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이 힘든 경우는 보통 두 가지로 분류된다. 첫 번째는 업(業) 자체가 싫은 경우. 고등학교 계열선택부터 홀짝 도박을 하듯 이과 문과를 선택하고 또 대학교 전공도 “그래도 이게 좋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에. 부모님이 권유해서. 점수가 해당되어서.” 이런 식으로 선택한다. 그렇게 시간과 선택의 범벅에 이리저리 휩쓸리고 나니 어느새 일을 하고 있다. 운이 좋다 보면 일머리가 있어서 그래도 “먹고사니즘”을 해결하면서 살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아니다. 닭이 먼저인지 알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우리가 치킨을 먹는 것처럼 싫어서 못하는 것인지 못해서 싫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많은 이들의 하루하루는 그냥 일이 싫고 재미가 없다. 이 부분은 개인의 역량 문제이다. 개인의 문제는 올바른 선택과 의식적 노력으로 어느 정도는 해결 가능하다.
문제는 두 번째이다. 사람이 싫은 경우이다. 살면서 다양한 조직을 경험했다. 가는 조직마다 틀리고 다름의 문제를 넘어선 정말 싫은 사람들이 있었다. 특히 마지막 회사에서 근무할 때는 역대급으로 싫은 상사가 하나 있었다. 얼마나 성격이 최악이었냐면 부서 사람 둘만 모이면 그 사람 욕을 했고 심지어 다른 부서 사람들과도 그 사람 욕을 했다. 가끔은 다른 부서 사람 둘이 모여 있어도 그 사람을 욕을 했다.
회사에서 상사가 싫은 경우는 또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첫 번째는 일을 못하는데 호봉만 올라가서 비효율적으로 일을 시키는 사람이다. 사실 이건 내가 일을 똑똑하게 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해결 가능한 부분이 있다.(그래도 여전히 피곤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정상적인 일반기업은 시간이 약이다. 기다리면 떠날 것이다. (공무원은 예외) 두 번째는 업무 외적인 부분으로 우리를 괴롭히는 인간들이다. 시시콜콜 헛소리를 하고 업무가 아닌 인생을 가르치려고 든다. 진짜 답이 없다. 그러면서 그 사람이 회사 일까지 잘해서 임원들의 인정을 받고 있는 경우는 진짜 숨이 막힌다.
<일취월장> “조직”편에서도 설명했지만 우리가 일을 추진하는 핵심 동기 중의 하나는 바로 자율권과 통제권이다. 직원이 일의 자유도가 높고 자신이 하는 일에 통제권을 확실히 확보하고 있는 회사는 다른 회사들보다 생산성이 높았다. 직원들을 압박하고 옭아맨 회사가 아니라 권한을 더 많이 부여한 회사가 더 잘 되었다는 말이다. 정말 그런지 <일취월장>을 조금 살펴보자.
“셰필드 대학교의 카말 버디 교수 연구 팀은 무려 22년에 걸쳐 308개의 제조회사를 조사했다. 이들은 기업에서 채택한 다양한 생산성 향상 제도를 추적했다. 공급망 제휴, 전사적 품질 관리, 적시생산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것들은 생산성과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별로 없었다. 그러나 단 하나는 생산성에 큰 영향을 줬는데, 바로 직원들에게 통제권과 자율권을 부여한 제도였다. 즉,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보다 직원들에게 적절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더 효용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자율권을 얻은 직원은 일반적인 직원들보다 1인당 부가가치를 9퍼센트나 더 냈다.” <일취월장, p373>
일단 백 번 양보하고 시작하자. 일의 자율권은 떠나서 점심시간의 자율권이 보장된 회사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상사가 먹자는 밥을 먹고 상사가 밥 먹는 속도에 맞춰서 밥을 먹고 상사를 커피를 마시면서 상사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밥이 소화나 되겠는가? 조직문화 점점 좋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회사는 비업무적인 영역에서 조차 자율권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직원의 행복은 개인과 회사 모두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 근로현황 보고서>를 보면 몰입도가 높은 직원의 병가 사용 일수는 낮은 직원보다 20퍼센트 더 낮았다고 보고 되었다. 또, 직원의 몰입도가 높은 글로벌 50개 기업의 주당순이익을 살펴보면 몰입도가 평균 이상의 기업은 평균 이하의 기업보다 2.6배가 높았다. 그렇다면 몰입은 어디서 오는가? 닐 도쉬와 린지 맥그리거가 만든 ‘총 동기 이론”을 살펴보면 일의 동기는 “즐거움, 성장, 의미, 경제적 압박, 정서적 압박, 타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말 그대로 앞의 3가지 요소가 높을수록 일의 몰입도는 높아지고 뒤의 3가지 요소가 높을수록 일의 몰입도는 하락된다. 그러면 생각해보자. 정말 상대하기도 싫은 최악의 성격의 상사는 동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당연히 즐거움과 성장은 감소할 것이고 정서적 압박은 올라 갈 것이다. 그렇게 나쁜 상사는 개인에게도 조직에게도 해롭다. (일에 동기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모두에게 정말 중요하다. <일취월장> “조직”편을 참고하면 도움이 많이 된다.)
결국 나는 회사를 떠났다. 복합적인 이유로 그만뒀지만, 당연히 이유 중 하나는 그 상사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회사를 떠나서 1년의 고난의 시간을 이겨내고 어느 정도 자립하는데 성공을 했다. 나는 우리 부서 상사와 부하직원 모두와 여전히 연락을 하고 지낸다. 물론 그 싫어했던 사람은 아니다. 내가 먼저 연락해서 책 선물도 하고 밥도 사주고 아주 정기적으로 만난다. 그리고 나를 만난 옛날 동료들은 여전히 그 상사를 욕하고 있다. 그럼 나도 옛날 실력 발휘에서 프리스타일 랩하듯이 동료들의 아픔을 위로 해준다. 정말 안타깝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하는데 매일 얼굴 마주하는 사람이 뒤에서 악담과 저주를 퍼붓고 있고 그 사실을 전혀 모른다는 사실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두 개 조직의 의사결정권자가 되었다. 나는 그런 상사가 되기 싫고 우리 조직에는 그런 상사가 있어서도 안 된다. 제목에서 말했지만 결국은 사람이고 관계다. 나는 항상 회사 식구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있다. “프로라면 일은 힘든 게 당연하다. 쉬운 일은 없다. 하지만 일 이외에 나머지는 절대 힘들면 안 된다.” 내가 <일취월장>을 쓰면서 정말 열심히 공부했던 조직의 동기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일에 몰입하고 또 일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지 매일같이 고민한다. 회사식구들의 마음 속속들이까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즐겁게 일하고 있는 것 같아서 모두에게 감사하다.
언제나 어디서나 그렇다. 일에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그 중심에 누구나 기댈 수 있으면 좋겠다. 일이 힘들면 그렇게 서로 의지하면서 버틸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런 좋은 조직 문화가 더 많이 퍼질 수 있도록 나도 계속 최선을 다하겠다. 모두 함께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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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일은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고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또 우리는 그런 일에 대해 어떤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지, 일의 본질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제대로 그리고 즐겁게 일하고 싶은 분들에게 <일취월장>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