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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Jun 05. 2023

재택근무에 대해

코로나로 인해 많은 회사들이 재택근무를 실시했다. 그러다가 코로나가 어느 정도 극복되고 나니, 대부분의 회사가 재택근무를 철회하거나 축소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이지만, 몇몇 회사에서는 구성원들의 반발이 생각보다 크게 나타났다. 재택근무에는 분명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지만, 단순히 장단점을 비교해 좋다 나쁘다를 평가하기에는 조금 애매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재택근무가 구성원들에게 환영받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큰 이유 하나는 바로 출퇴근 시간의 절약에 있을 것이다. 많은 회사들이 강남이나 판교 같은 '비싼' 지역에 위치해 있고, 따라서 많은 직장인들이 회사로부터 먼 지역에 살면서 출퇴근에 많은 시간을 소모하고 있다. 나의 경우, 지금은 출퇴근에 1시간 40분 정도를 소모하고 있고, 가장 심했을 때는 하루에 4시간 가까이 사용한 적도 있다.


그런데, 이런 출퇴근 시간에 대해 회사는 그다지 공감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회사가 급여를 지불하는 근로 시간에는 출퇴근 시간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출퇴근에 한 시간이 걸리든, 세 시간이 걸리든, 그것은 근로자 개인의 문제일 뿐 회사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반면, 회사의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업무 집중도'다.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의 업무 집중도에 대해 객관적으로 측정된 것은 없지만, 내 경험으로도 확실히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것이 업무에 더 잘 몰입된다. 물론, 여기에는 개인차가 있을 수 있다. 직장에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많으면 오히려 집에서 일하는 것이 더 높은 업무 효율을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다. 과연 구성원의 업무 집중도가 프로젝트의 성패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내가 성공하는 프로젝트와 실패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를 진행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몸 담았던 프로젝트들과 관찰한 프로젝트들을 떠올려 보면, 구성원들이 열심히 일하지 않아서 실패하는 프로젝트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보다는 리더십의 실패가 프로젝트의 실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게임은 성공하는 게임보다 실패하는 게임이 훨씬 많다. 게임 회사가 게임을 5개 만들어서 1개라도 성공하면 꽤 괜찮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수많은 실패작들 중에 구성원의 업무 집중도가 떨어져서 실패한 게임은 몇 개나 있을까 싶다. 그보다는 '이런 게임을 만들면 성공할 거야'라고 생각한 것이 틀려서 실패한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생산성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의사결정의 품질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회사의 성공에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인력을 '비용'으로 보기 때문에 그 '효용'을 올리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성공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사실 다른 곳에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재택근무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회사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고객을 대상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해 본 회사라면, 고객의 경험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판단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예전이라면 음식을 배달시키면서 배달비 3,000원을 내는 것이 아깝다는 사람이 많았겠지만, 지금은 그 정도 배달비는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코로나로 인해 배달비를 내더라도 배달을 이용했던 사람들이, 코로나의 영향에서 벗어나서도 그 정도 배달비는 합당한 비용으로 인정하게 된 것이다.


재택근무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이전에는 재택근무를 경험해 본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경험하게 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근무 형태에 대한 가치 판단에도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회사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이지만, 새로운 경험을 한 사람은 예전으로 돌아가 지지가 않는다.


모든 회사가 재택근무를 철회하게 되면, 근로자도 결국 사무실 근무에 적응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몇 해 전 있었던 인력 유입 경쟁이 다시 벌어지면, 재택근무가 인력을 끌어당기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혹은 코로나 같은 이슈가 다시 벌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따라서, 근무 형태와 상관없이 구성원의 성과를 측정하고 관리하는 것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회사의 성공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역량을 높이는 데 집중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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