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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박사 Jun 20. 2019

그렇게 바뀌는 데 3년이나 걸렸다.

#첫만남

신영준 박사님을 처음 뵌 것은 4년 전 어느 여름날이었다. 회사 생활을 하며, '퇴사'라는 단어를 매일 떠올리던 그 때, 교보문고에서 신박사님을 처음 뵈었다. '빅보카'라는 단어책이 출간된지 일주일 남짓했을때였을거다. '빅보카 파더'라는 다소 인싸스러운 티셔츠를 입은 신박사님을 멀리서 발견하고는 언제 인사를 해야하나 쭈뼛거렸다. 그리고는 매대에 비치된 빅보카 책 스무권을 구입하여 무작정 신박사님께 가져갔다. 그 당시에 내 페친중에는 대학생들이 많았기에, 한 권씩 선물해줄 요량이었다.
"박사님, 안녕하세요. 저 혹시 이거 스무권... 다 싸인해주실 수 있나요?"  

#터닝포인트


'언젠가는 내가 좋아하는 학원강사일을 시작해야지'라고 결심만하던 때였다. 대부분의 보통사람들이 그렇듯 생각만하는 세월이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일년이 될뻔하던 찰라, 신박사님께 갑자기 전화가 왔다.


"갑재야, 내가 네 인생을 바꿀 기회를 줄게. 강사가 하고 싶다고 했지? 강남보육원에 가서 학생들을 가르쳐. 물론 교육비도 내가 보장해줄게"


'이 무슨 꿀알바인가?'하는 마음과 동시에, 내 직업을 아주 부드럽게(?) 바꿀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여겨졌다. 돈을 받는 봉사활동이라니, 이게 무슨 모순인가 싶었지만 신박사님은 나에게 이렇게 얘기해주셨다.


"돈이 없으면 결국엔 동기부여가 약해져. 좋은 마음만 가지고는 오래가지 못해. 그래서 주는거야"


그렇게 나는 강남보육원에서, '유급'으로 영광스러운 '봉사활동'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인생2막의시작


신박사님의 동기부여로, 그 날부터 매일 퇴근 후에는 독서실로 직행했다. 독서실에 도착하면 옆자리 고3학생들과 경쟁이라도 하듯 정석책을 풀어나갔다.


하루는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들 또래는 아닌 나를 보고 의아했는지, 고3학생이 이렇게 물었다.


"혀..형은 몇수생이세요?"


순간 고민을 하던 나는, '응...십수중....이야'라는 되도 않는 개드립을 날리고 말았다. 그렇게 적막하고도 고요한 밤을 수학문제와 함께하고 '진짜 퇴근'을 할때면, 신호등은 항상 노란색 점멸등으로 반짝거리고 있었다.


#쉬운일은없다.


그렇게 강사일을 시작하고 나서 항상 즐거웠던 것만은 아니다. 회사생활을 하던 때에 비해 반토막난 월급을 받고, 새로운 통장을 개설하려하면 '회사가 어디냐'묻는 은행원들을 마주쳤고 때로는 위축이 되기도 했다. 중학교 1학년 수학 문제에 턱 막혀, 식은 땀이 나기도 했고, '내가 여기까지 온것이 과연 잘한것일까'에 대해 후회라기보단 두려움이 밀려오기도 했다.


#답은졸꾸독서다.


오늘 신박사님께서 급작스레 점심초대를 해주셔서 너무나도 반가운 마음과 동시에 약간의 긴장감(?)이 몰려왔다.


"요즘 졸라 꾸준히 독서하니?"


신박사님의 질문에 뜨끔함과 동시에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신박사님은 이제 월급강사가 아닌 원장이 된 나에게 애정어린 쓴소리를 퍼부어주시며, 다시 '사람 만들기 프로젝트(?)'를 실행하셨다. 손수 독서리스트를 보여주시며, '너 이책 안 읽으면 학생들 가르칠 생각하지 말어'라고 매우 구체적인 협박을 해주셨다.(ㅋㅋ)


사실 신박사님께 오늘 애정어린 잔소리를 들으며 가슴이 찡했다. 처음 밝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학창시절부터 편부모 가정에서 자랐다. 그랬기에 부모님의 조언은 커녕 잔소리나 간섭을 받아본적도 거의 없다. 아니 받아보지 못한편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 그러한 상황이 되니 나와 함께 사시던 아버지께서는 어느날부터인가 나에게 잔소리를 멈추셨던것 같다. 그 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래 그때부터가 맞는 것같다.


#강남보육원학생을맡으며...


3년전, 중2병에 걸린채 방정식의 이항도 제대로 하지 못하던 이 친구가 지금은 서울 강남의 모 인문계학교에 진학하여 나름 선전할만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과테말라가 월드컵 16강 정도에 진출했다고 보면 되려나...) 기말고사만 마무리를 잘한다면 사상 최대의 결과를 얻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렇게 누군가를 오랫동안 꾸준히 맡아본것이 언제인지... 하긴 연애도 2년이 최대였으니, 3년을 가르친 학생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


이렇게 나를 만든 신박사님이 정말 사뭇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마치 나의 모든 것을 이미 계산한 듯한 환경설정과 적재적소에 맡게 펼쳐진 애정어린 조언들...


나는 내가 받은 이 큰 변화의 기회를, 이 학생에게 고스란히 전달하고자 한다. 변화는 참 누구 말처럼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뒤돌아보면 이렇게 힘든 변화를 꾸역꾸역 이뤄낼 수있도록 도와주신 신박사님께 큰 감사를 드린다. 이 글을 보는 당신에게도 내가 지금까지 얻은 행운이 함께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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