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냄새가 나요

by 취한하늘

9월 13일 화요일 오후


"우리 열차는 잠시 후, 오림, 오림에 도착하겠습니다. 내리실 분은 잊고 내리는 물건이 없는지 잘 살피시고, 열차가 오림 역에 도착하면 안전하게 하차하여 주시기 바라겠습니다."

기차를 탄지 두 시간이 지났다. 잠시 후면 오림에 도착한다. 오림은 지방의 소도시로, 예전에는 사람이 꽤나 많았던 적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인구가 대도시로 계속 빠져나가서 지금은 빈 집이 많은 도시가 됐다. 특히, 오림에 있던 대학교가 폐교된 후에는 인구 유출이 더 빠르다고 한다.

이런 소도시를 찾아온 것은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다. 한동안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연쇄살인사건이 이 오림에서 다시 시작된 것이다. 원래의 연쇄살인사건은 여기서 조금 떨어진 다른 도시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경찰이 대대적으로 투입되었지만 범인은 잡지 못했다. 그리고, 경찰의 수사망을 의식했는지, 더 이상의 살인사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같은 수법으로 보이는 사건이 이곳 오림에서 1년 8개월 만에 발생했다.

대한민국에서 탐정으로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 탐정에 대한 인식도 안 좋고, 탐정에게 사건을 의뢰하는 경우도 별로 없다. 그래서 다른 일을 같이 병행하는 탐정들이 많다. 그나마 나는 사무실도 두지 않고 온라인으로만 의뢰를 받는 데다,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어서 생활비도 별로 들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이렇게 지낼 수는 없었다. 내년에는 나이도 서른이 되는 만큼, 올해는 꼭 무언가 이루어내야 한다. 그런 내게, 이번 사건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이 사건을 해결하면, 일약 전국의 스타 탐정이 될 것이다. 그러면 방송에도 많이 나가게 되고, 굵직굵직한 의뢰도 들어오겠지.

"열차가 오림, 오림 역에 도착하였습니다. 내리실 분은 잊고 내리는 물건이 없는지 잘 살피시고, 내리실 때는 열차와 승강장 사이를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우리 열차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9월 14일 수요일 정오


오늘은 아침부터 사건 현장 주변을 돌아다녔다. 들어오는 사람보다 나가는 사람이 많은 이런 도시에서는 외지인에 대한 소문이 빨리 퍼진다. 그리고 경찰이 놓친 것이 있다면, 사람들 사이에 떠돌아다니는 소문 속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막상 소득은 별로 얻지 못하고 있었다.

"글쎄요. 요새 딱히 이상한 사람은 못 본 것 같은데요. 들은 이야기도 없고요. 손님도 기자님 빼고는 다 종종 식사하러 오시는 분들 뿐이었는데요."

원래 신분은 탐정이지만, 오림에서는 기자 행세를 하고 있다. 아무래도 기자라고 해야 접근하기도 좋고, 사람들도 얘기를 잘 꺼내놓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심 먹으러 들린 식당에서도 쓸만한 정보는 얻을 수 없었다.

"그렇군요. 여기 제 명함인데요. 혹시, 나중에라도 이상한 이야기가 들리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칼국수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계산을 마친 후에 명함을 건네고 식당을 나서려는 참이었다. 여닫이 문을 안쪽으로 당겨 열였는데, 문이 열린 그 자리에 여덟, 아홉 살쯤 되어 보이는 한 남자아이가 서있었다. 옆으로 잠깐 비켜섰지만, 아이는 안으로 들어올 생각이 없는 듯했다. 그리고, 나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아이가 그냥 서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내가 아이의 옆을 통과해서 지나쳤다. 그렇게 두어 걸음 가다가 멈춰서 뒤돌아보니, 아이는 몸을 돌려 계속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한테 할 이야기가 있니?"

아이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물었다. 하지만,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갑자기 내달리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 문 앞에 서있던 아이가 금세 멀리 조그만 점이 되어 사라졌다. 분명,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은데, 내가 무슨 실수를 했나?


9월 15일 목요일 오전


"그러지 말고, 사소한 거라도 괜찮으니까 하나만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아는 게 없다니까요. 기자시면 오림경찰서에 가서 물어보셔야지, 지구대에 와서 물어보시면 어떡합니까?"

사건에 대해 취재하려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서에 가서 확인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나 같은 가짜 기자가 경찰서에서 정보를 얻어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오히려 가짜 기자라는 것만 금방 들통날 것이다.

