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볼거리, 들을 거리가 참 많은 시대가 있을까? 앞날은 모르겠지만 과거를 돌아보면 없었을 것이다. 인터넷이나 SNS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제각각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번이라도 좋으니 내 이야기를 들어줘.” 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 중에서 유독 공감을 많이 받는 말들이 있다. 순간 ‘뻥’ 터지는 웃긴 말이나, 넌 참 잘했으니 이젠 휴식하라는 위로의 말일 수도 있다. 아니면 슬램덩크 안선생님의 명언을 살짝 비튼, “포기하면 편해” 같은 자조 섞인 말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다양한 이야기 중에서 언중유골(言中有骨)의 이야기는 조금 드문 거 같다. 언중유골의 말을 한다고 말하면서 뼈 때리는 말, 팩트 폭력 등 좀 더 강하고,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해서 누군가를, 나쁘게 말하자면 조롱거리로 만드는 말을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타인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해도, 해를 입히지 않는 것을 목표로 사는 나에게는 선의가 아닌 악의를 가지고 헐뜯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보면 조금 안타깝다.
나는 그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나의 말을 듣고 공감해주는 사람, 아니 공감에 그치지 않고 정말 나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해주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내가 힘낼 수 있도록 진실로 뼈 있는 말을 해주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에세이인데, ‘성장’ 에세이
신영준 박사님과 고영성 작가님의 신작이 나왔다. 제목이 <뼈 있는 아무 말 대잔치>(이하 뼈아대)라고 한다. 내가 아는 아무 말 대잔치는 “생각하지 않고 의식의 흐름대로 나오는 말을 하는 것”이다. 조금 의아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띠지에 #성장_에세이라고 적혀 있었다. 성장이라는 두 글자가 내 마음에 닿았다. 다시 생각이 잠긴다. 나는 정말 성장하고 있는 것일까. 스스로에게 항상 던지는 화두 중 하나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살 수 있을까.
성장을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나 자신에게 물어봤다. 나는 성장을 그저 어떤 성취나 배움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성장은 배움, 성취는 매우 작은 부분이었다. 자립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일어나는 일들, 인간이기에 겪는 일 등 인생의 모든 전반에 있어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되는 것이 진정한 ‘성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흔한 아무 말을 뼈 있는 말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만화 중 바텐더라는 만화가 있다. 뼈 있는 아무 말 대잔치를 읽다가 15권에 나오는 한 방울의 물 에피소드의 내용이 떠올랐다. 에피소드의 메인 등장인물인 노사(老師)가 주인공 사사쿠라 류가 만든 맛있는 칵테일 한잔 마시고 바텐딩을 배워보겠다고 하자, 바백(메인 바텐더의 보조)인 와쿠이 츠바사는, “지금부터… 그 연세에 말이에요?”라고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며 묻는다. 그런 그에게 노사는 “설령 100살부터 시작해 겨우 하루밖에 수행하지 못했다 해도, 다시 태어났을 때는 하루만큼 수행되어 있는 법. 그런 의미에서 뭔가를 시작하는 데 너무 늦은 것은 없지.”라고 말한다. 생각해보자. 늙은 스님이 바텐딩을 시작하겠다는 말을 듣게 된다면 혹자는 속된 말로 “노망났네.”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어쩌면 아무 말로 들릴 수도 있다. 그렇지만 노사는 이어 뼈 있는 한 마디를 던진다. 흔한 아무 말을 뼈 있는 말로 바꾼 것이다.
뼈아대도 그런 책이다. 우리가 흔히 듣거나 말하는 흔한 푸념의 말이나 걱정의 말, 그리고 고민하는 말에 대해 정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뼈 있는 말로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책이었다. 개인적으로 보면서 마음에 들었던, 조금이나마 생각해본 꼭지들에 대해 조금 적어보려고 한다.
