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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May 15. 2023

인재를 끌어들이는 수단

게임 업계에 오래 몸 담으면서 수도 없이 들었던 말이 있다. 바로 '사람이 없다'는 말이다. 때로는 프로그래머가, 때로는 아티스트가, 때로는 프로젝트를 이끌 프로젝트 리더가 부족하다. 그래서 인맥을 활용하여 사람을 구하기도 하고, 어디선가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을 거라는 소문이 돌면 재빠르게 이력서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생기기도 한다. 


사실, '사람이 없다'는 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더 정확한 표현은 '만족스러운 역량을 가진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소위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말이다.


좋은 역량을 가진 '인재'는 대부분의 회사가 탐내는 사람이다. 말하자면, 회사가 확보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자신이 가고 싶은 곳을 골라서 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재로부터 선택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인재로부터 선택받을 만한 이유를 회사가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것들로 인재에게 매력을 어필할 수 있을까?


인재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가장 흔한 매력은 바로 보상이다. 실제로, 몇 해 전 인재를 확보하고 보존하기 위해 여러 회사들이 연봉 인상 랠리를 벌인 적이 있었다. 당시 연봉 인상 랠리를 주도했던 회사들은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는데, 무조건 직전 회사 연봉의 150%를 준다거나, 1억 원 상당의 스톡을 부여한다거나 하는 것들이었다. 아무리 워라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이런 조건이라면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이런 사건은 거의 일회성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업계에서 최상위권의 연봉 테이블을 가지고 있기만 하면 인재의 확보와 보존에 있어 항상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돈으로 인재를 끌어들이는 것은 대부분의 회사에게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인재에게 매력을 어필할 다른 수단이 있어야 하는데, 그중 하나가 '성장'이다. 뉴욕 양키스나 맨체스터 시티 같은 프로 스포츠팀을 생각해 보자. 돈으로 좋은 선수를 언제든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내부에서 선수를 키워내는 것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 게다가 그런 팀은 특급 유망주를 확보하는 데도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이미 역량을 인정받은 사람이 아니면 그 팀에 합류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따라서, 아직 블루칩으로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성장의 요람이 되어줄 다른 팀이 필요하다. '성장'을 매력으로 가지고 있는 회사는 이런 인재들을 확보할 수 있다.


회사는 구성원들이 성장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성장에 대한 욕구가 강한 사람일수록, 구성원의 성장에 적극적인 회사를 원할 것이다. 결국, 구성원을 성장시키는 데 비용을 투자하는 회사가 성장에 대한 욕구가 강한 구성원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성장시킨 구성원이 좋은 대우를 받고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아쉬워할 일이 아니라 오히려 축하해야 할 일이다. 그런 사례가 많아질수록 회사가 구성원을 성장시킨다는 평판을 얻게 되고, 그러면 성장에 대한 욕구가 강한 인재들이 더 많이 모여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장욕이 강한 인재들이 모여드는 회사는, 마찬가지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


인재를 끌어들이는 매력에는 '자부심'도 있다. 어떤 회사에 다닌다는 것이 그 사람에게 일종의 '자랑거리'가 되는 것이다. 구글에 다니는 사람 중에는 보상이 좋아서 다니는 사람도 있겠지만, '구글 직원'이라는 것이 만족스러워서 다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회사가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면 그 이미지로도 사람을 끌어당길 수 있다. 좋은 이미지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시대를 이끌어 나간다는 이미지도 있고, 선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도 있다. 한편, 이미지가 아니라 '하는 일'이 구성원에게 자부심을 느끼도록 해주는 경우도 있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내비게이션을 만드는 일 같은 것들이 그런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스타트업에 참여하는 사람들 중에는 스타트업이 가진 비전에 공감하여 참여하는 사람들이 있다. 커다란 기업에서는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도 어렵고, 프로젝트가 성공해도 인생을 바꿀만한 보상은 잘 주어지지 않는다. 반면, 스타트업에서는 주도적인 역할을 맡을 수도 있고, 스타트업이 큰 성공을 일구었을 때, 그것이 개인의 성공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그래서, 큰 꿈을 가지고 있는 인재들이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경우가 있다. 다만, 스타트업의 성패는 경쟁 상황과 투자 분위기에 많이 좌우되기 때문에, 주변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어지간한 비전으로는 사람을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좋은 문화도 인재를 끌어들이는 매력이 된다. 직장은 사람들의 삶에서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서, 불행한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은 행복한 삶을 누리기가 어렵다. 그리고, 행복한 직장 생활은 대체로 직장에 좋은 문화가 있을 때 가능하다. 특히, 직장 생활에서 쓰라린 경험을 많이 한 사람일수록, 좋은 문화를 가진 회사를 선호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좋은 문화의 장점 중 하나는 '선순환'을 만든다는 것이다. 문화라는 것은 결국 사람이 형성하는 것이다. 좋은 문화가 그 문화에 적합한 사람을 끌어들이고, 그런 사람이 모이면 좋은 문화가 더욱 강화된다. 그리고 좋은 인재를 끌어당기는 힘이 더 강해지는 것이다. 이런 선순환 덕분에, 좋은 문화는 오랜 기간 회사의 매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도 하다.


매력적인 사람 주변에는 사람이 모인다. 매력적인 회사에도 좋은 인재가 모인다. 좋은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는 것은, 좋은 사람이 없어서라기보다 회사가 좋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매력을 갖지 못해서 일 가능성이 더 높다. 고객을 끌어당기기 위해 제품과 서비스의 매력을 고민하듯이, 좋은 구성원을 확보하기 위해 조직의 매력에 대해 충분히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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