"저희 같은 작은 언론사는 상대해 주지도 않으니까 그렇죠. 요새는 언론사가 하도 많아서, 웬만한 유명 언론사가 아니면 경찰서에서 취재하는 건 어려워요. 그러다 보니 늘 뒷북만 치고, 그래서 구독자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네요. 이렇게라도 해서 뭐 하나라도 건져야 그나마 망하지 않고 버틸 수 있죠."

나는 지금 사건 현장에서 비교적 가까운 지구대에 와 있다. 담당 경찰서만큼은 아니지만, 현장 근처의 지구대라면 무언가 정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일어난 사건의 수사를 위해서나, 앞으로 일어날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지구대에 어떤 지시가 내려왔을 테고, 지시에는 어떤 정보가 같이 붙어있을 수 있다. 마침 지구대에는 젊은 순경 한 명만 근무를 서고 있어서, 어떻게든 순경을 통해 정보를 얻어보려고 하는 중이었다.

"사정은 알겠지만, 저도 뭐 아는 게 있어야 말씀드리지 않겠습니까."

순경이 난처한 표정을 하며 말했다. 눈치를 보니, 순경은 기자를 상대해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았다.

"오림경찰서에서 무슨 특별한 지시는 없었나요?"

질문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던져보기로 했다.

"뭐, 그냥 순찰을 더 강화하라는 지시만 있었습니다."

순경은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확인하고 있었다.

"혹시 용의자에 대한 인상착의 같은 건 내려오지 않았나요? 특별히 주의 깊게 봐야 할 특징 같은 게 없나요?"

"없다니까요. 그냥 수상한 사람 있으면 보고하라는 지시뿐입니다."

대답을 하면서 순경은 자리를 정돈하고 모자를 집어 들었다. 아무래도 어딘가로 이동하려는 것 같았다.

"순찰 가시나요? 혹시 저도 같이 가도 될까요?"

"아, 거 참."

순경이 아까보다 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약간은 짜증이 섞인 표정 같기도 했다. 그러더니, 내 쪽을 돌아보며 한 마디 했다.

"대현동 주변에 대한 순찰을 강조하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빈 집이 많은 동네죠. 그 외에는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저도 일을 해야 하니까, 이제 그만 가시죠?"

대현동은 대학생들의 하숙집이 많던 동네다. 그쪽에 무언가 수상한 움직임이 있는가 보다.

"그렇군요. 협조 감사합니다."

순경에게 대충 인사를 하고 서둘러 지구대를 나왔다. 발걸음은 벌써 대현동을 향하고 있었다.


9월 15일 목요일 오후


대현동을 둘러봤지만 크게 도움이 될만한 단서는 아직 찾지 못했다. 다만, 빈집이 분명한데도 최근에 사람이 들락날락한 흔적이 있는 집이 몇 군데 있었다. 게다가, 골목이 많아서 다른 사람 눈에 띄지 않고 이동하기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밀한 범인이 흔적을 쉽게 남기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지금은 달리 단서를 찾을만한 곳도 없어 몇 시간째 동네를 살펴보고 있었다.

"누군가 또 죽을 거야."

아무도 없는 곳에서 갑자기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 깜짝 놀랐다. 소리가 나는 쪽을 돌아보니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서 있었다. 그리고 곧, 어제 식당 앞에서 마주쳤던 아이임을 알아봤다.

"뭐?"

"오늘, 누군가 죽을 거야."

아이는 이상한 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얼굴에는 장난기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장난치면 안 돼. 이건 장난칠 일이 아니야."

아이에게 말을 하며 나는 다시 아까 살피던 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장난 아냐. 경찰은 내 말 안 믿어. 아저씨가 막아줘."

아이가 계속 말을 걸어서 나는 다시 아이 쪽으로 몸을 돌렸다. 아이의 표정이 너무 진지해서 잠깐 고민이 됐지만, 장난을 받아줄 여유는 없었다.

"누가 죽는데?"

"그건 몰라"

"그럼 언제 어디서 죽는지는 알아?"

"그것도 몰라"

"누가 죽는지도 모르고, 언제 어디서 죽는지도 모르는데 내가 무슨 수로 막아? 장난 그만치고 집에 가"

아이에게 가라는 손짓을 하고 나는 다시 하던 일을 계속했다. 잠시 후 뒤를 돌아보니 아이는 사라지고 없었다. 한참 친구랑 뛰어놀 나이인데 너무 공상에만 빠져있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었다.


