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가지 물건 중 하나가 나오는 랜덤 박스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박스 하나를 열었을 때 100가지 물건 중 어느 하나가 나와도 특별히 신기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정보를 숨기고, '랜덤 박스를 딱 하나 열었는데 1%의 확률을 가지고 있는 물건이 나왔다.'라고만 쓰면, 마치 벌어지기 힘든 일이 벌어진 것처럼 느껴진다.
말이란 게 이와 같고, 확률과 통계로 사람을 기만할 수 있는 게 또 이와 같다. 그래서 숨겨진 정보가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고도 어떻게 사람을 속일 수 있는지(그리고 속이고 있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다.
공정해야 할 보도자료에서도 이런 '기만'은 흔하게 벌어진다. 보도자료에서 벌어지는 통계의 속임수에 대한 설명만으로도 책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아무래도 지금의 언론은 조회수와 댓글 수가 중요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수단을 사용하고자 하는 유혹에 점점 더 쉽게 빠지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런 '기만'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속임수를 쓰다가 들킨 대상에 대해 신뢰를 거두어 놓는 것이다. 사람을 속여서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사람은, 같은 방법을 계속 반복해서 사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번 믿음을 거둔 대상이라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일단 의심해 보는 것이 유용하다. 그러다가 믿을만한 곳이 하나도 없어진다면, 그때는 불신의 목록을 지워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작성해 나가면 된다. 자주 속이는 사람이나 집단일수록 더 빨리 목록에 다시 올라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