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황'의 사전적 의미는 '의외의 일을 당하여 어리둥절해하거나 어찌할 바를 모름'이다. 예상치 못한 일을 겪었을 때, 사람이든 조직이든, 가장 흔한 반응은 당황하는 것이다. 심지어는 예상했던 일 조차도 막상 겪고 나면 당황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계속 당황한 채로 있어서는 그야말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태로 있게 된다. 그래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난관에 부딪혔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침착함을 되찾는 것이다. 세상에 풀지 못할 문제는 없다. 문제를 왜곡해서 보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풀어가면 된다. 아무리 복잡하게 뒤엉킨 실타래도 천천히 풀어내면 결국 다 풀린다. 다만, 문제를 대하는 올바른 태도를 가지고 있어야 문제를 더 빨리 풀 수 있다. 그리고 조직과 프로젝트에 남는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프로젝트가 겪는 문제는 다양하다. 문제가 다양한 만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도 다양하다. 프로젝트 리더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있고, 기술자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프로젝트 외부에 있는 사람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프로젝트 리더 입장에서는 본인이 직접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프로젝트 리더가 풀어야 하는 문제도 분명 많이 있다. 하지만, 때로는 다른 팀원이나 외부인이 문제를 더 잘 해결할 수도 있다. 사람 간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만 해도, 프로젝트 리더보다 더 조율을 잘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조직 문화를 다루는 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을 때도 있다. 그러니, 직급이나 직무에 얽매이지 말고, 문제를 해결할 최적의 적임자를 찾아 그 사람이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때로는 문제 발생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 문제 해결의 적임자일 수도 있다. 따라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자를 먼저 문책하는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 'Art of Project Management'의 저자 스콧 버쿤은, 위기 상황에서 리더나 관리자가 누군가를 질책하는 것을 최악의 대응 방식으로 언급했다. 문제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을 위축되게 함으로써, 문제 해결을 지연시키기 때문이다.
문제가 발생했다면, 그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큰 지진 앞에는 작은 지진이 먼저 발생한다. 큰 문제 앞에도 작은 신호들이 먼저 나타난다. 따라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만 해결하면 끝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더 큰 문제가 다가올 것에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문제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사람들은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가 빨리 사라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일부러 더 큰 문제에 대비하는 것을 회피하기도 한다. 마치, 큰 병이 있을까 봐 병원에 가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문제가 있어도 표면에 드러나지 않고 그냥 잠재되어 있다가 저절로 사라지기를 바란다. 그러다가 막상 최악의 상황에 내몰리고 나면 어찌할 줄을 모르게 된다.
GE의 회장을 역임한 잭 웰치는 위기에 직면했을 때 가장 먼저, 문제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심각하다고 가정할 것을 요구했다. 당장 발생한 문제가 더 큰 문제의 전조 증상일 수도 있고, 애초에 작은 문제였던 것이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해 큰 문제로 발전하는 경우들도 있다. 이럴 때, 처음부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었다면, 당황하지 않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 때로는 최악의 상황에 미리 대비하고 있던 것이 오히려 문제가 커지는 것을 막아주기도 한다.
일단, 문제가 발생했다면, 절대로 운은 내 편이 아니라고 생각해야 한다.
건강과 관련해서 많이 회자되는 얘기가 있다. 그냥 두통이라고, 그냥 감기라고 생각했다가 큰 병을 발견하지 못하여, 나중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는 것이다. 프로젝트에 발생하는 문제도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겉으로 보이는 문제만 해결하고 넘어갔다가 나중에 더 큰 화가 되어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아마 사람과 관계된 문제들이 특히 이런 성격이 강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래서 병이든, 프로젝트의 문제든, 무언가가 잘못되었음을 발견했다면 무엇이 그런 문제를 발생시켰는지, 그동안 내가 모르고 있던 무언가가 있었는지, 확인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원인을 정확히 알고 해결하면, 비슷한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리고 그만큼 프로젝트는 더 단단해지게 된다.
사람이 많이 투입되는 큰 프로젝트일수록 이 부분을 특히 명심해야 할 것 같다. 작은 프로젝트에서는 프로젝트 리더가 사람과 일의 모든 부분을 속속들이 알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프로젝트 규모가 커지면, 프로젝트 리더의 시야에 보이는 부분은 아주 일부분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리더와 긴밀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사람이나, 리더가 직접 관여하는 프로세스에 많이 의존하게 된다. 따라서, 문제가 발생해도 피상적으로만 알게 되거나, 혹은 겉으로 드러난 것 뒤에 내재되어 있는 진짜 문제에 대해 왜곡된 이해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이를 방지하려면, 프로젝트 리더는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려는 자세를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하겠다.
