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리더가 요구되는가
실무를 잘하는 것과 리더를 잘하는 것은 다르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실무 역량이 뛰어난 사람에게 함부로 리더의 역할을 맡기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한다. 프로 스포츠만 봐도, 선수로서는 뛰어났지만 감독으로서는 그렇지 못한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런데, 단순히 실무자와 리더라는 두 가지 역할을 놓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리더에게 요구되는 역할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 스포츠 감독에 어울리는 사람과 대기업 조직장에 어울리는 사람은 다를 수 있고, 방송 프로그램의 프로듀서에 어울리는 사람은 또 다를 것이다. 물론, 리더에게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역량도 있다. 하지만, 그것 만으로는 조직에 적합한 리더를 정확히 정의하기 어려운 것이다.
커다란 조직의 중간 관리자라면 보통 '시스템 운영자'의 역할이 요구될 것이다. 조직이 커지면 복잡도가 올라가고,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아진다. 따라서, 안정적인 조직 운영을 위해 시스템에 의존하게 되는데, 이런 시스템이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중간 리더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조직이 시스템을 운영하는 목적을 잘 이해해야 하고, 그 시스템 안에서 팀이 가지고 있는 역할과 책임을 잘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팀의 활동을 예측 범위 안에서 안정시키는 것이 상당히 중요할 것 같다. 물론, 융통성이 필요할 때도 있겠지만, 융통성도 안정적인 시스템 운영 위에서 발휘해야 의미가 있을 것이다.
오랜 기간이 걸리는 프로젝트의 리더라면 '에너지 관리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특히, 게임 제작처럼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프로젝트라면, 마치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것 같은 기분을 구성원들이 느낄 수 있다. 처음에는 열정을 가지고 시작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열정은 식고 불안이 커지는 것이다. 따라서, 리더는 구성원의 사기를 북돋고, 구성원의 에너지가 고갈되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 동기를 부여하고 유지하는 데 힘써야 하며, 구성원의 업무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를 적절히 제거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사업을 개척하는 조직의 리더라면 '창의성 수호자'의 역할이 필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증강 현실을 이용해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자 한다면, 기존의 서비스 문법을 벗어난 영역까지 사고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이때 리더 자신이 창의적인 생각을 떠올리는 것도 좋겠지만, 구성원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다. 열린 자세로 어떤 의견이든 편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창의성을 발휘하는데 도움이 되는 자원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레드 오션에 출시할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조직의 리더라면 '방향 지시자'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시장의 선택을 받으려면, 시장의 현재를 이해하고 시장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제품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영화감독이나 게임 프로듀서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데, 경쟁작이 많은 만큼 작은 차이가 제품의 성패를 결정하게 된다. 따라서, 최종 의사결정자인 리더에게 시장을 보는 통찰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 밖에도 상황에 따라 리더가 수행해야 하는 역할은 다양하게 있을 것이다. 때로는 한 가지 역할에 집중해야 할 때도 있고, 때로는 두 가지 이상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할 때도 있다. 중요한 건, 조직에 필요한 리더를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그에 걸맞은 사람에게 리더의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리고 개인으로서도, 단순히 자신이 리더에 적합한가 적합하지 않은가를 따지기 보다, 어떤 역할의 리더가 자신에게 잘 맞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래야 자신에게 잘 맞는 역할을 찾아서 수행할 수 있고,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다른 사람을 통해 채울 수도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