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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아이와 여행할 때 신경 쓰는 세 가지

by 취한하늘

아이와 단 둘이 하는 여행


집집마다 사정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아이가 있는 집들은 가족 여행을 많이 계획하고 실행할 것이다. 우리 집도 가족이 다 함께 가는 여행을 여러 번 다녀왔다. 그런데 우리 집의 경우에는 다 같이 가는 경우도 있지만, 종종 내가 두 아이 중 한 아이만 데리고 다녀오기도 한다. 아무래도 가족이 다 같이 가면 모든 식구가 만족할 수 있는 여행을 계획할 수밖에 없는데, 한 아이만 데리고 여행을 가면 온전히 그 아이의 경험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내도 내가 한 아이만 데리고 다녀오는 여행을 적극 지지해 준 덕분에, 지금까지 네 번 정도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오늘은 아이 중심으로 여행을 할 때 내가 신경 쓰는 것을 세 가지 정도 짚어보고자 한다. 여기 있는 것 말고도 생각해야 할 것이 더 있겠지만, 내가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는 것만 적어보았다.


자랑할 수 있는 곳을 가자


아이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사람은 여행을 다녀오면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보고 경험한 것을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안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대체로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여행을 다니는 도중이나 다녀온 후에, SNS에 멋진 풍경 사진을 올리거나, 혹은 자신이 어디에 있었음을 증명하는 사진을 올리고는 한다. 따라서, 여행이 아이에게 좋은 경험이 되고자 한다면, 아이가 여행을 마친 후에 또래 친구에게 자랑할 수 있는 여행지가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프랑스 니스의 해변 풍경을 무척 좋아한다. 아마 내가 찍은 니스의 해변 사진을 다른 어른들에게 보여주면, 참 멋진 풍경이라며 공감하거나 어디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보여준다면 내 생각에 큰 호응을 이끌어 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대신 에펠탑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준다면 에펠탑에 실제로 가봤는지 궁금해하는 아이들은 있을 것 같다.

놀이공원이나 박물관 같은 곳도 괜찮지만, 여행 가는 김에 평소에 가기 힘든 곳을 가보려고 하는 거라면, 이왕이면 또래 아이들이 이미 알고 있는 곳을 다녀오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도 국내 여행은 경주 같은 곳을 선택하고, 해외여행을 할 때는 에펠탑, 빅벤, 알프스 산 같은 것 위주로 여행지를 선정했다. 그런 곳을 가면 사진으로 본 것을 실제로 보는 데서 오는 느낌도 있고, 그것을 나중에 다시 교과서나 TV에서 봤을 때 '나 저기 가봤어'하는 얘기가 절로 나오는 효과도 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자랑하면 친구들도 공감하기 쉬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이가 커서 그곳을 다시 방문하게 되면, 어렸을 때 아빠, 엄마와 방문했던 기억이 아이를 다시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카메라를 쥐어 주자


아이를 데리고 다니려면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다. 아이 주머니나 가방에 약간의 돈과 부모의 연락처도 넣어 두어야 하고, 아이가 혼자서 가지고 놀 물건도 어느 정도 확보해 놓아야 한다. 아마 이런 것은 부모들이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다시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내가 특별히 하나 더 추천하고 싶은 것은 카메라다. 요새는 아이들도 스마트폰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면 아직 스마트폰이 없는 아이도 많을 것이다. 더러는 초등학교 고학년까지도 폴더폰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아이가 여행 다니면서 사용할 별도의 카메라를 준비해 주면 좋다. 안 쓰는 스마트폰을 쥐어 줘도 좋고, 아이가 들고 다니기 좋은 크기의 디지털카메라를 쥐어 줘도 좋겠다. 어느 경우든 해상도는 충분히 나오는 카메라를 갖게 해야겠다.

당시 9살이었던 큰 아이와 처음 둘이서 여행할 때, 카메라를 나 혼자 소지하고서 큰 아이의 사진을 열심히 찍어주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가 좀 쉬고 싶어서 작은 공원 같은 곳에서 쉬기로 했는데, 아이가 심심해하길래 내 카메라를 주고 가지고 놀라고 했다. 뭔가 열심히 찍는 것 같지만 신경 안 쓰고 쉬고 있다가 나중에 카메라를 다시 넘겨받은 후 무심코 아이가 찍은 사진을 다시 돌려보았다. 그런데, 정말 내가 관심을 두고 사진으로 남겨두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사진들이 담겨있었다. 길바닥에 돌 틈을 뚫고 살짝 올라온 이름 모를 풀, 건물 벽에 있는 이상한 무늬, 그냥 하늘, 그리고 추리한 모습으로 벤치에 기대 쉬고 있는 아빠.

