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포기하고 싶을 때가 정말 많았다. 수능도 그랬고, 박사과정 때도 그랬다. 그리고 안정적인 회사를 다니다가 퇴사를 하고 프리랜서로 일하고 그것이 확장되어서 회사를 운영한 다음부터는 포기 정도가 아니라 진짜 다 때려치우고 싶은 순간이 손에 꼽을 수도 없을 만큼 많다.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일취월장 플러스> 강연 사전 질문을 취합하니 가장 많은 질문 중에 하나가 바로 어떻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내 경험이 절대적 정답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 한 글자 적어본다.
인생에서 가장 큰 포기의 욕구를 느꼈던 순간은 대학원 시절이었다. 나는 학부시절 공부를 잘하지 못했다. 그러나 장학금을 받기 위해 사력을 다했고(학점 잘 주는 과목만 잘 찾아서….), 그러나 보니 어처구니 없이 높은 학점이 남았고 그래서 어떨 결에 대학원까지 간 것이다. 그리고 27년 동안 곪았던 내 인생의 문제는 대학원에서 터졌다. 학문적으로 내공이 약하다 보니 박사 자격 시험이라든지 새로운 토픽을 만났을 때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야 하는 과정 같은 것이 보통 힘든 게 아니었다.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세웠다. 여기서 전략은 <일취월장>에서 “전략”편에서 말하는 것처럼 실행 가능한 계획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터무니 없는 계획을 세워놓고 이루지 못해서 좌절했다고 힘들어 하는 경우를 본다. 그런 경우 나는 사실 위로보다는 애초부터 틀렸다고 냉정하게 이야기해준다. 전략이란 무엇인가? <일취월장> “전략”의 도입부를 살펴보자.
“멍게라고도 불리는 우렁쉥이는 빛을 감지하는 안점, 중력을 감지하고 균형을 잡을 수 있게 해주는 이석뿐만 아니라 뇌신경절이라 불리는 작은 뇌를 갖고 있다. 릴 적 우렁쉥이는 바다를 자유로이 헤엄치며 자신이 뿌리를 내리고 살 만큼 영양분이 풍부한 장소를 찾아다닌다. 적합한 장소를 찾으면 자리를 잡고 물결에 쓸려가지 않도록 몸을 바닥에 단단히 붙인다. 그리고 평생 동안 식물처럼 물속의 영양분을 걸러 먹으며 살아간다.
그런데 우렁쉥이는 자리를 잡을 때 흥미로운 변신을 한다. 자신의 뇌를 흡수해버리는 것이다. 뇌는 더 이상 필요 없는 것처럼 말이다. 브리지 대학의 신경과학자인 대니얼 월퍼트 동료들은 신경학적으로 보았을 때 우렁쉥이를 통해 뇌의 존재 이유를 알 수 있다고 했다. 더는 움직일 필요가 없어진 우렁쉥이가 뇌를 흡수해버렸듯이, 뇌는 신체의 움직임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것이다.” <일취월장, p282>
놀라운 통찰이다. 내가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를 멍게한테서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대학원 시절 목표를 단순하게 만들어서 “진짜 하루 하루만 살아내자!”라는 전략을 세웠다. 그리고 할 수 있는 계획만 세웠다. 철저하게 내 상황과 연구실 상황을 파악하고 내가 할 수 없는 것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해서 나는 두 번의 박사 자격시험도 통과하고 논문도 누구보다 빨리 많이 쓸 수 있었다. 포기하고 싶을 때는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분리하고 할 수 있는 것에만 온 마음으로 다해 집중해보자. 그러면 길이 보이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는 회사를 하면서 포기하고 싶었던 경우이다.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 하는 것의 일의 난이도는 훨씬 높다. 대신 성공한다면 시너지를 통해 얻는 결과 값도 훨씬 크다. 세상에 건설적이고 의미 있는 임팩트를 주기 위해 시작한 일이고 지금도 열심히 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는 돈을 벌어야 한다. 그게 1순위이고 2순위이다. 3순위도 “돈을 벌어야 한다”이다. 그냥 뜻을 품는 것이랑 돈을 버는 일은 전혀 다른 차원의 영역이다. 