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동네 아이들과 어울리다 보면 가끔씩 말다툼이 벌어지고는 했다. 놀이 규칙을 놓고 다투기도 하고, 어디서 주워들은 지식으로 누가 맞는지 다투기도 했다. 그리고, 그 다툼은 누가 맞는지보다 누가 이기느냐가 더 중요했다. 그래서, 내가 틀린 것 같아도 쉽게 인정하지 않았다. 틀린 것을 인정하는 순간 지는 것이므로.
그런데, 비슷한 일이 어른들의 세계에서도 벌어진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다만, 그 양상은 아이들의 세계와 약간 달랐다. 아이들은 지는 것이 싫어서였다면, 어른들은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기 싫어서인 것 같았다. 그래서, 틀린 것을 인정해야 하는 상황을 아예 피하는 경우가 많았다. 침묵을 선택하는 것이다.
틀렸음을 인정하기 힘든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집단생활을 하는 존재에게는,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이 어려운 일일 것이다. 따라서, 틀린 것을 인정하는 태도는 연습과 훈련을 통해 획득해야 하는 것에 속한다. 그런데, 우리는 성장 과정에서 틀린 것을 인정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그보다는 틀리지 않는 것에 몰입했다. 그러다 보니 틀린 것을 부끄러워하고, 틀린 것을 들키지 않으려 하는 성향이 오히려 강해진 것 같다.
세상에 틀리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스티브 잡스는 잘못된 리더십으로 애플에서 쫓겨나다시피 했다. 마이클 조던은 야구도 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틀렸다. 토마스 에디슨은 천 번도 넘게 틀리고 나서야 오래 지속되는 전구를 발명할 수 있었다. 이들은 틀리지 않는 사람이 아니었다. 틀린 것을 인정하고 수정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우리가 위대하다고 인정하는 사람들도 많이 틀린다. 단지, 틀린 것을 부끄러워하기보다 그것을 인정하고 올바른 선택을 다시 찾는 것에 집중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니 도전을 주저하지 않고, 틀린 것을 알았을 때는 그것을 거침없이 수정하니, 결국 원하는 목적지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비단, 개인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조직도 틀린 것을 인정할 줄 아는 조직이 성공에 더 빨리 다가간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자신들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은 일본군은 미군에게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었다. 반면, 중동 전쟁에서 이스라엘군에게 치명적인 패배를 당했던 이집트군과 시리아군은, 자신들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고 수정한 후에 반대로 이스라엘군을 절체절명의 위기까지 몰아붙이는 데 성공했다.
게임을 만들고 나면 서비스를 개시하기 전에 테스트를 먼저 한다. 만드는 과정에서도 많이 하지만, 다 제작한 후에는 가능한 모든 상황에 대해 포괄적인 테스트를 실시한다. 이때 어떤 사람들은 문제가 별로 없기를 바란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나는 테스트 과정에서 문제가 많이 발견되기를 바란다. 게다가 이왕이면 치명적인 문제가 발견되기를 희망한다. 테스트 과정에서 발견되고 수정된 문제가 많을수록, 실제 서비스 과정에서는 문제가 잘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커리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기간을 프로그램 테스트 과정에 비견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시기의 구성원이 완성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당연히 부족하고, 당연히 실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만큼, 이 시기의 구성원이 틀리는 것에 대해서는 대체로 관대하게 받아들인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많이 틀려도 된다. 아니, 많이 틀리면 오히려 좋다. 많이 틀리고 많이 수정하면, 이 시기를 지났을 때 훨씬 더 완성되어 있는 상태가 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어떤 관계를 형성하느냐에 따라 직장 생활의 질이 크게 달라진다. 사람에 따라서는 관계를 멀리하고 자기 할 일만 신경 쓰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현실이 그렇게 놔두지를 않는다. 특히, 승진도 하고 싶고 연봉도 높이고 싶은 사람이라면 관계를 무시할 수 없다.
관계의 기본은 내가 동료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인식되는 가에 있다. 내가 실제로 가지고 있는 모습보다 동료들에게 인식되는 모습이 관계의 바탕이 된다. 따라서, 좋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관계를 맺어도 좋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런 인식은 단순히 말로 주장해서 획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어떤 행동이나 태도를 통해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인식을 만들어 줄 수 있는 태도 중 하나가 바로 틀린 것을 인정하는 태도다.
틀린 것을 인정하는 것은 누구나 좋게 생각하는 태도다. 하지만, 막상 실행하기는 쉽지 않은 태도이기도 하다. 특히, 직장 생활의 빌런들에게서는 거의 관찰되지 않는 특성이다. 따라서, 틀린 것을 인정하는 태도는 그 사람이 최소한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신호를 주며, 나아가 존경할 만한 점을 가진 사람일 수 있다는 표식이 되어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틀린 것을 인정할 줄 아는 사람에게 대체로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는데, 이것은 커리어를 시작하는 사람에게 큰 힘이 된다.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틀리는 것은 흠이 아니다. 틀린 것을 알고도 인정하지 않고 수정하지 않는 것이 흠이다. 틀릴까 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안전한 구역에만 머물려 하는 것이 흠이다. 많이 말하고, 많이 행동하고, 많이 틀리자. 그리고, 틀린 것을 수정하자. 그럴수록 더 많은 동료와 조직이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어 갈 것이다.
좋은 리더와 조직은 틀린 것으로 사람을 폄하하지 않는다. 틀린 것을 대하는 태도로 사람을 평가한다. 만약, 지금 있는 팀의 리더가 그런 사람이라면, 그 리더와 함께 하며 많이 틀려 보자. 반대로, 리더가 틀린 결과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어디 더 좋은 리더가 없는지 한 번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1. 틀리지 않는 사람은 없다.
위대함을 인정받는 사람들은 틀린 것을 인정하고 수정하는 사람들이었다.
틀린 것을 인정할 줄 아는 조직이 더 빨리 성공에 다다른다.
2. 틀린 것이 많으면 오히려 좋다.
초반에 많이 틀리고 수정할수록, 나중에 더 완성된 모습을 갖게 된다.
3. 틀린 것을 인정하는 사람에게 호의적이다.
사람들은 좋은 사람과 가까이하고 싶어 한다.
틀린 것을 인정하는 태도는 좋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주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