도시를 중심으로 그 주변을 탐험해 보는 것도 상당히 괜찮은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면에서는 이것이 더 다양한 풍경과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만약 다음번에 다시 타이베이를 방문한다면, 이번에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교외 지역을 한번 방문해보고 싶다. 그러면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을 또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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