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프레질은 나에게 신념이자 종교이다. 내 모든 의사결정은 안티프레질한지 아닌지를 따져보고 내려진다. 내가 유튜브에서 천 개가 넘는 영상을 찍으면서 결국 말하고자 하는 것도 안티프레질이다. 안티프레질은 프레질(fragile)의 반대말로 튼튼한 혹은 단단한이 아닌 충격을 받으면 받을수록 강해진다는 뜻이다. 개념의 주창자인 나심 탈렙의 예시를 빌리면 성냥은 바람이라는 충격에 꺼지지만(fragile) 모닥불은 바람이 불면 더욱 불타오느는 것이 안티프레질한 현상이다.
내가 신사임당님을 처음 만나고 미친 사람처럼 떠들기 시작한 것이 안티프레질이라는 개념이었다. 사실 신사임당님은 여러가지 면에서 이미 체감적으로 그것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중이었다. 예를 들면 이번에 출간한 <킵고잉>에서도 1억이 있으면 1억 규모의 사업을 힌방에 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최대한 쪼개서 여러번 도전하라는 말도 사실 안티프레질하게 행동하라는 뜻이다.
신사임당은 방송에서 자신의 노하우를 정말 많이 공유했는데 "복잡계(complex system)"에 대한 이해에서 나온 안티프레질한 전략들이 많았다. 그래서 놀라웠고 신사임당이 사실 그렇게 유명하지 않을 때 내가 먼저 만남을 요청했던 것이다. 스마트스토어 운영을 할 때 소액이라도 광고를 집행하라는 말도 놀랍게도 안티프레질한 전략이고, 또 키워드 검색에서 꼬리부분을 노리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성공한 상단이 열려있는 전략들이다.
신사임당님의 팬이라면 처음에 창업 다마고치 시리즈를 운영할 때 '육두문자'를 시원하게 날리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아니다. 성공적으로 크리에이터에서 인터뷰어로 방향전환을 해냈기 때문에 말투에 대한 방향전환을 하는 것도 매우 탁월한 판단이었다. (자신의 이야기에서 무엇을 말해도 상관없지만 타인의 이야기를 전달할 때 잘못된 어휘를 선정하면 인터뷰이를 죽일 수 있다.)
이번에 출간한 <킵고잉>은 말그대로 인간 주언규의 철학이 담겨있다. 그리고 그 철학의 큰 주류 맥락은 안티프레질이다. 개인적으로 책을 다 읽었을 때 신사임당이 누군지 모르면 책이 마음에 와닿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신사임당님의 팬이라면 읽어보기를 강력 추천한다. 그렇게 읽고 나면 유튜브를 볼 때 신사임당의 메세지가 더욱 오롯이 잘 전달될 것이다.
그리고 주제 넘지만 개인적으로 신사임당님에게 조언을 드리면 지금 신사임당님 채널은 네트워크가 아니다. 신사임당이라는 캐릭터가 아프거나 사정이 있어서 진행을 못하면 붕괴되는 구조(fragile)이다. 사실 신사임당는 자신의 채널을 자신이 아닌 다름 사람들을 독립적으로 출현시켜서 네트워크화를 시도한적이 몇 번 있었지만 잘 되지는 않았다. 아마 지금도 사고방식 자체가 "안티프레질"하기 때문에 본인은 조금씩 스크린에서 벗어나는 컨텐츠를 만들려고 기획하고 있을 것이다. 혼자 짊어지고 가기에는 채널이 너무 커졌다. 신사임당님을 좋아하는 팬들과 오래 함께하려면 충격에도 버틸수 있는 네트워크를 꼭 만드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숨어있는 보석같은 분들을 더욱 많이 발굴하셔서 그분들에게도 기회를 드리고 또 더 많은 분들에게도 좋은 자극과 동기부여를 오래 해주셨으면 좋겠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