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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Oct 20. 2023

건축 박물관 프라하에서의 이틀, 둘째 날

첫째 날은 잠을 거의 못 잔 상태에서 돌아다녔지만, 둘째 날은 잠을 푹 자고 시작했다. 그래서 걸어 다니기 쉬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길이 전부 돌바닥이라 그런지 이날도 발이 무척 고생했다. 원래 둘째 날 일정에 페트르진 전망대가 있었는데 생략하기로 했다. 프라하에 와서 보니, 건물 사이사이를 걸어 다니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일상적인 풍경도 보는 재미가 있다.>


숙소를 나서서 제일 먼저 간 곳은 가까운 곳에 있는 중앙우체국이었다.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엽서를 부치고 나서 이 날의 일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목적지를 향해 가는 중에 프라하의 일상적인 풍경을 감상했다. 유명한 장소들을 보는 것도 멋진 일이지만, 낯 선 도시의 일상적인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나에게는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교회 안에는 장식과 그림이 많다.>


말라스트라나 광장에는 성 미쿨라세 성당(Chram sv. Mikulase)이 있다. 프라하에는 세 개의 미쿨라세 성당이 있는데, 그중 가장 역사가 깊고 건축학적으로도 인정을 받고 있는 성당이라고 한다. 1787년에는 모차르트가 이곳에서 2500개의 파이프가 달린 오르간을 연주했고, 그의 사망 후에는 장례 미사가 열리기도 했다.


유럽에는 화려한 교회가 많이 있다. 어떤 사람은 가장 웅장한 교회 하나만 보면 나머지는 볼 필요가 없다고 하는데,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작은 교회부터 보고 점점 크고 화려한 교회를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볼 때마다 감탄을 하게 될 테니까.


<특색있는 공예품이 많이 있었다.>


성당을 나와서 네루도바(Nerudova) 거리를 올라갔다. 1857년까지 주소가 없었기 때문에 각각의 집에는 장식을 붙여서 번지수를 대신했다고 한다. 지금은 번지수가 붙어있다. 길 왼편은 홀수번지 오른편은 짝수번지이다. 공예품을 파는 가게가 많은데, 색다르면서도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많아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나들이 나온 주민들도 많고, 관광을 온 여행객도 많았다.>


스트라호프 수도원(Strahov Monastery)은 1140년에 건축되었으나 전쟁과 화재 등으로 소실된 뒤 17~18세기에 다시 지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중세부터 근대까지의 건축 양식이 혼재되어 있다. 영화 아마데우스의 촬영지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갤러리와 도서관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갈 수 있으며 도서관 내에서 사진 촬영을 하려면 별도의 촬영권을 구매해야 한다.


<우측 사진은 유럽의 지도다.>


스트라호프 수도원에는 도서관이 있다. 1783년에 모든 수도원을 해체하라는 명령이 있었는데, 스트라호프 수도원은 연구 기관으로 지정되어 해를 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수도원의 기능과 문학박물관의 기능을 함께 하고 있다. 소장 도서 규모가 상당한데, 공상과학소설만 해도 5만 권 정도가 있다고 한다. 도서관에는 책뿐만 아니라 옛날 물건들도 일부 전시되어 있다. 사슬 갑옷을 여기서 처음 봤는데, 개인적으로 판금 갑옷보다 사슬 갑옷이 훨씬 멋있어 보였다.


<종이 만들어내는 연주가 상당히 아름답다.>


수도원에서 조금 걸어가면 로레타 성당이 있다. 로레타 성당은 1626년에 지어졌으며, 1694년에 페터노이만이 만든 27개의 종이 매시 정각에 마리아의 노래를 연주한다. 1분 정도 연주하는데, 소리가 상당히 맑고 청아하다. 로레타 성당은 종교 개혁 이후 신교도와 구교도 간의 대립이 이어지자 구교도의 승리를 기원하는 바람으로 만든 성당이라고 한다.


2층에는 보물 전시실이 있다. 왕관과 예배용 성구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유명한 '프라하의 태양'도 있다. 콜로브라트 백작부인이 자신의 드레스에 박혀 있던 보석을 기증하여 1699년에 제작했다는 12Kg의 성채 대이다. 총 6,222 개의 다이아몬드로 장식되었다고 한다.


<우측 사진이 '성모의 집'이다.>


천사장 가브리엘이 마리아 앞에 나타나 예수 잉태를 예언한 곳이 산타카사라 불리는 '성모의 집'이다. 전설에 의하면 나사렛에 있던 성모의 집은 1291년 터키 침공을 피해 네 천사에 들려 하늘을 날아 1294년 이탈리아 로레토로 옮겨졌다고 한다. 로레타 성당은 마당 중앙에 '산타카사'라는 독특한 예배당을 세우면서 이탈리아에 있는 산타카사의 원본을 그대로 재현시켜 로레타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내부에 들어갈 수 있는데 문 이외에는 모두 철저히 막혀있어 내부는 상당히 어두웠다.


<성문 맞은 편에서는 간혹 길거리 공연도 한다.>


프라하 성(Prazky Hrad) 정문이다. 양쪽의 위협적인 동상은 오스트리아 왕가가 체코를 지배할 당시 그들의 힘을 과시하고자 세운 동상이라고 한다. 억압받던 시대의 상징물을 철거하지 않고 두는 것은 그 시절의 아픔을 잊지 않기 위한 것 같다.


성 안으로 들어가면 작은 광장이 나오는데, 이 광장 한편에서 관람권을 팔았던 것 같다. 관람권은 몇 가지 등급으로 나뉘는데, 나는 성비투스 성당과 성이르지 교회, 황금소로를 관람할 수 있는 중간 금액의 관람권을 구매하였다. 성당이나 건물 안에 들어갈 것이 아니라면 성 관람은 무료였던 것 같다. 야간에 와도 매우 멋지다고 하는데 야간에 와보지는 못했다.


