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지지 못한 사랑을 갈구한다.
다들 사랑 이야기를 좋아한다. 지인들은 늘 스토리에 사랑과 관련된 내용을 담은 책을 찍어 올린다. 사랑은 좋다, 우리 모두 사랑하자, 이런 종류의 내용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게 될 감정이라 그런지 공감대가 잘 통하는 듯하다. 모두가 이 두 글자를 열심히 퍼 나른다. 나도 사랑 좋아한다. 그래서 나도 한 번 사랑에 관해 감성적인 글을 써보려고 했는데… 어렵다. 정말.
곰곰이 생각하다 내린 결론은, 나는 사랑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이다(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이성간 나누는 감정이 아닌, 좀 더 복합적인 감정임을 알 것이다). 물론 나는 사랑을 좋아하고, 현재 주변인들을 사랑하고 있으며, 더 사랑하고 싶다. 하지만 나는 부족한 사람이다. 나눠줄 수 있는 사랑의 총량이 정해져 있어서, 딱 그만큼만 줄 수 있는 사람. 그래서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은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다. 사랑을 많이많이 가져다줄 수 있는 사람. 사랑이 담긴 마음의 그릇이 넓은 사람. 사랑을 많이 주는 사람은 자신을 사랑스럽게 만들기도 해서, 타인이 자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게 한다. 하지만 나는 마음의 그릇이 작은 것 같다. 의외로 인정하기가 그리 어렵진 않았다.
잠깐 다른 이야기로 새 보자면, 시에는 영 재미를 못 붙이던 내가 최근 꽂힌 시가 있다. 그 시를 잠깐 소개해보려 한다. 『당신이 오려면 여름이 필요해』라는 시집에 담긴, <유일>이라는 시다. 사랑에 관해 노래하는 시. 그중 일부를 발췌해왔다.
낱말 하나가 고통의 모든 무게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킬 거라고 주장한
정신 나간 철학자의 말을 떠올린다
어떤 이는 자신을 아끼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 어떤 이는 타인을 위하는 것이
가장 위대한 사랑의 업적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모른다 내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기다려야 하는지
시를 사랑하면 버림받을까
한눈을 팔면 벌을 내리나
가능하다면 내가 아는 기쁨을 나누고 싶다
글을 통해서 아름다운 것을 말하고
가치 있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죽은 이의 앞에서 떠들지 않고
아파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싶다
하지만 사랑이 부족하다
하늘 높이 떠오른 사람들을
지상으로 내려오게 할 능력이 없다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 되고 싶어 나도 한 번 애써 그러려고 해본 적이 있다. 하지만 내가 쓴 가면은 너무나도 얄팍해서 금방 깨져버리고 말더라. 삶의 의미에 가장 가까운 것일지도 모르는 사랑. 지금의 나를 만들었을, 앞으로의 나를 만들어갈 사랑. 무엇이 문제일까. 고칠 수는 있을까? 나도 더 사랑하고 싶은데. 내가 아는 기쁨을 모두와 나누고 싶은데. 나는 충분히 그러고 있을까? 나 자신을 아끼고, 동시에 타인을 아끼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총량이 작은 탓인지 나 자신을 사랑하기도 벅차다. 가끔은 타인을 사랑하지 못하는 내가 밉다. 타인을 혐오하는 내가 밉다. 날카롭게 반응하는 내가 밉다. 내가 가지지 못한 사랑을 갈구한다. 어떤 의미로든 가지지 못한.
만약 더 큰 사랑을 가질 수 있다면, 지금껏 내게 사랑을 준 사람들에게 더 큰 사랑을 가져다주고 싶다. 감히 바라보지만, 내 작디작은 마음의 그릇에 담긴 사랑은 더 담아보아도 자꾸만 넘쳐서 밖으로 새어나가 버리고 만다. 그래도 계속 바라본다. 바라다보면 나도 모르는 새 조금씩 그릇이 커질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