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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기계발팩토리 Apr 18. 2022

도대체 성과라는 게 뭐야?

막막했던 입사 첫 해의 기억

도대체 성과라는 게 뭐야? 


어쨌든 상무님의 조언, 혹은 피드백대로, 무언가 성과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성과라는 게 무엇인지 당시 저는 정말 모르겠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연구개발 부서에서 개인의 성과란, 약간은 모호한 개념입니다.     


회사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는, 성과에 대한 개념이 잘 잡히지 않습니다. 회사원이라는 게, 보내는 곳에 가서 시키는 일 열심히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시키는 것을 잘 하면 업무는 시스템에 의해 돌아가는 경우가 많지요. 회사에서 각각의 개인이 맡은 일의 결과물은 그 자체로 독립적인 기능을 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결과물과 결합되어 전체 차원에서 기능할 때가 많습니다.      


남들이 자동차를 10대 판매할 때 나 혼자서 50대 판매했다면 누가 봐도 성과가 더 뛰어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식당에서 누군가는 요리를 하고, 누군가는 상을 차리고, 누군가는 주문을 받았다면, 누가 성과가 더 큰 것일까요?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는 긴밀한 협업 구조 속에서, 뛰어난 성과가 났다 해도 그것이 어느 개인의 공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당시 저에게는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아도, 저는 신입사원들에게 “성과를 내라”라고 이야기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마 당시 제가 책임급이어서, 조직 전체 차원에서의 기여가 있어야 된다는 의미로 “성과가 있어야 해.” 라고 말씀해 주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지도선배에게, 그리고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던 먼저 입사하신 형님에게 물어 보았을 때는, “개선제안을 많이 해라”,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많이 주어라.”, “보고서를 빨리 만들어 가라.” 등등, 다양한 조언을 해 주셨습니다. 그런 조언들이 실질적으로 어떤 행동으로 이어져야 하는지를 찾는 것은 제 몫으로 남겨졌는데, 그 해답을 찾는 것은 정말 감이 안 잡혔습니다.      


어쨌든 뚜렷한 해답을 찾지 못한 채로 답답한 나날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하위 등급을 받는 것만은 피해야 했으니, 저는 가장 무식한 방법을, 하지만 당시에 제가 선택할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을 선택하게 됩니다.     


막막하니까 일단 무식하게     


저는 일단, 회사에 오래 남아있기로 했습니다. 시간으로 승부를 보기로 한 것이었죠. 어차피 나에게 하위등급 고과를 줄 거면, 조금은 망설이기라도, 미안하기라도 하겠지요. 혹시 조직 내에 하위등급 후보가 나 말고 누군가가 또 있다면, 누구보다도 더 늦게까지 남아서 뭐라도 한 나에게 주지는 않겠지, 그런 생각이었습니다. 뚜렷한 방법을 몰랐으니, C를 받을 확률이라도 낮추어야 했지요.      


나중에 좀더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일머리가 개발되기 전에는 어느 정도는 막대한 시간을 쏟아붓는 시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늦게까지 남아 있는다고 해서 당장 큰 성과가 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업무에 시간을 더 투입하면서 데이터를 들여다보는 시간도 많아습니다.      


저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었지만, 선배들이 낮에 치열하게 다투었던 미팅 회의록도 보면서 업무 용어도 하나하나 더 알게 되었지요. 막막하고 복잡하던 업무 자료들 속에서 익숙한 단어들, 익숙한 문장들이 생기게 되었고, 정말 기특하게도 질문거리들도 하나씩 둘씩 생겨났습니다.      


저녁에 야근이 반복되다 보니, 성실성에 있어서 이미지 변화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대졸사원들은 다들 지도선배들이 일을 가르쳐 주느라 나름대로 업무량이 조금씩은 있어서 종종 밤에 남아 있었지만, 저는 과장급인 데다가 나이도 좀 있어서 선배들이 일을 막 시키지는 않았거든요.      


그리고 당시에는 태어난 지 두 달도 되지 않은 첫째 아기가 있어서 저녁에는 케어를 해야 했지요. 이런저런 사정으로 주로 여섯 시에 퇴근하는 날이 많았고, 조직 분위기도 일찍 퇴근하는 자체를 규제하는 분위기는 아니었거든요.     


그랬던 제가 어느 날부터인가 저녁에 계속 늦게까지 남아 있다 보니, 사람들이 조금씩 알아봐 주기 시작했습니다. “Y책임, 요즘 왜 이렇게 늦게까지 있어?” 또는 “애기 보러 안 가?” 하고 관심 있게 물어봐 주시는 동료 분들도 계셨지요. 제 스스로도 조금은 대견했습니다. 이제 연말에 나에게 C를 주려고 해도, 평가권자 입장에서 조금은 망설이지 않으실까? 하는 기대도 조금씩 가져볼 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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