일을 열심히 했지만 돈을 제대로 못 받은 경우도 있었고, 기회는 왔지만 우리의 역량이 부족한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내부 구성원과 충돌로 싸우기라도 할 때면 진짜 다 때려치우고 싶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고 이제는 조금씩 안정 궤도로 들어가고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일취월장> “성장”편에는 앞으로의 시대가 필요로 하는 3가지 인재상에 대해 말한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이성적 몽상가”이다. (개인적은 "성장"편은 꼭 다 읽어봤으면 좋겠다.) 나는 이성적 몽상가이고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우리 모두에게는 담대한 꿈이 필요하다. 정말 내 가슴을 뛰게 하는 꿈이 명확하다면 삶에서 오는 작은 잡음들은 꿈 속에 묻혀서 들리지 않는다. 그러면 혹자는 그럴 것이다. “꿈 없는 사람이 어디 있냐?” 맞다. 대부분은 꿈이 있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꿈은 합리적인 꿈이다. 자신의 역량을 뿌리로 만든 열매를 말하는 것이다.
나는 상담을 수 천 건도 넘게 했고, 백 명도 넘는 친구들의 데일리 리포트를 봤다. 하지만 대부분은 꿈과 행동이 거의 일치 않았다. 그것은 이성적 몽상이 아닌 막연한 몽상이다. 그렇게 막연한 몽상을 하면 현실과 꿈과의 괴리만큼 힘들어진다. 그러면 또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능력이 없는데 꿈도 꾸면 안되나요?” 아니다. 여기서 역량은 현재 내 능력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배움의 기울기가 중요하다. 내가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면 미래에 도달 가능한 실력치가 있을 것이고 그 예상 실력치를 기반으로 내가 그릴 수 있는 가장 큰 꿈을 설계하면 된다. 현실에서는 대출을 하면 이자를 내야 하지만 내 인생을 설계하기 위한 미래의 내 능력치를 빌려오는 것에는 이자가 없다. (실제로 멋진 성장을 해내고 있는 독자 분의 편지)
내 담대한 꿈은 내 딸이 살아갈 세상을 좀 더 합리적인 곳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기업의 조직문화를 아주 합리적으로 바꾸는 것이 내 꿈의 현실적 종착역 중에 하나이다. 일 다했으면 제 때 퇴근하고, 아프면 쉬고, 능력만큼 보상받는 그런 회사 말이다. 당연히 그래야 하지만 오히려 비합리가 만연한 것이 더 당연해 보이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일이 힘들 때는 정말 자는 딸을 보면서 몇 번 울기도 했었다.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많은 분들과 직간접적으로 소통하면서 꾸준히 결과를 만들어왔다. 많은 분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직접 지켜보면서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제는 예전보다 훨씬 더 꿈을 이룰 자신이 있다. 도전의 양의 되먹임 구간(positive feedback)에 들어온 것이다. 그렇게 선순환이 일어나면 웬만해서는 포기를 안 한다. 이것이 나를 오랜 시간 동안 지켜본 분들이 궁금해 한 부분이다.
내가 해낸 직접 경험과 멘티들을 도와주면서 얻은 간접 경험이 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더 많은 분들과 함께 하고 싶다. 그렇게 진짜 내 딸이 살아갈 세상 그리고 당장은 우리 멘티들 그리고 독자분들이 힘겹게 버티고 있는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나은 곳으로 바꾸고 싶다.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갑자기 또 눈물 날뻔했다. 글 쓰면서 이런 감정이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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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일은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고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또 우리는 그런 일에 대해 어떤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지, 일의 본질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제대로 그리고 즐겁게 일하고 싶은 분들에게 <일취월장>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