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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May 24. 2021

[Negotiation] 협상 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

좋은 결과는 좋은 준비로부터 시작된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협상을 한다. 물건을 사고팔 때, 하루에 게임을 얼마나 할지 아이와 이야기할 때,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지 동료들과 얘기할 때, 사람들은 협상을 하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론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일의 배분을 놓고 협상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일정을 정하는 과정에서 협상을 하기도 한다. 결과물의 품질 기준을 정하거나, 외부 조직과 규약을 정할 때도 협상이 이루어진다.

협상은 한 마디로, 양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해 내기 위한 과정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자기 쪽에 유리한 결론을 이끌어 내기 위해 온갖 기술이 동원된다. 그리고, 그런 기술들이 만들어 내는 차이가 누적되면 개인과 조직, 프로젝트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협상에 임하기 전부터 만족스러운 협상 결과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한 채 협상에 임하면, 마땅히 가졌어야 하는 것들을 가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가능한 모든 정보를 확보하라.


요즘은 정보의 중요성이 많이 알려져서 특별히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여전히 정보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협상에 임하는 경우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회의에 참여할 때, 논제가 자신이 익히 알고 있는 것일 때와, 잘 알지 못하는 것일 때, 회의에 미치는 영향력이 확연히 차이 나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느꼈을 것이다. 당연히 협상에 있어서도, 가지고 있는 정보의 차이는 협상에 미치는 영향력을 크게 달라지게 한다.

정보의 차이가 주는 영향력을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마 연봉 협상일 것이다. 연봉 협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정보는 바로 다른 직원들의 연봉에 대한 정보다. 그런데, 다른 직원들의 연봉에 대한 정보를 회사는 알고 있지만, 직원은 대체로 알지 못한다. 회사가 그것을 규칙으로 막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연봉 협상은 동등한 입장에서 이루어지지 못한다. 다른 직원들의 연봉을 모두 알고 있는 상태에서 회사와 연봉 협상을 진행한다면, 아마 연봉 협상에 미치는 영향력이 눈에 띄게 달라질 것이다. 그만큼 협상에 임할 때 가지고 들어가는 정보의 양과 질은 굉장히 중요하다.

기본적으로는 핵심 이슈에 대해 충분히 파악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이슈에 대해 상대방은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그 입장 뒤에 존재하는 이해관계는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것이 좋다. 상대방과 연결되어 있는 이해관계자가 누구인지, 상대방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상대방은 어떤 스타일의 커뮤니케이션을 하는지 등도 알고 있으면 좋겠다. 사실, 수집 가능한 정보라면 무엇이든 다 수집해 놓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상대방뿐만 아니라, 나 자신과 내가 속해 있는 조직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협상을 구성하는 요소를 이슈, 나, 상대방이라고 봤을 때, 이 세 가지에 대해 가능한 모든 정보를 수집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이때 주의할 것은, 사실과 추론을 구분하는 것이다. 추론을 사실로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협상을 난관에 빠뜨릴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협상이 깨졌을 때의 대안을 생각하라.


협상에 임하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협상에 임하기 전에, 반드시 협상이 결렬되는 시나리오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 보아야 한다. 협상을 두고 흔히 하는 표현 중에, 칼날과 칼자루에 비유하는 표현이 있다. 누가 칼날을 잡고 있고, 누가 칼자루를 잡고 있는지에 따라 협상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게 달라진다는 말이다. 지나치게 대결 구도를 그리고 있기는 하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은, 협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새 직장을 구하는 상황을 상정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만약, 이력서를 넣은 곳 중 이미 한 곳 이상에서 최종 합격을 한 상황에서 다른 회사와 채용 과정을 진행 중이라면, 편한 마음으로 채용 과정에 임할 수 있고, 솔직한 얘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회사에 바라는 점이나 채용 조건에 대해서도, 원하는 것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전에 면접을 진행한 곳에서 모두 좋지 않은 결과를 받게 되었고, 이번 회사가 마지막 회사라면, 아마 원하는 조건을 가감 없이 얘기하기도 어렵고, 회사에 대해 질문을 던질 때도 꽤나 조심스러운 상황이 될 것이다.

협상이 결렬되었을 때의 시나리오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면, 칼날을 잡고 있는데 강하게 나갔다가 협상을 그르칠 수도 있고, 반대로 칼자루를 잡고 있는데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여 더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놓칠 수도 있다. 만약, 상대방이 협상에 능한 사람이라면, 여러 가지 기술을 동원하여 나를 흔들려 할 수 있기 때문에, 협상이 결렬되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지에 대해 명확히 알고 있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다. 능숙한 영업맨들처럼, 칼날을 잡고 있음에도 협상의 주도권을 획득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있는 데, 그런 사람들을 상대할 때 이 부분을 명심하고 있으면 주도권을 잘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협상이 깨졌을 때의 상황이 협상에 임하는 태도를 크게 달라지게 하고, 그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만약, 협상이 깨졌을 때 내가 가지고 있는 대안이 좋지 못한 상황이라면,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협상을 미루거나, 혹은 협상에 임하기 전에 대안을 먼저 개발해 놓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이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싸움을 시작하는 것이 손자병법에서 가장 강조하는 부분임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제안을 만들어라.


