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 나오는 내용들이 협상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협상을 통해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면, 일단 알아두어서 나쁠 것은 없다. 때로는 아주 작은 차이 때문에 주도권을 잡기도 하고, 반대로 주도권이 넘어가기도 하는 게 협상이니 말이다.
사람을 대할 때, 아주 사소한 행동들이 일의 성패를 가르는 경우들이 있다. 대화를 할 때도, 아주 작은 차이 때문에 대화하고 싶은 사람과 대화하기 싫은 사람으로 나뉘기도 한다. 그러니, 비록 사소해 보이는 것이라도 협상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한 번쯤 되새겨 보는 것이 좋겠다. 살면서 협상이라는 것을 수도 없이 반복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니 더욱 그럴 것이다.
대화를 하다 보면,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모두 말로 꺼내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한 번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자신에게 하는 말도 함께 꺼내 놓는다.
그냥 사적인 대화를 하는 자리라면 별로 상관없을 것이다. 하지만, 협상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협상에서 내 머릿속의 생각을 한 번에 다 꺼내놓으면, 상대방은 그중 자신에게 유리한 것을 골라 이야기를 진행하려 할 수 있다. 그러면 쉽게 협상의 주도권이 상대방에게 넘어가게 된다. 특히 질문을 하고 나서 그 질문에 대한 설명을 이것저것 붙이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상대방으로 하여금 곤란한 질문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여지를 스스로 제공하는 셈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일단 한 장의 카드를 오픈했다면, 그 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할 때까지 다른 카드는 잘 숨겨놓는 것이 좋겠다. 말을 많이 한다고 해서 협상을 리드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협상에서 감정을 내세우지 말라는 말은 이미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협상에서 휘둘리지 말아야 하는 감정이라고 하면 대체로 분노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떠올린다. 하지만, 심리학 영역에서 실험한 결과에 의하면, 분노나 우울 같은 부정적인 감정뿐만 아니라, 기쁨 같은 긍정적인 감정들도 이성적인 사고를 방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말하자면, 협상에서는 부정적인 감정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감정도 제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협상에 임하기 전에 누군가와 말다툼을 해서 화가 났다거나, 자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서 기분이 좋아졌다면, 최대한 그 감정을 가라앉히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 협상을 진행하는 도중에도 상황이 나쁘게 흘러가든지, 좋게 흘러가든지, 내 안에 어떤 감정이 생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그래야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좀 더 다가갈 수 있다.
시간에 쫓기는 것만큼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것도 드물 것 같다. 간단한 장난감을 평소에 1분이면 조립하던 사람도, 막상 누가 옆에서 시간을 재고 있으면 1분을 훌쩍 넘기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그만큼 사람은 소위 '쫓기는' 상황에서 올바른 판단과 행동을 하는 것이 어렵다.
그러니 쫓겨서 결정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좋겠다. 언젠가는 결단을 내려야 하는 때가 오겠지만, 가급적이면 이번에 결정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협상을 먼저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협상 중에 좀 더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영업하는 사람들이 고객들로 하여금 '쫓기는' 상황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하는 것을 떠올려보면, 반대로 여유를 만들어 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과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사람이 살면서 만나게 되는 협상들 중에는 이미 서로 잘 알고 있는 사람끼리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런 경우에, 상대방에 대한 인식이 협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프로젝트 일정과 관련해 내 작업물을 원래 일정보다 빨리 넘겨줄 수 없겠느냐는 요청을 받았다고 생각해 보자. 요청을 해 온 팀에 대해 신뢰를 가지고 있을 때와 충분한 신뢰가 없을 때, 요청에 대한 내 반응은 꽤나 다를 것이다. 당연히 내가 상대방에게 어떤 요구를 할 때도, 나에 대한 상대방의 신뢰와 인식이 상대방의 반응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평소의 내 평판에 대해 신경을 써 놓는 것이 좋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인식된다면, 어떤 종류의 협상이 됐든 좀 더 유리한 입장에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말을 길게 하는 사람이 있다. 여러 주제를 한꺼번에 쏟아내서 길게 하는 사람도 있지만, 하나의 이야기를 여러 번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이야기는 하나인데, 이렇게도 비유하고, 저렇게도 비유하고,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다시 설명하고 해서 이야기가 길어지는 것이다.
말을 길게 하면 듣는 사람이 피곤해진다. 이해하기 어려워할 수도 있고, 이미 이해한 것을 계속 들어야 해서 지루해 할 수도 있다. 자신의 입장을 얘기할 기회를 얻지 못해 답답해 할 수도 있다. 어느 것이 되었든, 말을 길게 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발생시킬 여지가 있다.
그렇다고 갑자기 말을 짧게 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제대로 전달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평소에 간결하게 내용을 전달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이왕이면, 말보다 글로 연습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글은 기록이 되고, 수정이 가능하니 말이다.
지식은 한 번에 수정이 가능하지만, 태도나 습관은 한 번에 고쳐지지 않는다. 협상을 진행하는 태도나 말할 때의 습관 같은 것은 평소에 꾸준히 노력해서 수정해야 한다. 그것이 어려운 점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한 번 수정해 놓으면, 이후에는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지속적으로 효과를 발휘하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협상에 있어서 정보를 수집하고, 전략을 설정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협상에서 나타나게 될 나의 태도나 습관 같은 것들을 평소에 잘 다듬어 놓는 것도 필요하다. 정보나 전략은 그때그때 새롭게 준비해야 하는 반면, 태도나 습관 같은 것은 늘 추가적인 비용 없이 협상에 도움을 줄 것이며, 때로는 그것이 협상의 결과에 눈에 띄는 차이를 만들어 낼 것이기 때문이다.
1. 한 번에 하나의 이야기만 하라.
내 카드를 다 보여주어 상대방이 주도권을 잡게 하지 마라.
2. 감정을 조절하라.
좋은 감정이든 나쁜 감정이든, 모든 감정을 배제해야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
3. 여유를 가져라.
쫓기는 상황을 만들지 말고, 당장의 협상에서 결정을 보류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놓아라.
4. 평소의 평판에 신경 쓰라.
나의 평판과 나에 대한 신뢰가 협상의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5. 혼자서 길게 말하지 말라.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간결하게 전달하고, 상대에게 말할 기회를 충분히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