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연차 시절에는 저연차와 고연차의 연봉이 크게 차이 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 저연차와 고연차가 하는 일이 연봉 차이만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이다. 연봉이 두 배가 되려면 성과도 두 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때의 '성과'는 일을 하는 입장에서 본 결과물이다.
연차가 더 쌓인 후에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내가 예전에 하던 하위 레벨 작업에서의 10%와 상위 레벨 작업에서의 10%가 같지 않다는 것이다. 그냥 '일'로만 보면 똑같이 10%지만, 그것이 최종적으로 만들어 내는 가치는 크게 차이가 났다. 그리고, 그것이 연봉의 가치로 연결되는 것 같았다.
제품의 경우에도 비슷하다. 경쟁사 제품보다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의 품질이 10% 오르는 것과 업계 선두를 다투는 제품의 품질이 10% 오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결국, 제품이든 사람이든 현재 위치에 따라 성장이 가져오는 효과가 달라진다.
이것은 아직 성장이 많이 필요한 사람에게 희소식이다. 내 연봉을 10배로 만들기 위해 내 역량이 10배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갈수록 내가 인정받는 가치는 더 가파르게 상승한다. 그러니까 내가 목표로 하는 지점이 멀어 보인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한 수준 더 높아지려고 노력하다 보면, 멀리 있던 목표에 생각보다 빨리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