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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Jun 07. 2021

[Negotiation] 상대방 중심으로 협상하기

아이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까?


부모가 되면, 아이의 생각이나 행동을 (부모가 생각하기에)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주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되고, 실제로 그런 시도를 많이 하게 된다. 하지만, 아이가 성장할수록, 아이의 생각이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되고 만다. 성장과 함께 점점 더 뚜렷한 자아가 아이 안에 자리잡기 때문이다. 자아가 뚜렷하다는 것은, 생각이나 행동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요인을 갖게 된다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아이의 입장에서 대화를 바라보지 않고서는 아이를 설득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협상에 참여하는 사람도, 자신의 판단이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내재적, 외부적 요인들을 갖고 협상에 임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요인들은 협상 참여자마다 각각 다르게 존재한다. 바로 이런 점이 협상을 난항에 빠지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하지만, 그런 점을 잘 이용하면 협상은 오히려 쉬워질 수도 있다.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인식이나 상대방에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이해할 수 있다면 협상은 생각보다 수월하게 진행될 것이다. 나아가서, 상대방 중심으로 협상을 진행하면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상대방을 중심에 놓기


협상이라는 것은 서로의 욕구가 부딪힐 때 발생한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상황에서는 협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협상이 진행된다는 것은, 나뿐만 아니라 상대방도 자신의 욕구를 해결하고자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런 줄다리기 같은 상황에서, 자신이 상대방에 의해 끌려다닌다는 생각이 들면, 협상자는 일단 자신을 방어하는 데 몰두하게 된다. 상대방에 의해 끌려다니고 휘둘리는 상황에서는, 결국 자신에게 불리하고 상대방에게 유리한 결론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협상 과정에서 절대로 상대방을 스포트라이트 밖으로 밀어내서는 안 된다. 나를 중심에 세우고, 상대방을 가장자리로 밀어내는 순간, 상대방은 어떻게든 골을 먹지 않으려고 11명이 모두 수비에 가담하는 축구팀과 같이 될 수 있다. 오히려 상대방으로 하여금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있다고 느끼게 해야 한다. 그러면 상대방은 견고한 방어벽을 조금은 내려놓을 것이다. 자신이 가져온 제안과 다른 이야기에 대해서도 좀 더 관대하게 바라볼 것이다.

상대방을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서게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이 많이 이야기하게 하는 것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충분히 했다면, 상대방은 자신이 협상의 중심에 있다고 느낄 것이다. 반대로, 상대방을 가르치려는 태도는 상대방을 빠르게 스포트라이트 바깥으로 밀어낸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려고 하는 순간, 상대방의 생각과 말은 중요하지 않은 것이 되고, 단지 내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지 아닌지만 중요한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시선으로 이슈를 바라보기


상대방이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면, 일단은 잘 듣고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 이해를 다시 상대방에게 표현하여 내가 당신의 이야기를 잘 듣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동시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상대방에 대한 지지를 표현해주면 더 좋을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인식을 이해하는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실재'와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인식'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사람은 언제나 실재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며, 자신의 경험과 관념, 목적 등과 연결하여 실재와는 조금 다른 무언가로 받아들인다. 동그라미 안에 점 두 개와 선 하나를 그리면, 그것의 실재는 그저 동그라미 하나와 점 두 개, 선 하나이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얼굴로 인식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이슈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협상이 대체로 실재와 실재의 충돌이 아니라 인식과 인식의 충돌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실재를 두고 협상을 벌이는 상황까지도 발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 인식과 상대방의 인식이 조화를 이룰 때, 양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옵션을 발굴하는 것이 수월해진다.

상대방의 인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상대방에 대해 정보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좋다. 인식은 그 사람의 성품, 관계, 사회적 위치 등 이슈 외적인 요소에 영향을 받아 완성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협상을 진행하면서 상대방의 감정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잘 살펴보는 것도 좋은 힌트가 된다. 만약, 상대방의 인식을 확인하는 데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지면 된다. 자신을 이해하고자 던지는 질문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상대방이 선택하게 하기


상대방을 중심에 놓고, 상대방의 인식을 잘 이해했다면, 이제 내가 가진 옵션을 상대방이 충분히 고려해 보도록 만들면 된다. 이때 주의할 것은, 절대로 상대방으로 하여금 승패를 가리는 느낌을 받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내가 가진 옵션을 선택하는 것이 상대방의 패배로 느껴진다면, 상대방은 절대로 내 옵션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인식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것이 잘 이루어졌다면 아마 이 부분이 좀 더 수월할 것이다.

상대방이 내 옵션을 충실히 고려하게 하려면, 그것을 상대방의 입장에서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대방이 협상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을 기반으로 내 옵션을 어필하는 것이 좋다. 심지어, 그것이 내가 준비한 옵션이 아니라 마치 상대가 준비한 옵션이거나 혹은 제삼자에 의해 제시된 옵션인 것처럼 여겨지게 하면 더 좋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옵션, 내 생각, 내 의견'이라는 표현을 자제하고, '다른 옵션, 이런 생각, 저런 의견' 같은 표현을 사용하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협상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다. 내 옵션을 상대방이 충실히 고려하는 만큼, 나 또한 상대방의 옵션을 충실히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나아가서, 협상을 시작할 때는 없었던 또 다른 옵션을 찾아보는 것까지 진행되면 더 좋을 것이다. 그리하여 최종적으로 가장 좋은 옵션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나와 상대방이 함께 선택할 수 있다면 협상은 승자만 존재하는 게임으로 끝날 수도 있을 것이다.


제갈량이 손권을 설득한 방법 


삼국지의 백미는 아무래도 적벽대전이라고 할 수 있다. 유비 진영의 존속을 위해서는, 손권을 조조와 대적하게 만드는 것이 필수적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제갈량은 결코 자신의 입장을 협상의 중심에 내세우지 않았다. 오히려 협상 내내 오나라와 손권을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올려놓았으며, 손권과 주유가 협상을 주도하게 만들었다.

제갈량은 손권과 주유가 가지고 있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잘 이해했으며, 조조의 대군을 앞에 두고 있는 상황을 오나라 군주와 대신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조조와 싸울 것인지, 아니면 항복할 것인지에 관한 이슈를 철저하게 오나라의 관점에서 서술해 나갔으며, 결국 오나라 스스로 조조와 싸우는 것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협상에서 나에게 이익이 되는 결론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결국 상대방의 선택이 필요하다. 만약, 상대방이 스스로의 판단으로 그러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1. 상대방을 중심에 놓기

자신이 협상 상대에게 끌려다니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 자신을 방어하는 데 몰두하게 된다.

질문을 던지고, 상대방이 말을 하게 함으로써, 상대방을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올려놓을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상대방을 가르치려고 들어서는 안 된다.

2. 상대방의 시선으로 이슈 바라보기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를 잘 듣고, 그 이야기를 잘 이해했다는 것을 적절히 표현해 주어야 한다.

이슈의 '실재'가 아니라, 이슈에 대한 상대방의 '인식'을 이해해야 한다.

상대방과 관계된 여러 가지 정보를 알고 있으면 상대방의 인식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3. 상대방이 선택하게 하기

승패를 가리는 느낌을 받게 하지 말고, 좋은 해결책을 찾는다는 느낌을 받게 해야 한다.

상대방의 욕구와 인식을 기반으로 내가 가진 옵션을 함께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상대방이 가진 옵션도 충분히 고려하면서, 양자가 함께 최선의 옵션을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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