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칠기삼.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깨닫는 사실은 세상에는 내 의지와 노력도 중요하지만 통제 불가능한 요소들이 생각보다 우리 인생에 많이 관여한다는 점이다. 꼰대와 멘토의 차이는 어쩌면 한 끗 차이다. 둘 다 조언을 하지만 꼰대는 세상이 다 자기 뜻대로 되었다고 착각하는 부류이고 멘토는 운을 제외한 "기삼"에 관한 이야기만 최대한 객관적으로 하려고 노력하는 부류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인생에서 운은 정말 중요하다. 이번 12월 7일에 고작가님과 함께 출간하는 <일취월장: 일을 잘하기 위한 8가지 원리> 에서 첫 챕터의 주제도 "운"이다. 운에 대해 올바르게 알고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지만 대부분은 운을 너무 막연하게 생각한다. 아마도 그런 이유는 운이 중요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속성의 본질이 "통제불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게 운이니깐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손을 놓는 것은 전혀 올바른 전략이 아니다. 운과의 접점의 순간은 우리의 뜻대도 될 수는 없지만 운이 일어나기 전과 후는 철저하게 통제가능 영역이다.
사람들은 불운은 쉽게 인지하지만 행운은 그렇지 못하다. 사실 운은 엄밀히 말하면 "기회"이다. 절대 결과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운을 결과까지 포함한 상태로 착각한다. 그래서 행운은 기회를 못살려서 운이 그것이 왔는지 인지조차 못하지만 불운은 그 다음에 결과가 워낙 명백하기 때문에 "재수"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사실 운의 본질이 결과가 아닌 기회이기 때문에 그 전과 후에 대한 준비에 따라 우리는 전혀 다른 결과 값을 얻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얼마나 운과 조우하기 위해 준비하고 운을 만난 다음에 그 결과 값을 극대화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까?
정말 말 그대로 운이 좋게 나는 원래 운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전략을 잘 세우고 있었다. 나는 평생 원하는 만큼 성적(기준이 좀 높다)을 못 낸 나의 뇌를 원망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오히려 단순히 오지선다 잘 맞추는 것보다 운(기회)을 최대한 자주 접하고, 그 후에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 체득화 되어 있는 내 자신이 다행인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최근 2년 동안 복잡계에 대해서 조금씩 공부하면서 좀 더 체계적을 전략을 다듬으면서 기하급수의 시대를 조금씩 이해하면서 정말 세상을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복잡계는 정말 중요해서 이번 <일취월장>에 1장에 최대한 그 핵심 개념을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고작가님이 칼럼으로 써주셨다.) 그러면서 내 인생에서 운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기회(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엄청난 삶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내가 멘토링 프로젝트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사실 이것 때문이다.)
제목을 얼핏 보면 "운 좋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운 주는 사람"이다. 멘토링 프로젝트는 내 개인 계정에만 공지를 해도 이제는 수백명이 지원을 한다. 어쩔수 없이 가장 많이 성장할 것 같은 친구들을 뽑아야 하는데 뽑힌 친구들은 하나같이 이런 표현을 쓴다. "멘토링 프로젝트에 뽑혀서 행운이다." 오잉? 행운?
멘토링 프로젝트를 열고 진행하는 것은 나에게는 충분히 통제가능한 요소이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에게는 철저하게 운이다. 그렇다. 내 역량이 충분히 커져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면 그것은 수혜자 관점에서는 '운'이 되어버린다. 내 인생에 관한 운은 통제 못하지만 타인에 관한 운은 어느 정도는 통제가 가능한 것이다. 운 좋은 사람은 우리 마음대로 못되지만 우리는 누구나 "운 주는 사람"은 될 수 있다. 운 주는 것을 단방향적인 관계로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절대 아니다.
다시 멘토링 프로젝트도 돌아가자. 멘토링 프로젝트에서 운이 좋게 뽑힌 멘티들은 성장한다. 성장의 차이는 다르지만 거의 대부분이 멋지게 성장한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우리는 엄청나게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복잡계 살고 있다. 나는 멘토링 프로젝트에서 운 "주는" 사람이었지만, 멘티들이 성장해서 나를 도와주기 시작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그렇다. 다시 나는 운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나는 멘티들과 현재 협업을 하면서 도움을 받고 있다. 나는 운을 주고 운을 받았다.
