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계좌다.” 라는 게시물을 예전에 SNS에 포스팅 했을 때 사람들은 엄청난 반응을 보였다. 그 때 글의 핵심은 직원들에게 사랑하고 고맙다고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을 제대로 확실히 했으면 금전적으로 보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돈이야말로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아끼는지 정량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수단이자 언어이기 때문에 조금은 차가워 보이지만 사랑은 계좌라는 표현했고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영어를 세계 공용어라고 하지만 나는 진정한 세계 공용어는 돈이라고 생각한다. 돈은 세계 공용어를 넘어 역사적 공용어이다. 돈에는 여러 가지 개념과 철학이 포함이 되어있지만 나는 특히 비교의 척도와 신뢰라는 개념을 중요시 생각한다.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이렇게 지구에서 거대한 세상을 만든 특수성은 우리가 진사회성 동물이기 때문이고, 그 진사회성의 본질은 협력과 경쟁이 이다. 이 협력과 경쟁의 핵심 동력은 바로 신뢰와 비교이다. 우리는 반드시 비교와 신뢰에 대해서 철저하게 공부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무엇보다 완벽하게 관통하는 언어는 바로 ‘돈’이기 때문에 우리는 돈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한다. (하지만 잘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 어떻게 돈 공부를 해야 할까? 맨큐의 경제학부터 파기 시작해야 하나? 절대 아니다. 언제나 배움의 시작은 재미가 중요하다. 그리고 큰 그림을 보면서 서서히 파고들어가는 것이 궁극적으로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에 나온 홍춘욱 박사의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는 정말 훌륭한 책이다.
우선 이 책은 깊이도 있지만 재미도 있다. 보통 두 개를 다 잡기가 어려운데 그럴 수 있는 이유는 홍춘욱 박사의 백그라운드 때문일 것 같다. 원래 홍춘욱 박사는 사학과를 졸업한 역사학도이지만 프로페셔날한 커리어를 이코노미스트로써 쌓았다. 역사를 경제 관점에서 풀어내기 위해 이만큼 적합한 포지션도 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역사를 좋아하지만 배경지식의 부족으로 책을 빨리 읽지 못해서 역사 책을 손에 잡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은 달랐다. 이 책에서 역사는 “매질”이다. 돈이라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언어가 세상에서 어떻게 작동하면서 퍼지는지 통로를 하는 매질이었다. 이 책은 모든 챕터에 차트가 나온다. 그래서 정말 이해가 쏙쏙 되면서 말 그대로 역사적 사건을 경제 관점에서 통찰을 뽑을 수 있다.
왜 최강의 군대를 가지고 있던 스페인은 결국 최고의 국가가 되지 못했는지를 돈의 관점에서 아주 명쾌하게 설명한다. 작가의 내공이 높기 때문에 우리가 심지어 역사적으로 잘못 알고 있던 사실을 알게 된다. 왜 명나라 때까지는 아시아가 부강했지만 결국에는 서양이 패권을 잡았는지, 대공황은 왜 그렇게 길었는지, 또 왜 금본위제는 폐지되었는지 역사적 사건과 경제 이야기가 절묘하게 조합되면서 책에서 손을 떼기 힘들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두 번 읽고 나서 몇몇 부분은 외워서 어디 가서 SSUL을 풀어보니 상당히 유식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리고 이 책은 모든 챕터에 홍춘욱 박사가 인용한 책들이 잘 나와있다. 일본 역사 관련 부분은 파생 독서를 하고 싶은 부분이 생겨서 추후에 레퍼런스를 따라서 책을 더 깊게 파고 들어가면서 읽어볼 계획이다. 나는 나름 이 책을 세계 경제의 빅히스토리 북이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로 정말 세계사의 큰 그림을 돈이라는 관점에서 정말 체계적으로 설명하였고, 우리나라 부분을 빼고 세계사 부분을 보완하면 충분히 세계적으로도 경쟁력 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말 자신 있게 내 “신뢰”를 걸고 추천하는 책이다. 말 그대로 “돈”이 아깝지 않은 책이니 많은 사람들이 읽고 경제와 역사를 한 큐에 잡으면서 지식도 얻고 즐거움도 느끼는 그런 기회를 꼭 가졌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후속작으로 한국사와 경제만 다루는 이야기를 홍춘욱 박사가 꼭 출간해줬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을 적으면 이 글을 마친다.
덧. 목차를 보면 이 책의 구성이 얼마나 탄탄한지 알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