<시가지를 내려다보는 프라하성의 위용>


프라하성은 체코를 대표하는 상징이면서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거대한 성이다. 9세기말부터 건설되기 시작해 14세기에 지금과 비슷한 모습을 갖추었고, 이후에도 여러 양식이 가미되면서 변화하다가 18세기에 현재와 같은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시작부터 최종 완성까지 900년 정도가 걸린 셈이다. 1918년부터는 대통령 관저로 사용되고 있다. 영화 촬영지로도 간혹 사용되는 것 같은데, 미션임파서블 4의 크렘린궁은 사실 이 프라하성이었다고 한다.


<최대한 뒤로 가서 찍은 사진이 저 정도였다.>


성비투스 성당(Katedrala svateho Vita)의 정면이다. 너무 커서 한 샷에 담기가 어려웠다. 성 비투스는 300년 무렵 끓는 가마솥에 던져진 성인이라고 한다. 체코 최대의 성당이며 대주교 성당이다. 925년에 건축을 시작하여 1929년에 완공되었다.(무려 천년!!) 시대별로 다른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것이 특징이며,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네오고딕 순으로 내외부가 장식되었다. 내부에는 여러 명의 체코 왕, 성자, 영주, 귀족, 대주교들의 유골이 안치되어 있다.


정문 위쪽에 성당의 공사감독과 건축가를 장식해 놓았다. 왼쪽에 보이는 검은 조각상은 가고일이다. 성당 외부에 많은 가고일 조각상이 있다. 주로 성당에서 튀어 나가면서 무언가 뱉어버리는 모습인데, 기도하면 정화된다는 의미라고 한다. 입안을 헹구는 제품의 이름이 여기서 유래했다고 한다.


<실제로 보면 훨씬 경이롭다.>


성당 내부에는 여러 가지 장식과 그림들이 있었다. 하지만, 가장 시선을 끌었던 것은 다양한 양식의 스테인드글라스였다. 스테인드글라스를 처음 보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 성당의 작품들을 보니 그동안 본 것은 애들 장난처럼 느껴졌다. 실물로 보면 빛이 느껴져서,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아름답다. 여행 중에 다른 성당들도 많이 봤지만, 스테인드글라스는 여기가 가장 아름다웠던 것 같다.


<이 정도 크기의 성당을 유지보수하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겠다.>


사암(sandstone)은 모래알이 모여 뭉쳐진 것이 굳어져서 이루어진 암석으로, 성당 등의 건축재료로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암은 흰색에서 검은색으로 변하는 특성이 있으며, 이 때문에 성비투스 성당의 외벽도 검게 변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외벽 청소를 하게 되는데, 10여 년에 걸쳐 조금씩 닦아낸다고 한다.


<안에 들어가 보면 오래된 흔적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성이르지 교회는 10세기 전후에 세워진, 프라하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라고 한다. 아담과 이브를 상징하는 두 개의 첨탑을 가지고 있다. 내부에 들어가 봐도 소박함이 느껴지는 교회였다. 여행을 다니면서 교회 건물에서 많이 쉬었는데, 조용하고 시원해서 지친 다리를 달래는 데 아주 좋은 장소였다.


<사는 모습을 약간 엿볼 수 있다.>


황금소로(Zlata Ulicka)는 16세기에 프라하성의 보초병들이 살기 위해 지은 것으로, 1층의 높이가 1m도 채 되지 않는 작은 집이 길 양쪽에 지어져 슬럼화되었다고 한다. 나중에 왕실에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황금세공사들이 거주하게 되면서 황금소로라고 불리게 되었다. 밤에도 길은 열려 있지만, 집들은 모두 문을 닫는다.


다양한 콘셉트의 작은 방들이 있다. 기념품을 파는 집도 섞여 있는데, 다른 곳에 비해 비싼 편이다. 무기박물관이 있어 들어가 보았는데, 복도가 꽤 길었고 여러 가지 갑옷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황금소로에서 유명한 장소로는 프란츠 카프카의 작업실이 있다. 다만 대단한 것은 없고, 현재는 카프카 관련 서적이나 기념품을 팔고 있다. 최근에 젊은 세대에서 유행한 벌레에 관한 이야기가 바로 카프카의 소설 내용이다.


<평화를 향한 사람들의 열망이 느껴진다.>


존레넌 벽은 원래 수도원의 벽면이었다. 자유를 열망하는 전 세계 모든 젊은이들의 우상이었던 존레넌의 죽음을 슬퍼하면서 그의 얼굴과 글들을 남긴 것이 시작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계속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아무렇게나 막 낙서한 것이 아니라서 볼만한 것들이 꽤 있었다. 여행 경로 중간에 잠깐 들릴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한번 들려서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카를교에는 언제나 사람이 붐빈다.>


마지막으로 카를교 끝의 첨탑 전망대에 올라갔다. 여행 중에 전망대가 있으면 비교적 돈을 아끼지 않고 많이 올라갔다. 여러 각도에서 도시를 바라보는 것이 나름 재밌었던 것 같다. 첨탑 전망대에서 보는 카를교와 프라하성의 풍경도 괜찮았다.


프라하는 사람 사는 느낌이 많이 드는 도시다. 건물이며, 길이며, 소리까지도 사람의 흔적이 묻어있다. 이런 도시에서 살다가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살면 갑갑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깨끗하고, 예쁘고, 여행객에게 귀찮게 구는 사람도 없으니, 유럽에서 한 달 살기를 한다면 프라하를 한 번 생각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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