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으로 이루어진 개발팀의 팀장을 맡았을 때는 압박감이 거의 없었다. 모든 실무가 손바닥 안에 있었고, 팀원들과는 그전부터 손발이 잘 맞았다. 하지만, 15명 정도 되는 인원을 이끌고 신규 게임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처음 책임지게 되었을 때는 압박감이 컸다. 프로젝트의 결과에 대해 확신하기 어려웠고, 내가 리더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팀원들이 애쓴 것이 헛수고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책임의 크기가 커지면 압박감도 그만큼 더 커진다. 작은 조직을 이끌 때는 느껴지지 않았던 압박감이 큰 조직을 이끌게 되었을 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압박감에 짓눌리면 컨디션이 나빠지고,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그래서, 리더에게는 압박감을 견뎌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스포츠 선수들이 루틴을 만드는 것은 압박감을 이겨내기 위한 한 방법이다. 리더도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 압박감을 통제할 수 있다. 아니면, 압박감이 보통 스트레스로 연결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을 통해 압박감을 조절할 수도 있다. 나의 경우에는 산책이나 볼링을 하고 나면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가벼워지는 편이다. 마음이란 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압박감 관리 방법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한 가지 도움 되는 얘기를 하자면, 나를 삼킬 듯이 압박하는 것들이 실제로는 내가 느끼는 것보다 작다는 사실이다. 공포와 두려움은 사람의 머릿속에서 성장하는 녀석들이다. 위기에 민감한 사람의 마음이, 실체를 확인하지 못한 대상에 대한 두려움에 빨간 동그라미를 겹겹이 둘러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그러니 나를 압박하는 것들이, 실제로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믿어보자. 그러면 압박감에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녀석은 대체로 실체가 허약한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