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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Jun 26. 2023

사자와 여우

직장인을 위한 이솝우화

태어나서 사자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여우가 숲에서 우연히 사자를 만나게 되었다. 여우는 사자를 보자마자 최고 속도로 가까운 은신처를 향해 달렸다.

여우가 두 번째로 사자를 보았을 때, 그는 나무 뒤에 숨어 사자를 잠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사라졌다. 하지만, 세 번째로 사자를 만났을 때, 여우는 용감하게 사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털끝 하나 까딱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안녕, 늙은 사자야."




1.

어떤 리스크는 단 한 번의 발생만으로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일은 사람의 목숨을 단 번에 앗아간다. 하지만, 그 일이 자주 일어나지 않고, 특히 본인에게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절벽에서 사진 찍는 행위의 위험을 간과한다. 그리고, 그로 인해 그랜드 캐니언 같은 곳에서는 매년 추락하여 죽는 사람이 발생한다.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프로젝트에 큰 영향을 미치는 리스크는, 그것이 잘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더라도 꼭 발생할 것처럼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 한 번의 발생만으로도 프로젝트에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리스크 때문에 좌절된 프로젝트들은 관찰의 범위에서 벗어나 버리기 때문에, 발생 가능성에 대한 착시도 있을 수 있다. 전투에서 돌아온 비행기의 엔진에 피탄 자국이 없는 것은, 엔진을 맞은 비행기는 모두 추락했기 때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2.

인사를 하는 장면으로 이야기가 끝났지만, 아마 여우에게는 새드 엔딩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결말을 상상하는 이유는 우리가 사자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여우는 사자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었다. 만약, 다른 여우가 사자에 대해 미리 알려주었다면, 이야기 속의 여우는 절대 사자 곁에 다가가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이 조직에서 실패담을 숨기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프로젝트를 실패로 몰고 간 이유를 다른 프로젝트에서도 알게 한다면, 같은 실패가 조직에서 반복되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프로그래머들 간에 소통이 잘 되지 않는 조직에서는 같은 버그가 이 프로그램, 저 프로그램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반면, 소통이 잘 이루어지는 조직에서는 버그가 발견될 때마다 모든 프로그래머의 버그 생성률이 함께 낮아진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실패를 병가지상사로 여기는 조직 문화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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