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춘
“누구나 살면서 크든 작든 어려움을 겪는다. 시련을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려면 마음이 건강해야 한다.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을 때 건강한 마음을 키워갈 수 있다.”
- 김성춘, <무엇이 행복한 영재를 만드는가>
일타 강사가 일 년에 수십 억 원의 수입을 얻는다. 번화가에 가면 온갖 학원이 즐비하다. 어떤 8층 건물에는 스터디 카페만 4개가 입점해 있다. 바야흐로 교육 열풍에 휩싸인 대한민국이다.
또 다른 풍경을 떠올려 보자. 과거에 ‘번아웃’은 40대 혹은 50대의 이야기였다. 30대가 번아웃을 겪는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흔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30대도 번아웃을 많이 겪는다. 왜 번아웃을 겪는 시기가 빨라졌을까? 사회생활 경험이 10년도 되지 않은 사람들의 번아웃이 왜 더 많아졌을까?
두 이야기는 서로 다른 이야기인 것 같지만, 사실은 연결되어 있다. 30대가 번아웃을 겪는 것은 단순히 사회생활 때문만이 아니다. 과거에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치열한 경쟁 상태에 놓였지만, 지금은 학창 시절, 심지어 초등학생 시절부터 치열한 경쟁에 내몰린다. 그러니 30대만 돼도 이미 20년 정도를 경기장 트랙 위에서 보낸 것이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행복을 바란다. 그것은 과거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달라진 것은 아이의 행복을 부모가 만들어줄 수 있다는 ‘자만’이다. 부모가 지시하는 대로 따라주기만 하면 아이가 행복해질 것이라는 ‘착각’이다. 그것이 아이들을 힘들게 하고 있고, 아이들을 경기장 트랙에서 내려오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무엇이 행복한 영재를 만드는가>는 수많은 영재들을 교육하고 상담해 온 김성춘 작가의 저서다. 작가 역시 아이들이 좋은 직업을 갖고 당당히 사회생활을 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좋은 직업과 높은 지위를 갖는 것이 행복의 전제 조건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 성장 과정 자체가 행복해야 어른이 되어서도 행복을 가까이에 둘 수 있다는 것이 작가의 입장으로 느껴진다.
책의 앞부분에는 여러 가지 사례가 나온다. 각 사례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각 사례를 관통하는 내용이 있다. 바로 아이에게 주도권을 주는 것이다. 저자는 아이와 상담을 하면서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는다. 심지어 강하게 권유하는 것도 없는 것 같다. 그보다는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들어준다. 그리고, 아이 자신이 바라는 것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런 과정을 통해 아이는 자존감을 회복하고, 자기 삶을 더 주체적으로 이끌어 가게 된다.
저자는 부모의 조급함을 경계한다. 그리고, 아이를 믿으라고 이야기한다. 아이에게는 자신의 삶을 개척할 힘이 있다. 부모의 조급함은 그런 힘을 억제한다. 아이를 수동적인 사람으로 만들고, 삶에 회의를 갖게 만든다.
저자는 또한 ‘대화’를 무척 중요하게 생각한다. 대화를 통해 아이를 진심으로 이해하는 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저자의 상담 자체가 그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이 좋은 점은, 단순히 대화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 대화를 위한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와 대화를 하려고 해도, 막상 실천하는 것이 쉽지 않다.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의 후반부에는 그럴 때 사용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소개되어 있다. 도구의 구성과 내용에 무척 공감이 가서, 나도 아이와 그 도구를 활용해 볼 계획이다.
자신을 과신하지 말자. 아이를 잘 안다고, 세상을 잘 안다고 속단하지 말자. 나 자신에 관해서도 잘 모르는 것이 우리 어른들이다. 그러니 아이를 자전거 뒤에 태우지 말고, 아이 스스로 핸들을 잡게 하자. 넘어지고 다쳐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자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가게 하자. 앞에서 이끌지 말고 옆에서 지켜보며 함께 가자. 그것이 우리의 아이들이 행복한 어른이 되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