내가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보여주고자 했던 것과, 아이가 실제로 관심을 두고 보고 있는 것들 사이에 분명히 어떤 차이가 존재했다. 그리고, 아이가 찍은 사진을 통해 비로소 아이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것들을 좀 더 정확히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때 이후로, 아이를 데리고 다닐 때는 아이만의 카메라를 꼭 준비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중에 아이가 찍은 사진들로 앨범을 만들어 주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하지만, 초점이...)

한 가지 더, 카메라를 쥐어주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있다. 우리는 카메라가 없을 때는 풍경을 전체적으로 크게 보는 것에 집중하지만, 카메라가 있으면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풍경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관찰하게 된다. 카메라가 없이도 그것이 잘 되는 사람들도 있지만, 카메라는 평소에 그렇지 않던 사람들도 눈에 보이는 사물과 풍경의 여러 요소들에 좀 더 집중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래서 아이에게 카메라를 쥐어주고 자기 나름대로 사진을 찍게 하면, 여행의 경험이 좀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다.


힘들지 않게 돌아다니자


평소에 친구들과 노는 걸 보면 에너지가 넘치는 것 같은데, 막상 여행을 가면 어른보다 훨씬 빨리 지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무래도 사람이 체력이 소진되면 재미고 뭐고 느끼기 어려운 법이다. 그래서 아이와 여행할 때는 아이의 체력을 생각하면서 돌아다녀야 할 필요가 있다. 다만, 어른들은 힘들면 충분히 쉬고 싶어 하는 것에 반해, 아이들은 쉬다가도 금방 무언가 재미있는 것을 찾는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다니면 '힘들어'와 '이제 뭐해?'를 번갈아 듣게 된다.(우리 애들만 그런가?)

그러므로, 하루 일정은 아이가 꼭 봐야 하는 것 한 두 개만 정해놓고 나머지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것으로 채워 놓는다. 아이가 무언가 하고 싶어 할 때는 선택지를 알려줘서 선택하게 하고, 힘들어하면 그냥 쉰다. 이때, 선택지들은 대체로 거리가 서로 너무 멀지 않은 것들로 구성하여 알려준다. 그리고 야경에 그렇게 목말라하는 편은 아니기 때문에, 저녁 식사 이후에는 거의 숙소에서 보내게 하는 편이다. 숙소 위치도 중요하다. 숙소를 선정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아이와 다닐 때는 주요 방문 장소와의 거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무래도 체력과 시간이 좀 더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쉴 때는 그냥 쉬는 것보다는 맛있는 걸 먹으면서 쉬는 것이 여행의 만족도를 더 높여줄 것이다. 그래서 함께 먹을 만한 식당과 간식거리를 구역별로 미리 어느 정도 알아 놓는다. 그리고 소문난 맛집을 멀리까지 찾아가서 먹기보다는, 무언가 먹어야 할 때 가까운 곳에 있는 괜찮은 집을 찾아간다. 사실 '소문난 맛집'이라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어른들에게만큼 중요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것보다는 아이가 평소에 좋아하는 음식을 괜찮게 하는 집이면 충분히 최상의 만족도를 끌어낼 수 있다.


내 아이에 맞는 여행


내가 아는 아이들이래야, 우리 아이들이 전부이기 때문에 사실 우리 아이들에 맞춰 신경 쓰는 요소인 셈이다. 아마 어떤 아이들은 에너지가 너무 넘쳐서, 아이를 만족시키면서 부모가 쉴 수 있는 요소를 여행에 포함시켜야 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어느 경우든, 내 아이에 맞는 여행을 잘 계획한다면, 그 여행은 아이의 인생에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아이가 둘 이상 있는 집이라면, 다 같이 가는 여행도 중요하지만, 한 아이만 데리고 가는 여행도 한번 생각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직 실행해 본 적은 없지만, 우리는 엄마와 딸, 아빠와 아들이 두 팀으로 각각 여행을 하다가 어딘가에서 만나는 것도 얘기해 본 적이 있다.

전적으로 아이에 맞춰서 하는 여행이지만, 그것이 나에게도 참 즐거운 경험이 된다. 작년에 둘째와 경주에 다녀온 것이 최근의 여행이었는데, 과연 다음엔 언제쯤 갈 수 있을지, 간다면 어디로 가게 될지 궁금하다.


1. 여행지 선정

책이나 TV에 많이 나오는 곳

또래 친구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곳

2. 카메라

아이의 관심이 향하는 곳을 알 수 있다.

능동적이고 구체적으로 주변을 관찰하게 한다.

3. 일정

아이의 체력에 맞게 돌아다니자.

쉴 때, 심심하지 않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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