9월 16일 금요일 오전


"아이고, 이거 무서워서 어디 살겠나."

"그러게 말이야.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사람이 죽다니. 이게 뭔 일인가 그래."

어젯밤에 또 한 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지난 사건이 벌어진 현장과는 거리가 다소 떨어진 곳이었다. 사건 현장은 경찰들이 통제하고 있었고, 구경꾼들이 주변을 에워싸며 사건 현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인구가 그렇게 많지 않은 소도시에서 짧은 기간에 두 명이나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졌으니, 오림시 전체의 이목이 여기에 집중되는 것이 당연했다.

폴리스 라인에 가까운 곳에서는 기자들이 사진을 찍으며, 가까이 있는 경찰에게 무언가 질문을 던져대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엿듣고 싶었지만, 주변에 나를 기자로 알고 있는 주민들이 많고, 기자들은 가짜 기자를 금방 알아채기 때문에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이번엔 누구래요?"

옆에 서있는 할아버지한테 물어봤다.

"젊은 남자라던데. 저 교회 뒤편 빌라촌에 사는 사람이라고 합디다. 나이도 젊은데, 에휴."

할아버지가 현장 쪽을 계속 바라보며 말했다.

"젊은 사람이 어쩌다 당했을까요?"

"아, 어디 숨어있다가 갑자기 덮치면 젊은 사람이고 늙은 사람이고 당할 수가 있나? 에이 나쁜 놈"

이번에는 그 옆에 있는 다른 할아버지가 대답했다.

"그러네요. 에이 나쁜 놈, 빨리 잡혀서 천벌을 받아야 될 텐데."

할아버지 말에 맞장구를 치며, 현장에 모여든 구경꾼들을 둘러봤다. 범인이 현장을 확인하러 온다는 것은 소설 같은 발상이긴 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었다. 특별히 수상한 사람은 없었지만,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잘 기억해 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바로 그때, 낯익은 얼굴 하나가 시야에 들어왔다.


9월 16일 금요일 오전


"자."

편의점 앞 의자에 앉아있는 아이에게 아이스크림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나도 아이스크림의 포장을 뜯으며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어떻게 알았어?"

아이에게 물었지만 아이는 대답 없이 아이스크림만 만지작 거렸다.

"빨리 안 먹으면 녹는다. 사람이 죽을 거라는 걸 너는 알았던 거야?"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 물며 물었다.

"냄새가 나. 사람이 죽는 냄새가."

아이의 대답은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종류의 대답이었다. 아이는 아이스크림의 포장을 뜯고 있었다.

"냄새? 어떤 냄새?"

"음... 어떤 냄새인지 설명은 못 하겠어. 하지만, 그 냄새가 나면 꼭 누군가 죽어. 예전부터 그랬어."

"예전부터?"

어린애의 망상에 말려든 건가 싶었다. 아이가 무언가 목격한 것이 있는 것 같아 대화를 걸었는데, 아이는 완전히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었다. 그냥 아이스크림 먹는 동안만 들어주고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응, 일곱 살 때 친구 들이랑 놀다가 갑자기 이상한 냄새를 맡았는데, 다음 날 어떤 사람이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얘기를 들었어. 그리고 나중에도 그런 일이 몇 번 있었고."

아이는 평온한 표정으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그럼 그때부터 사람이 죽을 때마다 냄새를 맡았다는 얘기야?"

"몇 번 그러다가 말았어. 그런데 저번에 사람이 죽었을 때부터 다시 냄새가 나기 시작했어."

"지난주에 있었던 사건 말하는 거야?"

"응."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아이스크림을 거의 다 먹어가고 있었다.

"그 말을 나보고 믿으라고?"

"믿어야 돼."

"왜?"

"그래야 사람이 또 죽는 걸 막지."

나는 아이스크림의 마지막 부분을 입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얘기는 그럴듯하네. 잘 만들었어. 재미도 있고. 그럼 난 이만 간다."

테이블 위에 있는 아이스크림 포장지를 집어 들며 내가 말했다.

"믿어야 돼."

아이가 진지한 표정으로 아까 했던 말을 되풀이했다.

"믿을만해야 믿지. 그리고 너, 어른한테 자꾸 반말하면 안 된다."

아이에게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주며 나는 그 자리를 떠났다.


