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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Aug 07. 2023

방탕아와 제비

직장인을 위한 이솝우화

돈을 잘 써 친구들 사이에서 매우 인기 있는 한 청년이 있었다. 그는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재산을 빠르게 소모했다. 그러던 어느 맑은 봄날, 그는 재산을 다 탕진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에게는 이제 옷 한 벌 살 돈도 없었다.

그날 아침에는 친구들을 만날 예정이었다. 그는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 궁리하고 있었다. 그때, 제비 한 마리가 유쾌하게 지저귀며 날아갔다. 제비를 본 청년은 여름이 왔다고 생각하고 서둘러 옷가게로 갔다. 그리고, 가벼운 튜닉 차림 외의 옷을 전부 팔아버렸다.

며칠 뒤, 날씨가 급변하여 심각한 한파가 몰아쳤다. 추위에 벌벌 떨던 청년은 며칠 전 봤던 제비가 불행하게도 죽어있는 것을 목격했다. 청년은 제비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형편없는 새 같으니라고! 네 덕분에 나는 얼어 죽을 지경이야."




1.

제비 한 마리를 보고 성급하게 여름이 왔다고 판단하게 된 것은, 돈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조급함에서 기인한 것이다. 조급함은 눈앞의 문제에 시야를 가둬버리고, 주변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자신이 희망하는 방향으로 해석하도록 만든다. 따라서,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는 가급적 시간에 쫓기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만약, 어쩔 수 없이 시간에 쫓겨 결정해야 한다면, 마음이 가는 선택과 반대되는 선택에 대해 일부러라도 깊이 고찰해봐야 한다. 더불어, 누군가 나에게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으려 한다면, 그 사람에게 어떤 저의가 있는지 한번 살피는 것이 좋을 것이다.


2.

근본적인 문제는 제비도 아니고 한파도 아니다. 바로 재산을 빠르게 탕진해 버린 청년의 생활 습관이다. 자신을 위기에 빠뜨리는 근원을 알지 못하면, 고난을 지연시킬 수는 있어도 예방하기는 어렵다. 고난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아예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3.

일을 하면서 모든 것을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기는 어렵다.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나보다 좋은 판단을 하는 사람이 존재할 수 있다. 그래서, 때로는 다른 사람의 판단에 의존하여 행동을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행동에 대한 책임이 그 사람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판단은 그 사람이 했지만, 그 판단을 선택한 것은 나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판단에 따르기로 한 것은 나의 결정이며, 따라서 결과에 대한 책임은 내가 가지고 가야 한다. 물론, 열심히 통찰을 쌓아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을 넓히는 것이 더 바람직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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