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다니다 보면, 여러 가지 시스템을 만나게 된다. 평가 시스템, 출퇴근 관리 시스템, 목표 설정 시스템, 정보 공유 시스템 등 얽히고설킨 시스템 속에서 업무를 진행하게 된다. 회사는 가급적 모든 것을 시스템으로 처리하고 싶어 하는데, 그것은 정확성과 효율성, 항상성에 대한 욕구 때문이다.
회사는 어떤 이슈에 대해 가장 좋은 대응 방법을 찾고 싶어 하고, 그것을 최소의 비용으로 달성하고 싶어 하며,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런 정확성과 효율성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사람에 의존하지 않고 시스템으로 만들어 두면, 이런 정확성과 효율성, 항상성을 좀 더 쉽게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가능한 모든 것을 체계화시키려고 한다.
그런데 그런 시도에도 불구하고 고정된 시스템으로 정착되기 어려운 것이 평가 시스템이다. 정보나 업무, 데이터를 대상으로 하는 시스템과 달리, 평가 시스템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사람만큼 정의하기 어렵고 예측하기 어려운 대상도 드물지 않은가.
이렇게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내기 어려울 때는, 일단 솔루션이 가져야 할 요건들을 먼저 검토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요건들을 정리하고 나면, 여러 가지 옵션들에 대해 평가할 수 있고, 최선의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모든 구성원들은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 한다. 그중에는 단순히 소망으로만 가지고 있는 구성원도 있지만,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실질적인 노력을 하는 구성원들도 있다. 아마, 좋은 인재일수록 좋은 평가에 대한 열망과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실행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들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어떻게 해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지 아는 것'이다. 평가 시스템은 바로 이것을 인재들에게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절대로 인재들을 어둠 속에서 허우적대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서는, 일단 평가 기준이 명확하고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 보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물론, 아무리 직관적으로 설정했다고 해도 사람의 해석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평가 대상이 되는 기간이 시작하기 전에, 평가 기준에 관한 교육을 충분히 해주는 것이 좋다.
2020년 1월부터 11월까지의 내용으로 2020년 12월에 평가를 진행한다고 하면, 2020년 1월이 시작되기 전에 평가 기준이 정립되고, 기준과 방법에 대해 모두의 눈높이를 맞추는 과정이 완료되어야 한다. 간혹, 연말 평가 기간 직전에야 평가자들을 모아놓고 눈높이를 맞추는 과정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야구 구단이, 시즌이 끝난 후에야 출루율이 4할은 넘어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코치들과 선수들에게 얘기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또 한 가지 피해야 하는 상황은, 연초에 공유한 평가 기준과 연말에 사용한 평가 기준이 달라지는 것이다. 새로운 평가 기법을 도입하려다 실패할 때 이런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새로운 기준과 방법으로 평가를 진행하기로 약속하였는데, 막상 평가 시점에 들어가자, 평가자들이 과거의 방식으로 평가를 진행해 버리는 것이다. 이러면 평가를 받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지 갈피를 못 잡게 되고, 심하게는 회사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게 되기도 한다.
잦은 평가와 피드백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고, 많은 조직이 이것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평가를 1년에 한 번 수행하는 조직도 적지 않은 것 같다.
평가를 1년에 한 번 수행할 때의 문제점은 평가자와 피평가자의 인식이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평가자는 탁월한 정도가 아니었다고 생각하는데, 피평가자는 최고의 평가를 받을 만큼 잘했다고 여기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그나마, 진행된 업무 내용의 히스토리가 잘 정리되어 있으면 다행인데, 그마저도 충분하지 않으면 평가자와 피평가자의 인식 차이를 줄이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 된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직장에 많이 떠돌던 어떤 이야기를 보면 알 수 있다. 그것은 '상반기에는 잘할 필요 없고, 하반기에만 달리면 된다'는 인식이다. 직장에서 진행된 모든 것을 기록할 수는 없다. 어떤 업무를 진행했는지는 기록이 남더라도, 그 과정에서 발생한 기여를 모두 기록으로 남길 수는 없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기억에 의존하는 부분이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사람의 기억이라는 것은 최근의 경험에 편향되는 성격이 있다.
