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을 듣다 면 역시나 가장 많이 접하는 사례는 직장에서의 인간관계이다. 일단 천재지변과 인재부터 구별하자. 질량 보존의 법칙, 에너지 보전의 법칙과 나란히 세계 3대 보존 법칙 중에 하나인 “똘아이” 보존 법칙에 해당되는 나쁜 동료나 상사를 만났다면 우선 심심한 위로의 말을 건넨다. 이번에는 그렇게 불가항력적인 경우가 아닌 조금은 내가 미움 받을 용기가 있다면 해결 가능한 경우를 함께 이야기 나눠보려고 한다. 우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대한민국에서 회사생활은 힘들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있다. 간략하게 그 이유를 <일취월장>에 “입사 후 숨이 막히는 신입사원에게” 칼럼에서 확인해보자.
“ 여러 가지 이유로 힘들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인간관계이다. 대한민국은 그 어떤 나라보다고도의 압축 성장을 경험한 나라이다. 1970년 한국은 중-저소득(Lower-middle-income)국가로 분류되었지만, 2010년에는 고소득(High-income)국가가 되었다. 전 세계에서 40년 동안 중-저소득 국가에서 고소득 국가로 변신한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 그런 변화를 겪은 기성세대와 현재의 청년세대는 같은 모습을 하고 같은 말을 하면서 같은 국가에 살고 있지만, 이렇게 성장 배경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다른 형태의 사고방식을 한다고 해도 사실상 무리가 없다. 거기다 정치적, 기술적 환경의 변화 속도까지 가중치를 주면 조금 과장을 보태서 서로 다른 인류라고 정의하고 싶을 정도이다. 대한민국에서 취업이라는 것은 그렇게 다른 종족이 만들어 놓은 생태계에 들어가서 적응하는 것이다.
만약에 이렇게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는 정도라면 직장 생활이 그렇게 숨 막힐 수는 없다. 조금 더 구체적이고 정량적인 근거를 제시하면, 핵심 원인은 현재 회사의 핵심 의사 결정을 하는 기성세대의 낮은 문해력이라고 생각한다.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발표한 16~65세 한국인의 문해력은 OECD 평균과 거의 동일하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당히 충격적인 결과를 발견할 수 있다. 16~24세의 평균은 세계 4위로 상당히 높았지만, 45~54세의 평균은 OECD 국가 중에 뒤에서 4등, 55~65세의 평균은 뒤에서 3등이라는 처참한 결과였다. 객관적 지표는 이렇지만, 현실에서 기성세대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엄청난 성취를 이뤄냈다. 이런 문해력의 실제 결과를 보면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라고 느껴질 정도이다.
낮은 문해력과 눈부신 업적이라는 전례가 없는 기형적 조합은 사실상 두 세대 사이의 대화를 불가능하게 만들 만큼 엄청난 장벽이 되었다. 제대로 논리적인 소통을 하더라도 타인의 공감을 얻고 이견을 좁히는 일이 쉽지 않은데, 기성세대는 이미 일궈낸 성공이라는 정답을 전제로 깔고 대화를 하므로 신입사원에게 숨을 쉴 틈을 줄 리가 만무하다. 이렇게 따지고 보니 회사 생활이 안 힘든 게 이상할 정도이다.” <일취월장, p520>
간단하게 말하면 너무 빠르게 압축 성장한 부작용이다. 많은 상담을 하다보면 20~40대 직장인은 생각보다 발전하고 성장하고 싶은 욕구가 엄청나게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50대 이상 OB들은 다르다. 그들은 여전히 개인의 성장보다는 팀워크에 좀 더 방점을 찍은 성향이 크다. 그래서 회식을 하면서 코가 삐뚤어지게 마셔야 서로의 진심을 확인할 수 있고, 또 오래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이 그래도 일을 열심히 했다는 핵심 KPI중의 하나가 된다. 사실 이게 예전에는 그렇게 틀린 전략이 아니었다. 그래도 진짜 무언가 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세상이 빠르게 바뀌고 있고 예전에 전략을 의사결정권자가 고수하면 모두의 미래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일취월장> “미래”편을 읽어보면 좋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를 위해 조금은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하다. 일단은 일을 다 했으면 눈치 보지 말고 퇴근할 용기와 쓸데 없는 회식을 거절할 용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20대 초반에 배웠던 전공지식으로만은 절대 먹고 살수 없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꾸준하게 배우고 익히지 않으면 앞으로는 회사생활이 힘겨운 정도가 아니라 삶 자체가 고난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특히 OB들이 만들어 놓은 기준을 절대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연공서열이 회사에 가장 강력한 이데올로기(?)일 때는 나이만 먹으면 “관리”라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버틸 수 있었지만 이제 점점 관리의 영역은 사라질 것이다. 사실 기업의 관리는 정보와 자료의 취합의 성격이 강한데 이제는 이 부분은 시스템적으로 점점 효율화 될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좋은 보고 시스템(인프라)이 있다면 관리자는 팀장 한 명이면 충분하다. 이제는 모두가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동시에 역설적으로 일의 주제가 너무 빨리 바뀌기 때문에 제네널리스트도 되어야 한다. <일취월장>에서 말하는 “지식의 탐색과 심화”능력을 반드시 함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능력 있는 리더라면 정말 밀도 있게 일하고 회사에서도 업무 관련 자기계발의 시간을 반드시 확보해줘야 한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우리나라 성인의 문해력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계속 뒷걸음질 치고 있다. 그 원인은 너무 명백하다. 굳이 독서가 아니더라도 능동적으로 정보를 습득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뇌는 가소성이 있다. 쓰면 발달하고 쓰지 않으면 기능이 저하된다. 단순하지만 무서운 진리이다. 그래서 우리는 회사가 아닌 우리 자신을 위해 공부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그게 회사도 개인도 사는 길이다. 여전히 의사결정권자 OB들은 조금만 버티면 되기 때문에 또 이미 쌓아 놓은 게 많기 때문에 예전에 관습을 고수할 것이다. 분명히 일 다했는데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 회식 자리에서 “저는 술을 안 마십니다.” 상사가 치맥하자고 할 때 “어디 좀 가봐야 되서요.”라고 하면 싫어하는 동료나 상사가 여전히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잠깐이다. 또, 생각보다 거절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런 분위기를 점점 인정해주는 경우도 많다.
책에도 썼지만 우리가 책을 쓴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는 조직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 이다. 실제로는 나는 요즘 한 대기업의 상당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의사결정권자를 만나고 있는데 함께 협력하는 조건 중에 하나는 좋은 조직문화를 회사에 뿌리 내려주는 것이다. 그 의사결정권자는 흔쾌히 받아들였고 나는 자신해서 그 회사의 결정권자가 책임을 지고 있는 그룹에 멘토가 될 것이다. 그래서 모두가 공부해서 성장하는 분위기를 꽃피우고 성공하는 사례를 그 대기업에 꼭 보여줄 것이다. 그래서 개인의 성장이 회사의 성장이라는 것을 꼭 증명할 것이다. (실제로 <일취월장> “조직”편을 읽어보면 회사의 실적은 구성원의 동기부여 정도에 크게 좌우된다는 것을 사회과학 연구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말 안 해도 안다. 힘들다는 것을. 안타깝지만 세상에 대한 불평만 늘어 놓는다고 또 꾹 참기만 한다고 바뀌는 것은 없다. 우리가 움직여야 한다. 그 시작은 조금 미움받을 용기를 각오하는 것이다.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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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일은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고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또 우리는 그런 일에 대해 어떤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지, 일의 본질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제대로 그리고 즐겁게 일하고 싶은 분들에게 <일취월장>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