첫 번째 꼭지의 제목이 너무 자주 하는 7가지 오해다. 보고 있자니 저절로 고개가 끄덕끄덕하는 이야기였다. 보고 있자니 이 꼭지가 맨 앞에 올만하구나 싶었다. 자유와 행복에 대한 오해를 보며 내가 왜 이런 오해를 하고 있었던 것일까 생각했다. 퇴사하면 모든 게 자유롭다고 하는 책들, 매일 행복해야한다는 사람들, 언제든지 날 속박하는 것들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 수 있다고 하는 매력적인 말들……. 이 모든 것들이 과연 진짜 내가 생각했던 것들이 맞는지 생각해봤다.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 듣기 좋고 매력적인 말을 나에게 주입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니 조금 서글프기도, 무섭기도 했다.
30대가 된다고 하니 마냥 서글프다는 굉장히 공감이 많이 됐다. 내 나이 29, 이젠 앞자리가 3이 되는 나이다. 부족한 실력, 보이지 않는 앞날…… 드라마 미생의 삶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나도 프로고민러인지라 고민의 핵심 키워드인 미완성과 두려움이란 말에 맘이 많이 찔렸다. 꼭지에서는 고민의 해결을 위해, 완생을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나는 거기서 더 나아가서 삶의 여러 가지 미완성과 두려움에 대한 부분을 생각해보았다. 특히, 결혼이란 부분에 대해 생각해봤다.
결혼이란 말만 들어도 힘들어 하는 사람이 참 많다. 나도 그렇다. 이제 30대인데 슬슬 결혼 생각해야 되는 거 아니냐는 말에 나도 모르게 아직 준비가 안됐다는 생각과, 과연 ‘나’라는 사람과 결혼해줄 사람이 있을까 하며 두려움에 의해 소심해지는 자신을 돌아보았다. 차분히, 숨을 내쉬며 생각해봤다. 언제 준비가 될 것인가. 정답은 없다. 하지만 자립할 수 있는 내가 되고, 자립하는 사람과 만나 서로 사랑하며 결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우리는 왜 힘든가를 보면서 문득 친한 형과 교회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이 떠올랐다.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부분이 잘 보면 중간이 없다는 말이 참 많지. 우리 교회도 그렇고. 저 위쪽에 있는 어른들과 반면 나나 너 같은 20~30대들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우리 교회는 중간이 없다’라는 말이야. 그런데 내 생각은 조금 달라. 그 중간이 없는 게 문제가 아니야. 어차피 우리가 그 중간 세대가 될 거니까. 그렇지만 그 중간세대가 될 20~30대가 무언가 해보려고 할 때마다 어른들은 자신들이 젊었을 때를 떠올리며 자신들이 보기엔 굳이 도움을 안 줘도 되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이, 지원이 필요한 20~30대 세대에게 꽉 막힌 벽이 되는 거야.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어른들이 조금만 더 크게 보고 희생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지 못한다면 10년 후에도 똑같을 거야.”
사실 우리가 힘든 이유는 너무나 당연한 부분이기도 했다. 고도화된 사회, 점점 팍팍해지는 사회, 신뢰와 희생의 가치가 떨어지는 사회, 잘못된 리더십과 생기지 않는 팔로워십……. 다양한 이유를 댈 수 있다. 여기서 하나만 없애면 해결이 될 거라는 안일한 생각을 할 수 없을 만큼 말이다. 개인적으로 딱 두 개의 가치, 책임감과 사랑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들어가 있는 세상이 된다면 10년 후에 팍팍하고 슬픈 세상보다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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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생각하지 못한 부분, 늘 생각만 하고 명확하게 떠오르지 못한 것들에 대해 조금이나마 정리된 듯 했다. 이젠 이 책의 내용들을 가지고 주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두 저자의 뼈 있는 말이, 나만의 뼈 있는 말이, 그리고 함께 나누는 사람들의 뼈 있는 말이 모두의 성장으로 이어지길 바람이다.
그러니 이왕이면 뼈 있는 아무 말을 나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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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성장_에세이 뼈 있는 아무 말 대잔치 (뼈아대)|작성자 R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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