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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Aug 11. 2023

알프스가 있는 도시, 인터라켄

인터라켄은 알프스 한 편에 위치한 작은 도시다. 인구가 5,000명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사실 도시라기보다는 마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은 도시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바로 알프스 때문이다. 이 글도 제목에는 '인터라켄'을 적고 있지만, 사실 주인공은 알프스라고 할 수 있다.


<마을 뒷산이 알프스다.>


알프스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은 인상파의 그림을 처음 봤을 때와 유사했다. 책이나 인터넷에서 본 그림과 실제로 눈앞에서 본 그림의 느낌이 너무 달라서 충격적이었는데, 알프스의 풍경도 사진으로 본 것과는 너무 달랐다. 사진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그 자리에 있었다. 많은 여행지들이 맛있는 음식과 재미있는 놀이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는데, 이 정도의 압도적인 풍경을 가지고 있다면 음식이 맛없어도, 재미있는 놀이가 없어도 전혀 상관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 밑으로 보는 알프스의 풍경은 어떨까?>


알프스외에 별다른 게 없는 곳이지만, 그래도 몇 가지 즐길거리가 존재하는데, 그중 하나가 패러글라이딩이다. 알프스에 가려면 알프스에 더 가까운 마을로 기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 기차역으로 걸어가는 중에 하늘을 유영하고 있는 패러 글라이더들을 보게 되었다. 나는 무서운 놀이기구는 타지 못하는 타입이기 때문에 패러 글라이딩도 당연히 탈 일이 없다고 여겼지만, 왠지 발 밑에 있는 풍경이 알프스라면 한 번쯤 타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평탄한 길이 이어지는 쉬운 코스다.>


알프스에 가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융프라우 정상에 올라간다. 기차를 타고 눈 덮인 산꼭대기에 오르는 것으로 알프스의 대표적인 코스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가 아직 어리다 보니 고산병의 영향이 염려되어 융프라우에 가지 않았다. 대신 우리는 해발 2000미터 정도의 코스로 하이킹을 갔다. 알프스에는 하이킹 코스가 여럿 있는데, 그중에서 비교적 쉬운 난이도의 휘르스트 코스를 선택했다.


<알프스에 가면 꼭 하이킹을 해보기를 권한다.>


휘르스트 코스의 하이킹은 정말 재밌었다. 옆으로 보이는 풍경이 너무 대단해서 감탄을 연발하며 걸었던 것 같다. 우리가 갔던 시기는 이제 막 꽃이 피기 시작하던 때였는데, 꽃이 다 핀 후에는 더 아름다울 것 같았다. 아니면, 눈이 많이 쌓이는 계절에 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코스 자체가 평탄하기 때문에 눈이 쌓인 상태에서도 위험한 것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나중에 혼자서 알프스를 방문할 일이 있다면, 그때도 융프라우 보다는 다양한 하이킹 코스를 체험할 것 같다.


<전망대에서는 마을의 전경이 잘 보인다.>


하이킹을 마친 후에는 하더쿨룸의 전망대에 올라갔다. 이곳도 기차를 타고 올라가는 곳이다. 기억에는 걸어서도 올라갈 수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러기에는 난이도가 꽤 높은 코스라서 어지간하면 기차로 가는 것이 좋다. 하더쿨룸의 전망대에서는 인터라켄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커다란 두 개의 호수 사이에 있는 마을이라서 이름이 '인터라켄(Inter-laken)'이라고 하는데, 과연 그 이름이 실감 나는 풍경이 보인다.


<산을 좋아한다면 파리나 뉴욕보다 이곳이 더 좋을지도.>


풍경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사람에게는 인터라켄이 무척 심심한 도시일 것이다. 반면, 풍경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꼭 와봐야 하는 곳이 아닐까 싶다. 특히, 하이킹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알프스를 꼭 걸어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러면 적어도 10년 정도는 그 풍경이 잊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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