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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박사 Feb 25. 2017

진짜 어른

연공서열이 사회의 핵심 기준인 대한민국에서 과연 나잇값을 제대로 테스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부족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훈수’와 ‘훈계’의 차이를 이해하고 있으면 나이를 불문하고 최소한 어른이라고 불릴 자격이 있는 것 같다. ‘훈수’와 ‘훈계’ 얼핏 보면 비슷한 뉘앙스를 지니고 있는 것 같지만 전혀 반대의 개념이다. 


훈수: 어떤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가르치듯이 말함. 

훈계: 잘못하지 않도록 타일러 주의시킴. 


유사한 행위가 같지만 방향이 Positive(긍정)와 Negative(부정)으로 정반대다. 대부분 ‘꼰대’라는 개념은 엄밀히 말하면 훈계를 하면서 훈수를 둔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사실 좋은 훈수를 두기란 어렵다. 내 인생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남의 인생 잘 되도록 조언해주는 게 과연 쉬울까? 그래서 실질적으로 대부분의 좋은 훈수는 감정에 휩싸이지 않고 객관적으로 바라봐주는 것이 80%이다. 그렇게 객관적으로 멘티와 감정적 동조를 철저하게 격리하고 해야 되는 것이 훈수인데, 침 튀면서 이래라저래라 감정적으로 조언하는 것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좋은 훈수를 찾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좋은 멘토를 찾는 법이 여기서 하나 제시된다. 단순히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감정에 쉽게 휩싸이지 않는 냉철한 사람이 좋은 멘토일 확률이 높다.) 사실 훈수는 크게 문

제가 되지 않는다. 폭죽인 줄 알았는데 잘못 터뜨리면 핵폭탄으로 변하는 게 ‘훈계’이다. 


훈계를 하는 것은 사실 쉬워 보인다. 보편적으로 잘못되었다고 여겨지는 것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하여 조언을 주면 끝이다. 하지만 대부분이 ‘다름’을 ‘틀림’으로 규정해 버린다. 자라온 환경과 상황에 따라 기준이 다른 것인데 자기의 경험이나 기준에서 벗어났으면 틀림으로 판단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흔한 예로 “요즘 애들은 스마트폰 중독이다.”를 생각해보자.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하지만 엄밀한 말하면 틀린 문제는 아니다. 그냥 보편적 기호가 다른 것뿐이다. 그렇다면 요즘 어른들도 100년 전 사람들 기준으로 볼 때 “요즘 것들은 너무 자동차랑 전화 같은 것에 중독이 되었다.”라는 얘기를 들을 수도 있는 것이다.(10리 길 정도는 다 걸어 다녀야 기본 아니었던가?) 좋은 훈계의 예를 들면, 스마트폰 중독에서 대해서 훈계를 정말 하고 싶다면 『디지털 치매』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같은 책들을 읽고 뇌 과학적으로 스마트폰을 너무 자주 쓰면 뇌에 어떤 악영향이 있는지 설명해주는 것이 합리적인 훈계가 된다. 그러면 조언 받는 사람도 더 잘 받아들이고 심지어 고마워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이에 관하여 사회에 팽배한 아주 잘못된 오해는 연령이 높으면 이해도 또한 더 높을 것이라는 착각이다. 논리의 문제는 어느 정도 독립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수준이 되면 나이와는 크게 상관없다.(십 대 후반 정도부터 독립적으로 사고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오히려 프로 바둑 기사의 세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젊은 사람의 두뇌 회전이 더 빠른 경우가 많다. 그럼 나이 먹는다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죽음에 가까워진다는 바로미터밖에 안 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나이 ∝ 경험’일 확률이 높다. 경험이란 것은 보통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쌓이는 줄 아는데 경험을 정의를 살펴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 경험은 자신이 실제로 해보거나 겪어보고 거기서 얻은 지식이나 기능을 말하는 것이다.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서 지식이 축적되지 않은 경험들은 그냥 그건 세월만 흘려보낸 경우이지 절대 제대로 된 경험이 아니다. 경험은 논리의 문제가 아니고 시간과 시도의 문제이기 때문에 나이가 많은 사람이 가장 많이 가질 확률이 높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잇값’을 인정받고 싶다면 경험의 풍부함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 어른의 필수인 경험은 어떻게 증명이 되나? 바로 ‘신중함’이다. 올바른 경험을 많이 하면 할수록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가 운이 칠이고 내가 준비한 기가 삼밖에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또 예상치 못한 보이지 않는 리스크들이 너무 많아서 무언가를 하나 성공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는 사실을 깨우치는 것을 우리는 성숙해진다고 한다. 그런 사실들을 알기 때문에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절대 함부로 조언을 하지 않는다. 아주 신중하게 조언을 한다. 또, 현상을 해결하는 조언보다는 문제의 근원을 생각하게 해주는 조언을 준다. 그래서 성숙한 조언은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 없이 주절주절 근거 없는 ‘훈계질’하는 사람들은 경험의 부족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다. 


단순히 나이를 먹는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어른이 되는 과정에는 사고의 성숙이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노력이 요구된다. 문제는 어른이 되냐 안 되느냐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무조건 나이가 많으면 어른 대접을 받으려고 하는 의식과 무의식이 만연한 분위기이다. 이런 사고방식은 세대 간의 대립 문제부터 업무의 비효율까지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대한민국이 지불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니 모두가 한 번 정도는 진지하게 나는 진짜 어른인가 하는 당연한 물음을 스스로에 던져보기를 바란다. 그렇게 된다면 상당한 사회적 문제가 생각보다 순조롭게 해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부터 가짜 어른이 아닌 진짜 어른이 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겠다. 


출처: 신박사가 쓴 <졸업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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