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업계에서 흔하게 벌어지는 일을 묘사해 보겠다. 어떤 회사에서 대대적으로 게임 라인업을 정비한다. 200명을 충원하기로 하고 공격적으로 인재 영입에 나선다. 충원을 완료한 후에 2년 정도 열심히 게임을 만들고, 서비스하고, 운영한다. 그러다가 생각만큼 사업이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조직을 정리한다. 그 과정에서 200명을 권고사직으로 내보낸다.
어떤 게임이 출시 후에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면, 제작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어디 가지?'. 물론, 게임이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서 무조건 팀을 해체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꽤 많은 팀들이 게임의 실패 이후에 해체된다. 그리고, 그런 경험을 해 본 사람은 게임의 실패를 강제 이직과 동일하게 여기기도 한다.
최근 세계적으로 많은 회사들이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전반적으로 경기가 안 좋다 보니 벌어지는 일이다. 하지만, 게임 업계에서는 경기와 상관없이 인력의 대규모 감축이 종종 있었다. 대한민국 게임 산업이 태동하던 시절부터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 중 하나였다. 그것이 게임을 개발하는 각각의 팀 단위로는 더 자주 일어났고, 업계에 종사하는 개개인들에게는 더 많이 일어나는 일이었다.
물론, 실력이 좋으면 고용불안에 시달릴 필요가 없다. 하지만, 절대평가가 아니고 상대평가다. 내가 아닐 수는 있어도 결국 누군가는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한다. 그리고, 연차가 높아질수록 그런 불안은 더 심해진다. 연차가 높을수록 안전한 위치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은 게임 업계뿐만 아니라 많은 분야에 고용불안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다만, 게임 업계에서는 내가 제작에 참여한 게임이 실패할 때마다 고용의 위기가 온다. 게임을 출시하지 못하고 고꾸라지는 프로젝트도 많기 때문에, 운이 나쁘면 거의 매년 고용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게임 업계의 고용불안 문제에 대해 나도 특별히 떠오르는 해법은 없다. 다만, 이쪽 업계에 진입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알아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은 한다. 당장은 이곳저곳 갈 곳이 많아도, 5년, 10년이 지나면 오갈 곳 없는 신세가 될 수 있다. 한 회사에 10년 동안 충분한 공헌을 했어도, 어느 날 갑자기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 할 수도 있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어야 준비를 할 수 있고, 준비를 늘 하고 있어야 더 오래 생존할 수 있다.
오늘도 게임 업계에서 생존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박수와 응원을 보내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