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라켄은 알프스 한 편에 위치한 작은 도시다. 인구가 5,000명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사실 도시라기보다는 마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은 도시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바로 알프스 때문이다. 이 글도 제목에는 '인터라켄'을 적고 있지만, 사실 주인공은 알프스라고 할 수 있다.
알프스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은 인상파의 그림을 처음 봤을 때와 유사했다. 책이나 인터넷에서 본 그림과 실제로 눈앞에서 본 그림의 느낌이 너무 달라서 충격적이었는데, 알프스의 풍경도 사진으로 본 것과는 너무 달랐다. 사진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그 자리에 있었다. 많은 여행지들이 맛있는 음식과 재미있는 놀이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는데, 이 정도의 압도적인 풍경을 가지고 있다면 음식이 맛없어도, 재미있는 놀이가 없어도 전혀 상관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프스외에 별다른 게 없는 곳이지만, 그래도 몇 가지 즐길거리가 존재하는데, 그중 하나가 패러글라이딩이다. 알프스에 가려면 알프스에 더 가까운 마을로 기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 기차역으로 걸어가는 중에 하늘을 유영하고 있는 패러 글라이더들을 보게 되었다. 나는 무서운 놀이기구는 타지 못하는 타입이기 때문에 패러 글라이딩도 당연히 탈 일이 없다고 여겼지만, 왠지 발 밑에 있는 풍경이 알프스라면 한 번쯤 타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알프스에 가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융프라우 정상에 올라간다. 기차를 타고 눈 덮인 산꼭대기에 오르는 것으로 알프스의 대표적인 코스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가 아직 어리다 보니 고산병의 영향이 염려되어 융프라우에 가지 않았다. 대신 우리는 해발 2000미터 정도의 코스로 하이킹을 갔다. 알프스에는 하이킹 코스가 여럿 있는데, 그중에서 비교적 쉬운 난이도의 휘르스트 코스를 선택했다.
휘르스트 코스의 하이킹은 정말 재밌었다. 옆으로 보이는 풍경이 너무 대단해서 감탄을 연발하며 걸었던 것 같다. 우리가 갔던 시기는 이제 막 꽃이 피기 시작하던 때였는데, 꽃이 다 핀 후에는 더 아름다울 것 같았다. 아니면, 눈이 많이 쌓이는 계절에 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코스 자체가 평탄하기 때문에 눈이 쌓인 상태에서도 위험한 것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나중에 혼자서 알프스를 방문할 일이 있다면, 그때도 융프라우 보다는 다양한 하이킹 코스를 체험할 것 같다.
하이킹을 마친 후에는 하더쿨룸의 전망대에 올라갔다. 이곳도 기차를 타고 올라가는 곳이다. 기억에는 걸어서도 올라갈 수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러기에는 난이도가 꽤 높은 코스라서 어지간하면 기차로 가는 것이 좋다. 하더쿨룸의 전망대에서는 인터라켄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커다란 두 개의 호수 사이에 있는 마을이라서 이름이 '인터라켄(Inter-laken)'이라고 하는데, 과연 그 이름이 실감 나는 풍경이 보인다.
풍경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사람에게는 인터라켄이 무척 심심한 도시일 것이다. 반면, 풍경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꼭 와봐야 하는 곳이 아닐까 싶다. 특히, 하이킹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알프스를 꼭 걸어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러면 적어도 10년 정도는 그 풍경이 잊히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