9월 22일 목요일 오후


며칠 동안 꽤 서늘했는데 오늘은 날씨가 무척 따뜻하다. 그래서, 매일 들리는 카페에서 따뜻한 카페모카를 하나 사 들고 아파트 단지 한 편의 벤치를 찾아 앉았다. 그동안 여기저기 단서를 찾아다녔지만, 힌트가 될만한 단서는 별로 없었다. 간혹 그럴듯한 얘기가 있었지만, 그야말로 '그럴듯한' 이야기였을 뿐이었다. 사건이 일어난 지 시간이 꽤 지나서, 이제는 온갖 추측과 지어낸 이야기가 동네를 풍성하게 채우고 있었다. 경찰도 수사에 그다지 진전이 없는 것 같았고, 나도 이번 사건은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조만간 다시 서울로 올라가야 할 것 같았다. 그때, 멀리서 반가운 얼굴의 한 아이가 나를 향해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오랜만이네. 나한테 뭐 할 말 있어서 뛰어온 거야?"

아이가 가까이 도달했을 때 내가 물었다.

"아저씨, 또 냄새가 나요. 또 누가 죽을 거예요."

아이는 거기까지 말하고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아직도야? 너 혹시 진짜로 네가 죽음의 냄새를 맡는다고 믿는 거야?"

아이가 아직도 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조금 놀라웠다.

"거짓말이 아니에요. 아저씨도 지난번에 봤잖아요."

아이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건 어쩌다 우연히 맞은 거겠지. 내가 그 말을 진짜로 믿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

"진짜예요. 오늘 또 누가 죽는다구요."

"네 말대로 오늘 또 누가 죽는다면, 그때는 정말로 믿어줄게."

그렇게 말하면서 들고 있던 카페모카를 한 모금 마셨다. 카페모카의 따뜻한 온기가 식도를 따라 몸속으로 흘러 내려갔다.


9월 23일 금요일 오전


잠에서 깨어 시계를 보니 오전 8시다. 평소에는 9시 정도에 일어나는데, 꿈자리가 뒤숭숭해서 그런지 - 무슨 꿈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 오늘은 조금 일찍 깼다. 묶고 있는 모텔 방에는 창문이 없다. 아니, 있기는 있는데 없는 것과 같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공간이어서, 이미 해가 뜨고도 남았을 시간인데 여전히 어둡다.

침대 옆에 있는 스위치에 손을 대자 방이 금세 밝아졌다. 그리고, 근처 어딘가에 던져 놓았을 리모컨을 찾았다. 잠깐 헤맸지만, 금세 베개 밑에 있는 리모컨을 찾을 수 있었다. 텔레비전을 켜면, 이 방이 외부와 연결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보지 않더라도 늘 텔레비전을 켜 놓으며,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일도 텔레비전을 켜는 일이다. 침묵을 깬 텔레비전에서 뉴스가 흘러나왔다.

"어젯밤 오림시의 한 주택가에서 또 한 명의 희생자가 나왔습니다. 피해자는 40대 중반의 남성으로 정확한 신원은 확인 중에 있습니다. 현장은 현재 경찰에 의해 통제되고 있으며, 피해자의 신원이 확인된 후에 부검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경찰은 최근 발생한 두 건의 살인사건과 동일한 범인에 의한 소행으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시민들은..."


9월 23일 금요일 오후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믿지 않을 수가 없게 됐네."

편의점 앞 테이블에 앉아 맞은편에 있는 아이를 향해 말했다.

"지난번에는 안 믿어줘서 미안해. 근데 너무 믿기 어려운 얘기였으니까 너도 이해해 줘."

그렇게 말하며 따뜻한 캔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니까, 사람이 죽기 전에 어떤 냄새가 난다는 말이지? 다른 사람은 맡지 못하고, 너만 맡을 수 있는 냄새가."

아이는 아무 말이 없었다. 아이가 한 얘기가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혹시 이 아이가 사건과 관련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아이는 정말로 누군가 죽는 것을 막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마 아는 것이 있었다면 다 얘기했을 것이다.

"만약에 다음에 또 그 냄새가 나면 다시 알려줘. 그때는 나도 무언가 해볼 테니까. 어쩌면 범인을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네."

아이가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자, 여기 명함에 내 전화번호 있으니까, 냄새가 느껴지면 바로 연락하고."

그렇게 말하면서, 가짜 기자 행세를 하며 사용했던 명함 하나를 아이에게 건네줬다.


10월 11일 화요일 오후


"또 냄새가 난다는 말이지?"

"네. 또 냄새가 나요."

