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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Feb 10. 2023

[Book] '새빨간 거짓말 통계'를 읽고

'통계의 기초는 수학이지만 그 실제 내용은 과학이면서 동시에 예술이기도 하다. 주어진 범위 내에서 여러 가지 조작이나 왜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새빨간 거짓말 통계'라는 책을 읽었다. 대럴 허프의 'How to lie with statistics'를 번역한 것으로, 원서는 무려 1954년에 발행된 책이다. 거의 70년이나 지난 내용이기는 하지만,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처럼 이 책도 여전히 우리에게 의미 있는 통찰을 전해주고 있다. 특히, 가짜 뉴스가 범람하고, 왜곡된 통계 해석이 쉽게 발견되는 지금 시대에 이 책은 상당히 유용한 정보를 전달해 준다.


사람들은 쉽고 빨리 판단할 수 있는 것을 좋아한다. 줄이 길게 서있는 음식점의 음식이 맛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평점이 높은 게임이 재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직접 음식을 먹어본 것도 아니고, 직접 게임을 분석해본 것도 아니면서, 몇 가지 정보에 근거하여 음식과 게임의 가치를 빠르게 판단한다. 이런 경향은 진화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달한 것으로 보이는데,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서는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 그런 현대인이 빠른 판단을 위해 많이 의지하는 것이 바로 통계다. (음식점 대기줄의 길이나 게임의 평점도 통계적 수치라고 볼 수 있겠다.)


사람들이 통계에 많이 의지하다 보니,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왜곡된 통계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이 존재한다. 잘 몰라서 실수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러 왜곡하는 경우도 꽤 많으며, 유명 포털 사이트에 올라오는 보도자료들을 둘러보면 심심치 않게 이런 사례를 발견하게 된다. 살아남기 위해서 높은 조회수와 추천수를 확보해야 하는 환경 탓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어쨌든 그런 왜곡으로부터 자신의 인식을 보호하려면, 독자가 통계의 오류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은 가지고 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책은 크기도 작고 두께도 얇아서 읽는 데 부담이 없다. 그리고, 잘못된 통계 사용을 유형별로 정리해 주고, 유형마다 재미있는 사례들을 들어 설명해 주기 때문에 전혀 지루하지도 않다. 한 가지 예로 우유 소비량과 암 발생률의 이야기가 나와 있는데, 어떤 마을의 우유 소비량이 다른 마을보다 높으면서 동시에 암 발생률도 높은 경우였다. 이 경우, 우유가 암 발생률을 높인다는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사실은, 그 마을 사람들이 다른 마을 사람들보다 오래 살았고, 오래 살다 보니 암 발생률도 높았던 것인데 말이다. 소위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혼동해서 벌어지는 오류인데, 이런 오류는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발견된다.


저자가 밝히는 왜곡의 유형중 대표적인 것들은 아래와 같다.   

잘못된 표본 추출로 인한 왜곡

솔직하게 대답하지 않는 설문조사

평균의 왜곡된 이용

그래프나 그림의 크기로 잘못된 인상을 심어주는 것

연관성 없는 숫자를 연관성 있는 것처럼 사용하는 것

백분율의 기준을 이용해 자신에게 유리한 숫자를 만드는 것


그리고 왜곡된 통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다섯 가지를 따져보라고 한다.   

누가 발표했는가? 출처를 캐 봐야 한다.

어떤 방법으로 알게 되었는지 조사 방법에 주의해야 한다.

빠진 데이터는 없는지 숨겨진 자료를 찾아보아야 한다.

내용이 뒤바뀐 것은 아닐지 쟁점 바꿔치기에 주의해야 한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살펴봐야 한다. 석연치 않은 부분은 조사해라.

물론, 독자들이 모든 것을 다 알아낼 수는 없다. 하지만,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면 신뢰할 수 없는 통계로부터 꽤 자주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포털에 올라온 보도자료를 둘러보면, 그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종종 보이게 된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보도자료를 읽는 새로운 재미가 생기기도 한다. 특히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있는 기사, 무언가 혹은 누군가를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기사, 미래에 대한 전망을 담고 있는 기사들에서 통계가 어떤 의도로 사용되는지 보면 꽤 흥미로울 때가 많다.


사람들이 정보를 접하기 쉬워지면서, 의도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만들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정보를 접하는 사람 스스로 정보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접할 수 있는 정보가 많아지면서 더 잘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겠지만, 때로는 모르는 것보다 잘못 알고 있는 것이 더 큰 위험을 불러오기도 한다. 그런 위험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하는 데 있어 이 책은 충분히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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