개인적으로, 영업을 하는 사람들을 존경하는 편이다. 그들은 정말로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다. 사람들이 그다지 구매할 의지가 없었던 것도 구매하고 싶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필요 없는 소비를 만들어 내는 점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사람들이 가진 능력은 참 대단한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영업맨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리더십 교육에 포함시키면 어떨까 생각해 본 적도 있다.

영업맨들이 구매를 일으키기 위해 사용하는 기술들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가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만들고 제시하는 능력일 것이다. 고객마다 소비 성향이 다르고, 소비 여력도 다르다. 제품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개인적 성품도 모두 제각각이다. 그런 고객 개개인에 대해 짧은 시간 안에 재빠르게 판단하고, 고객이 구매할만한 제품을 제시하며, 필요하면 새로운 옵션을 개발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협상을 준비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옵션을 어떻게 하면 상대방이 선택하게 할지 고민한다. 하지만, 애초에 그 옵션이 상대방이 선택할 수 없는 옵션이라면,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내가 원하는 결론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 오히려 관계를 악화시키기만 하고 끝날 수도 있다.

AI 개발팀에서 제품 개발팀에 AI 도입을 제안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AI 조직에서는 AI의 장점을 어필하고, AI 도입을 통해 누릴 수 있는 이익을 나열할 것이다. 경쟁사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도 공유할 것이다. 당연히, 제품 개발팀에서 AI 도입을 환영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협의를 진행하고 보니 제품 개발팀의 태도가 미온적이라 실망하고 답답해한다.

AI 개발팀이 확인하지 못한 것은, 제품 개발팀이 지금 AI 도입이라는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인지 여부이다. 제품 개발팀은 이미 꽉 찬 일정으로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다. AI 도입이 유익한 것은 알고 있지만, 당장 눈 앞의 목표를 달성해야 하기 때문에, AI 도입에 자원을 할당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좋은 제안이라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AI 개발팀이 제품 개발팀의 상황을 이해한다면, 제품 개발팀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제안을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제품 개발팀의 자원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 과제나, 제품 개발팀의 자원이 필요하지만 그 효용이 빨리 나타나서 당장의 목표 달성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과제를 먼저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혹은, 도입 시기를 조금 늦추면서, 비교적 적은 자원이라도 할당받을 수 있도록 시도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제안을 수용하는 데는 비용 말고도 여러 가지 검토해야 하는 요소가 있다. 그러한 요소들을 하나씩 검토하여 상대방이 내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여부를 따져보는 것이, 협상을 진행하기 전에 꼭 수행해야 할 일 중 하나이다.


'YES를 이끌어내는 협상법'


글을 쓰기 위해, 예전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으며 자료를 정리했다. 그중 협상에 대해서는 'YES를 이끌어내는 협상법(로저 피셔 등, 장락 출판사)'이라는 책을 대부분 참고했다. 위에 나열된 내용도 대체로 이 책에 포함되어 있는 내용이다. 원서 제목은 'Getting to Yes'이고, 하버드 협상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이다. 내용이 지나치게 길지도 않고, 핵심을 잘 정리하여 놓았으며, 여러 가지 흥미로운 사례를 포함하고 있어 잘 읽히는 책이다.

협상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 한 권만 읽어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여기에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정도를 같이 읽어주면 협상에 대한 이론적 기반은 어느 정도 갖추게 될 것이다. 그다음에는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협상 과정을 통해 지식을 자신의 역량으로 바꾸는 일이 필요하다.

인생은 협상의 연속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에게도 이런 기술을 가르쳐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외국어를 잘하고, 운동을 잘하는 것보다, 협상을 잘하는 것이 우리 인생을 위해 더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조직에 있어서도, 좋은 협상 역량을 갖추는 것이 조직의 미래를 크게 달라지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1. 가능한 모든 정보를 확보하라.

가지고 있는 정보의 차이가 협상에 임하는 당사자들의 영향력에 차이를 만들어 낸다.

이슈, 나, 상대방에 대해 가능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라.

사실과 추론을 혼동하지 말라.

2. 협상이 깨졌을 때의 대안을 생각하라.

대안을 잘 확인하면,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임해서 협상을 그르치거나, 지나치게 타협적으로 임해서 손해를 보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좋은 대안이 있고, 그것을 잘 인지하고 있으면, 나를 흔들려는 상대방의 시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좋은 대안이 없다면, 좋은 대안을 먼저 만들어 놓거나, 좋은 대안이 있을 때까지 협상을 지연시키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3.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제안을 만들어라.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을 들고 있다면, 어떤 수단을 동원해도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제안을 받아들이는 데는, 제안 자체 말고도 여러 가지 요소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상대방이 처한 상황을 확인하고,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제안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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