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사이언스와 AI는 다를까, 겹칠까
비슷한 듯 다른 두 분야를 대하는 시선들
"박사님은 데이터 사이언스 쪽 경험이 있으니 AI 쪽은 생소하시겠네요?"
"데이터를 다루는 게 AI 아니에요?"
"데이터 과학은 도전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AI 엔지니어는 좀 어렵지 않을까요?"
질문의 워딩은 각기 다르지만, 크게 분류했을 때 위와 같은 질문들을 종종 받게 된다.
질문받은 상황과 맥락에 따라 내가 내놓은 답은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물론 비슷한 부분들도 많이 있고, 실제로 현장에서 경험해 보면 그 차이와 접점은 미묘하고 흥미롭다.
1. 과거의 AI
수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AI (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와 자동화 (automation)을 비슷한 뉘앙스에서 사용했다. 반복적인 태스크 수행을 자동화하는 기술을 가진 기업이 "AI 기업"이라는 홍보를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인간이 지능을 사용해서 할 수 있는 태스크를 기계가 대신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었으니 AI의 일부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AI 가 지향하는 범위는 자동화보다 훨씬 더 큰 개념이라는 생각이 든다.
2. AI는 뭘 뜻하는 걸까?
AI (인공지능)은 인간의 학습, 추론, 지각 능력을 컴퓨터로 흉내 내는 기술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흉내"다. 인간처럼 전방위적으로 사고하려는 것이 아니라, 특정 기능을 기계가 더 잘 수행하도록 편향된 지능을 설계하는 것에 가깝다.
예를 들어, 언어를 생성하는 LLM도 단지 인간처럼 말하는 기술이지, 인간처럼 '이해'하는 건 아니다. AI는 지능을 모방해 특정 작업을 대체하는 기술이다.
3. 그럼 데이터 사이언스는?
데이터사이언스는 문제를 정의하고, 그 문제에 대한 배경, 원인, 해석, 해결 방안을 데이터를 통해 풀어가는 일에 가깝다. 단순히 예측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일이 왜 일어났는지, 앞으로 어떤 변화가 올 수 있을지를 설명하고 이해하여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데 목적이 있다. 통계학, 모델링, 알고리즘 등을 활용해 데이터 속에 숨어 있는 패턴을 찾고, 의사결정을 돕는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것이 실무에서는 핵심이다.
4. 교집합과 차이점
두 분야가 서로소인 관계라거나,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의 부분집합인 관계는 확실히 아니다. 밴 다이어그램으로 치면 교집합이 있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집합이라고 볼 수 있겠다. 어떠한 시각으로 보냐에 따라, 교집합을 중점적으로 보면 두 분야가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교집합이 아닌 각각의 분야에 집중해서 관찰하면 두 분야는 아주 다른 분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은 대부분의 학문들 간에 모두 있지 않을까?
공통적으로는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교집합이다. 기본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활용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맥락을 같이 한다. 따라서 예측이 활용한다는 면에서 기계 학습 (Machine learning, ML) 에도 공통분모를 일부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목적과 접근법은 다르다.
- 데이터사이언스는 문제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일에 초점을 둔다.
- AI는 그 문제를 어떻게 자동화하고 대체할 수 있을지에 관심을 둔다.
전자는 사람이 더 잘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고,
후자는 사람 없이도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다.
데이터 사이언스와 AI5. 요즘, 그 경계는 흐려지고 있다.
최근에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도 생성형 AI를 다루고, AI 엔지니어도 데이터를 해석하며 비즈니스 문제를 이해해야 한다. 이 두 영역이 이제 2인3각처럼 상호 보완적으로 교류해서 발전해 나가는 관계라면 적절한 비유일까. 둘 사이를 넘나들 수 있는 사람들은, 앞으로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 같다.
“어떤 문제를 풀고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데이터사이언스든, AI든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도구라도 골라 쓸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고민한다. 어떤 문제를 풀고 싶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