일이 잘 진행될 때는 감정이 부딪힐 일이 별로 없다. 팀과 프로젝트에 어떤 문제가 있어도 관대하게 받아들이며 넘어가기 쉽다. 그러다 일이 잘 진행되지 않고, 심지어 큰 난관에 부딪히게 되면, 점차 팀과 프로젝트에 존재하던 문제가 선명해지기 시작하고, 감정과 감정이 부딪히는 일이 잦아진다. 팀워크가 좋아 보이던 팀도, 프로젝트 결과가 안 좋아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쉽게 와해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부딪히는 것은,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욕구 때문이다. 사람은 주변 환경이 자신을 위협한다고 느끼면, 급격하게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게 된다. 그것은 인간으로서 매우 당연한 태도다. 따라서, 프로젝트가 난관에 부딪혔을 때, 그것이 구성원 개개인에게 위협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책임자를 문책하는 것이 먼저인 분위기라면 구성원이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모두가 방어적이 되고,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자신을 지키는 것을 우선시할 것이다. 따라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따지는 것보다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중심을 두어야 할 것이다. 사람을 공격하지 말고 문제를 공격해야 한다.
세상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문제를 일으킨다. 다만, 그 문제를 통해 성장하는 사람과 성장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그러니, 잘못을 따지기보다는 문제를 잘 해결하고,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간혹 프로젝트 리더 중에는 자신이 고난과 어려움을 다 짊어지려고 하는 리더들이 있다. 구성원들이 힘들어하지 않게 보호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떻게 보면,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구성원은 자식이 아니다. 동료다.
팀워크는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될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프로젝트가 난관에 부딪혔을 때 그것을 함께 헤쳐나가기 위해서도 팀워크가 필요하다. 리더나 몇몇 사람끼리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프로젝트에 몸담고 있는 구성원 모두가 함께 위기를 극복하려고 할 때, 더 빨리 더 스마트하게 난관을 해결할 수 있다. 집단 지성이란,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 때보다 리스크를 해결하고자 할 때 더 빛을 발하는 법이다.
게다가, 함께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과정이야 말로, 팀이 하나로 뭉쳐 단단해지는 좋은 계기가 된다. 심리학에서 신고식 같은 나쁜 풍습이 왜 없어지지 않는지 연구한 적이 있는데, 동일한 어려움을 겪은 동료끼리는 연대의식이 더 강해지는 것이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꼭 이런 실험 결과가 아니더라도, 어려운 시절을 함께 보낸 사람에 대해 더 깊은 동료 의식을 느끼는 것에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일면식이 없는 사람에 대해서 조차, 군대나 육아처럼 공통적으로 겪는 힘든 시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쉽게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 사람이다.
마지막으로, 난관을 극복하는 과정이,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훌륭한 성장의 기회가 되기 때문에, 그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면, 좋은 성장의 기회를 빼앗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실수를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 완전히 예측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실수하지 않더라도 일은 얼마든지 잘못될 수 있다. 그럴 때,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 찾는 것보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이왕에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팀에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효과를 얻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협이 느껴질 때, 사람이든 조직이든 본색이 드러나는 법이다.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리더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도 리더의 자질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자신을 지키려고 하는 사람을 조심하고, 팀을 살리려고 하는 사람을 지지해야 한다. 그러면 조직은 더 단단해지고, 위기에 더 슬기롭게 대처하는 좋은 역량을 갖추게 될 것이다.
1.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를 찾고 지원하기
프로젝트가 겪는 문제는 다양하고,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도 다양하다.
리더가 모든 문제를 풀려고 하지 말고,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를 지원해야 한다.
문제 발생과 관련된 사람이 해결의 적임자일 수도 있다. 절대로 문책을 우선시하지 말아야 한다.
2.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
문제는 더 큰 문제의 전조일 수 있다.
작은 문제였던 것도, 여러 가지 요인으로 큰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면, 위기에 잘 대처할 수 있고, 문제가 더 큰 문제로 발전하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3. 근본적 원인에 관심 갖기
겉으로 보이는 문제만 해결하고 넘어갔다가, 나중에 더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
원인을 정확히 알고 해결하면,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리더는 문제의 원인을 본인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4. 사람을 다치지 않게 하기
프로젝트가 난관에 부딪히면 감정이 개입하기 쉬워진다.
난관이 프로젝트 구성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느껴지지 않게 해야 한다.
문제를 잘 해결하고, 그 과정을 통해 구성원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5. 구성원들이 같이 해결하기
팀워크는 난관을 헤쳐나갈 때 가장 빛을 발한다.
난관을 헤쳐나가는 과정을 통해 팀은 더 단단해지고, 앞으로의 위기에 더 잘 대처하게 된다.
난관은,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성장의 기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