지난번 사건 이후로 한동안 잠잠했다. 경찰의 수사가 강화되었기 때문에 범인 입장에서도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그런데, 또 일을 벌이려는 모양이다.

"그래, 아저씨가 미리 준비해 둔 게 있어. 어차피 경찰은 냄새 같은 거 얘기해 봐야 믿지도 않을 거야."

그렇게 말하면서 아이에게 종이봉투를 하나 건넸다.

"이 봉투 가지고 오림 경찰서로 가. 가서 제일 먼저 보이는 경찰 아저씨한테, '어떤 아저씨가 이거 경찰서에 전해달래요.'하고 건네줘."

아이가 봉투를 건네받았다.

"범인이 쓴 것처럼 꾸민 거야. 경찰이 무시하기 어렵게 적어놨으니까, 적어도 오늘 순찰은 더 강화될 거야. 전화로 하는 것보다 너 같은 아이가 전달하면 더 무시하기 어려울 테고."

"경찰 아저씨가 물어보면 어떻게 해요?"

아이가 약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어떤 아저씨가 지금 여기서 심부름값 주면서 부탁했다고 해. 어떻게 생겼냐고 물어보면, 모자랑 마스크 쓰고 있어서 잘 못 봤다고 말하고. 내가 지금 실제로 너한테 부탁하고 있는 거니까, 더 물어보면 지금 네가 보고 있는 대로 말해도 돼."

"네."

"그리고 경찰 아저씨가 돌아가도 된다고 하면 집에 가 있어. 오늘 밤은 좀 위험하니까."

"네."

"그래, 아저씨도 아저씨 나름대로 노력해 볼게. 범행도 막고, 이왕이면 범인도 잡을 수 있게."

"네."


10월 11일 화요일 저녁


범인인 척 경찰서에 메시지를 보낸 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경찰의 순찰이 이전보다 더 강화된 것 같다. 순찰하는 횟수도 늘어난 것 같고, 순찰하는 경찰도 많아졌다. 그 때문에 범인이 범행을 포기할 수도 있지만, 계획과 실행을 중요시하는 놈이라면 이런 상황에서도 범행을 저지르려고 할 터였다. 게다가 한동안 범행이 없었으니, 놈이 느끼는 갈증도 심할 것이다.

어차피, 범인을 잡지 못하면 오늘이 아니더라도 사건은 또 벌어질 것이다. 차라리 오늘 같은 날 무리해서 범행을 저지르려고 할 때 놈을 잡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일 수 있다. 그래서, 범인의 입장에서 범행을 저지르기 좋은 곳을 살펴보고 있다.

경찰의 순찰은 범인이 숨어있기 좋은 대현동과 사건이 벌어진 동네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오늘 놈이 범행을 벌인다면 그곳은 피할 것이다. 그러면서 인적이 드문 곳, 그리고 CCTV가 없는 곳을 찾을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도 필요할 것이다. 숨어서 기다리다가 지나가는 사람을 덮치는 것이 놈의 패턴인 것 같으니까.

이곳, 죽림동이 그런 곳에 해당한다. 죽림동은 대현동과는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다. 사건이 벌어졌던 동네들과도 거리가 있다. 그래서 순찰이 강화되지 않았다. 그리고, 원래 공장들이 있던 곳이라 인적이 드물다. 반면, 놈이 몸을 숨기고 있을 만한 곳은 여러 군데 있다. 죽림동은 시청이 있는 지역과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 사이에 위치해 있는데, 두 지역 사이의 거리가 꽤 멀어 보통은 차로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간혹 걸어서 죽림동을 가로지르는 사람들이 있다. 놈에게는 최적의 범행 대상인 것이다.

죽림동이라고 해도 큰 도로에 가까운 곳은 위험 부담이 있어서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놈이 범행을 벌일 장소는 큰 도로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곳, 그러면서 사람이 가끔 지나다닐 만한 곳이다. 그중에서도 드문드문 가로등이 있어 마음을 놓고 방심하게 만드는 곳, 바로 내가 지금 서 있는 이런 곳이 놈에게는 최적의 장소일...


10월 12일 수요일 오전


"또다시 한 사람의 희생자가 나왔습니다. 희생자는 20대 후반의 남성으로..."

아이는 멍한 표정으로 기차역 대합실에 있는 텔레비전을 바라보고 있었다. 텔레비전에는 아이가 알고 있는 사람의 얼굴이 나오고 있었다. 역내 방송은 새로운 기차가 도착하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고, 사람들은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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