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는 암스테르담이겠지만, 아이들에게 네덜란드는 풍차가 연상되는 나라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유럽을 여행할 때 풍차가 있는 네덜란드 마을을 여행지에 포함시켰다. 네덜란드에는 풍차를 테마로 가지고 있는 마을이 여럿 있는 것 같은데, 그중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 잔세스칸스다. 아무래도 암스테르담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오기 편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풍차로 유명한 마을답게 역에서 내려 걸어가다 보면 금방 풍차가 보인다. 다만, 풍차의 개수가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다. 총 8개 정도의 풍차가 있는데, 그 정도 개수만으로도 구경하기에는 충분했던 것 같다. 전성기에는 500개의 풍차가 있었다고 하는데, 풍차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마을을 상상하니 마치 지금의 공장지대와 같은 느낌이 아니었을까 생각되었다.
풍차들 중에는 입장이 가능한 풍차도 있었다. 내부에 크게 대단한 것이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풍차에 들어가 볼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지금의 기계들에 비하면 단순한 구성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당시에는 커다란 기술적 발전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서도 매우 중요한 시설로 다루어지고 있다.
풍차도 풍차지만 전원적인 풍경 자체가 매우 좋은 마을이었다. 강변을 따라 늘어선 집들의 풍경도 아름다웠고, 넓은 들판과 푸른 하늘,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도 인상적이었다. 마을 여기저기에는 여러 동물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풍경에 여유와 한가로움을 더해주고 있었다.
잔세스칸스에는 치즈 공장과 나막신 공장이 있다. 치즈 공장은 구경하지 못하고 치즈를 팔고 있는 가게만 들어가 봤는데, 치즈 종류가 그렇게 많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던 것 같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치즈를 잘 먹지 않는 편인데, 시식용 치즈를 몇 개 먹어보고 나서 바로 치즈를 구매했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겠지만, 내가 먹어본 치즈 중에서는 지금까지도 가장 맛있었던 것 같다.
나막신 공장은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바깥에 전시되어 있는 커다란 나막신도 재미있었고, 안에 진열되어 있는 나막신들도 볼만했다. 무엇보다, 나막신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여주는 것이 좋았다.
잔세스칸스는 반나절이면 돌아볼 수 있는 마을이다. 실제로 암스테르담과 묶어서 하루 코스를 계획하는 여행자들이 많다. 하지만, 전원 풍경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하루 종일 머물러도 나쁘지 않은 마을인 것 같다. 나도 아이와 함께 간 것이 아니었으면, 천천히 돌아보면서 하루를 즐겼을 것 같다. 해외여행을 하면 보통 대도시 위주로 다니게 되는데, 가끔은 이런 한적한 곳을 다녀보는 것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