오늘은 대교에서 주최하는 강연이 있어서 부평에 갔다. 10시 강연이라서 늦을까봐 길을 조금 일찍 나섰더니... 강연장에 8시10분에 도착했다. (나는 그렇게 항상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불운에 대비하여 특히 강연은 한 시간 전에 도착한다. 그래서 남는 시간은 독서를 한다. 불운에 대비하여 일찍 도착하고 리스크 관리하고 남는 시간은 생산적 시간으로 바로 전환한다. 내가 생각해도 매우 훌륭한 전략이다.) 강연장 근처는 주택가여서 정말 까페 같은 곳이 없었다. 생각보다 아침은 쌀쌀했고 어떻게 해야될지를 몰라서 버스를 타고 부평역으로 가기로 결정을 했다. 그런데 한 친구가 스윽 오더니 "신영준 박사님 아니세요? 저 오늘도 팟빵 듣고 왔어요." 하면서 반갑게 아는 척을 해주었다.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이 친구도 부평에 가는 길이었다고 해서 우리는 같이 버스를 타고 부평역에 가서 스타벅스에 갔다. 그리고 나는 친구에게 따뜻한 커피를 사주었다. 마침 이 친구 전공이 디자인이어서 내가 우리 체인지그라운드 영상제작 파트너에 지원하라고 했다. 그리고 취업에 관한 조언을 한 시간 조금 안되게 해주었다. (그래서 오늘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 강연 2시 10분에 친구 상담 한 시간으로 3시간을 쉬지 않고 얘기하니깐 진짜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ㅜㅜ)
이 친구도 역시 똑같은 얘기를 했다. "오늘 행운이네요!" 그렇다. 오늘도 나는 누군가에게 운을 주었다. 하지만 사건을 복귀해보면 이 친구는 운을 그냥 얻은 것이 아니었다. 우선 이 친구가 말하기를 평소에는 아침에 꾀부리다가 늦게 일어나는데 오늘은 우연하게 일찍 일어났다고 했다. 이 부분은 타이밍상 운이지만 비슷한 맥락으로 말하고 싶은 것이 운을 얻고 싶으면 일단 활동시간을 늘려서 무엇이라도 만나는 접점의 순간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책이 될수도 있고 사람이 될수 있고 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빈도를 늘리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하루를 18시간 활동하는 사람과 12시간 활동하는 사람의 운의 만날 확률은 굳이 안봐도 드라마이다.
나는 사실 이 친구가 나에게 말을 걸기 전에 나를 알고 있는 친구인것을 알고 있었다. 행동은 숨길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눈빛을 숨기기는 힘들다. 우선 아는 사람을 마주쳤을 때 눈빛은 모르는 사람을 봤을 때랑은 전혀 다르다. 이 친구도 나를 보자마자 쭈볏쭈볏 어찌할 줄을 몰라하다가 용기내어서 나에게 말을 한 것이다. 여기에도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운을 더 많이 접하려면 용기내어 좀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보통 거절당한다고 해서 우리 삶에 치명적인 내상이 생기고 그러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은 거절 당했을 때의 오는 당혹감과 쪽팔림을 이겨내지 못해서 질문하지도 시도하지도 못한다. 접점의 빈도가 늘어나는 환경을 만들고 시동을 걸수 있는 약간의 용기 혹은 적극성만 있다면 여러분이 세상을 살면서 운을 만날 확률은 극적으로 올라가게 된다.
정말 '운'은 중요하다. 운을 실력으로 착각하면 폭망할 것이고, 운에 간과하면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대부분의 인지되는 운은 불운일 것이다. 하지만 운에 대해서 우리는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공부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이번에 <일취월장>이 나오면 책에 다 쓰지 못한 운 이야기를 <팟캐스트: 인생공부> 혹은 <유튜브: 체인지 그라운드>에서 추가적으로 더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다. 허접하지만 글을 계속 끊임없이 글을 쓰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계기가 되어서 많이 분들에게 운이 되기를 바래서이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운의 씨앗을 뿌리고 책, 방송, 강연, 멘토링 프로젝트로 그 씨앗을 정성스럽게 가꾸면 나에게 운이 다시 돌아 올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렇다. 나는 철저하게 이기적 이타주의자 되고 싶은 것이다.^^
Good lu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