방송 프로그램 중 경연의 성격을 갖는 프로그램을 보면, 경연자들이 가급적 후순위가 되기를 바라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후순위가 실제로 경연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연말에 이루어지는 연예대상이나 연기대상 같은 것에서도, 하반기에 방영한 프로그램들이 유리하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현상을 방지하려면, 평가를 더 자주 실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반기마다 진행하거나 분기마다 진행한다면, 이런 문제점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러자면 평가자와 피평가자 모두 평가 과정에 시간을 좀 더 써야 하겠지만, 정확한 평가는 실무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 그래도 평가에 드는 비용이 걱정된다면, 중간에 이루어지는 평가는 다소 간소화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모든 회사가 그럴듯한 비전과 그럴듯한 인재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모든 회사가 자사의 비전과 인재상에 어울리는 평가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는 타협하지 않는 치열한 논쟁을 주문하지만, 반대 의견을 개진하는 행위를 긍정적인 평가로 연결해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모난 사람으로 인식되어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심하게는, 회사의 인재상에 맞게 할 말을 숨기지 않고 한 사람을 '순진한 사람'이라고 비아냥대는 상황까지 이어진다.
조직에 있어, 평가 시스템은 구성원을 움직이는 동력이다. 아무리 훌륭한 인재상을 정의하고, 그에 맞게 행동할 것을 독려한다고 해도, 그것은 단순히 구호에 불과할 뿐이다. 구성원을 움직이는 실질적인 동력은 평가 시스템에 있다. 따라서, 회사가 구성원들에게 요구하는 행동과 태도가 있다면, 그것을 평가 시스템에 반영해 실질적인 행동과 태도로 이어지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보면, 회사의 인재상이나 혹은 회사가 구성원들에게 요구하는 가치는, 실무자들보다는 리더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집중적으로 교육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구성원들은 자신의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리더의 말과 행동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리더들이 회사의 인재상에 맞는 말과 행동을 보인다면, 구성원들도 자연스럽게 회사가 요구하는 행동과 태도들을 갖게 될 것이다.
GE의 회장이었던 잭 웰치는 구성원을 상위 20%, 중위 70%, 하위 10%로 나누었다. 그리고 중위 70%에서도 상위에 해당하는 인력을 굉장히 중요한 인력으로 보았다. 직접적인 보상은 상위 20%에 집중하여 지급하지만, 중위 중 상위에 해당하는 인력에 교육과 코칭을 집중적으로 지원하여, 노력하면 충분히 상위 20%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했다. 만약 이들이 상위 20%에 진입할 희망을 갖지 못하면 조직을 이탈하게 될 것이고, 이들의 이탈은 조직에 치명적인 손실이 될 것이라고 여겼다.
평가 시스템은 구성원의 성장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구성원을 실질적인 성장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영향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 시간이 지날수록 조직은 좋은 구성원을 많이 갖게 될 것이고, 이는 곧 조직의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1. 어떻게 해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평가 기준은 명확하고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 해석의 범위가 크지 않게 해야 한다.
평가 대상이 되는 기간이 시작하기 전에, 평가 기준에 대한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평가 대상이 되는 기간 내내, 평가 기준이 바뀌어서는 안 된다.
2. 현재 상태를 자주 확인시켜 주어야 한다.
평가 대상 기간이 길어지면, 평가자와 피평가자의 인식의 차이가 커질 수 있다.
심해지면, 일정 기간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인식이 발생할 수도 있다.
평가를 자주 하여, 현재 상태를 자주 확인시켜 주어야 한다.
3. 회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인재상이나 가치의 선언이 구성원을 움직이게 만들지 않는다. 구성원을 움직이는 것은 평가의 기준이다.
회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태도는, 평가와 연결되어 있어야 구성원에게 이입될 수 있다.
인재상이나 가치를 리더들이 먼저 실천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