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는 가장 특별한 시기인 것 같다. 특히 대한민국 남자라면 병역의 의무를 끝내야 하기 때문에 20대는 정말 정신없이 학교 다니고 취업을 위해 필사적으로 살다가 온전한 독립이 시작되는 시기가 바로 30대인 것 같다. 나도 그랬다. 대학에 입학해서 아무 생각없이 학교 다니다가 군대를 갔다오고 대학교를 졸업하려고 하니 26살이 되었다. 거기다 대학원까지 졸업을 하다보니 실전같은 사회생활은 30대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내 인생의 30대도 정신없이 흘러갔고 내년부터는 벌써 40대이다. 그래서 그런지 30대 친구들이 왜 <폴리매스>를 선택했는지 알 것 같다.
출판 관련 마케팅을 5년 이상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아무리 좋은 책이어도 그 책을 상대적으로 더 좋아하는 특정 연령과 성별이 있다는 점이다. 예스24에 들어가보면 연령별 성별 순위를 따로 볼수 있는데 <폴리매스>는 주간 전체 순위는 6위이지만 30대 남성 기준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참고로 책 순위는 전형적인 멱법칙을 따르기 때문에 5위에서 4위가 되는 것 보다 2위에서 1위가 되는 것은 몇 배 더 힘들다.) 30대 남성은 왜 이 책을 선택했을까?
앞에서 잠깐 말한 것처럼 30대는 매우 특별한 시기이다. 왜 그럴까? 30대는 정말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20대는 대부분이 학생이거나 사회 초년생일 것이다. 하지만 30대는 여전히 학생인 사람도 있고, 직장에서 직급도 천차만별이다. 누구는 사원일 것이고, 누구는 대리 조금 진급이 빠른 사람은 과장 심지어 부장도 있다. (실제로 내가 삼성디스플레이에 다닐 때 39살에 수석이 된 사람이 몇 분 있었다.) 또, 회사를 나와서 자영업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이미 이직을 몇 번 한 사람도 있다. 그리고 누구는 아직 싱글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결혼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나같은 사람들은 누군가의 아빠로써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가장 다양한 연령대가 섞여 있는 곳이 바로 30대이다.
그렇게 온전한 독립을 시작하면 당연히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미래는 잘 먹고 잘 살수 있을까? 행복할까? 어떻게 더 나답게 살 수 있을까? 다양한 고민과 걱정이 있을 것이다. 거기다 불확실성이 어느 떄 보다 가득한 이 시점에서 인생 선배들의 삶을 옆에서 보면 명쾌한 답이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인생에서 정답을 찾는 일은 매우 어렵다. 상대적으로 쉬운 것은 바로 오답을 제거하는 것이다. <폴리매스>는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던 확실한 오답을 말해준다.
우리는 대부분 한가지 전공이나 일을 우연한 기회에 배워서 그것으로 평생을 먹고 살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제 그런 전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하나가 충분하지 않다면 다른 무언가를 배워야 한다. 즉 <폴리매스>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책에 대한 소개를 하면서 댓글을 많이 읽었는데 <폴리매스>가 무엇인지 제대로 모르는 상황에서 지레짐작으로 자신만의 틀린 결론을 내리는 고정형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너무 안타까웠다. 폴리매스의 정의는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다양한 영역에서 훌륭한 재능을 발휘하여 방대하고 종합적인 사고와 방법론을 지닌 사람.” 이다. 말이 거창한데 쉽게 말하면 3가지 분야 이상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이게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는가?
일단 그러면 대학을 다니면서 누구는 전공을 하나만 마스터하고 소수는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을 마스터한다. 그 사람들은 뭔가 천재여서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그냥 조금 더 적극적이고 부지런한 것이다. 그런데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대학에서 배우는 시간이 4년이라면 그 중에 전공을 배우는 순수한 시간이 얼마라고 생각하는가? 밀도 있게 여름방학 겨울방학 쉬지 않고 배우면 일년(3학기 교양없이 풀타임 60학점)이면 충분히 하나의 전공을 끝낼 수 있다. 실제로 요즘은 코딩교육을 집중적으로 1~2년 배우면 주니어 레벨 실무에 투입 될 수 있을 정도로 역량을 쌓을 수 있다. 그리고 자신에게 물어보면 된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려면 전문적 교육을 10년 이상 받아야 할 수 있는 일인가? 거의 대부분이 제대로 집중해서 배우면 1~2년이면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다고 대답할 것이다.
착각하면 안되는 것이 이것저것 관심이 많다고 폴리매스가 되는 것이 아니다. 두각의 기준이 상대적이지만 어느 정도 임계점을 넘는 실력을 쌓은 분야가 3개이면 폴리매스가 되는 것이다. 심지어 그렇게 쌓은 역량이 시너지를 자체적으로 내기 시작하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낼 수 있다. 새로운 거대 미디어가 되버린 유튜브의 주인공은 유튜브이다. 대부분의 유튜버는 기본적으로 본인이 연기 및 어떤 컨텐츠 제작 그리고 기획, 촬영, 편집 그리고 팬들과의 소통(Customer service)같은 것들을 혼자 수행해야 한다. 기존 방송국에서는 다 전문적으로 따로 따로 사람들이 붙어야 하는 영역들이었다. 잘나가는 유튜버는 기본적으로 다 폴리매스처럼 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회사에서 직급이 올라가서 임원, 의사결정권자, 대표가 되면 필연적으로 폴리매스가 되어야 한다. 여러분이 TV제조 업체의 대표이사라고 가정을 해보자. 일단 티비 제작만해도 너무 많은 기술이 들어가서 제작총괄만해도 다양한 분야를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폴리매스어야 한다. 제작을 넘어서 판매까지 하려면 마케팅도 알아야 하고 회사를 운영하려면 재무와 HR에 관한 지식도 있어야 한다. 폴리매스는 생존의 관점에서 봤을 때 당연히 우리가 되어야 하는 존재이다.
<Goodreads에서 4점 넘는 평가를 받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정량적으로도 명저 of 명저이다.>
나는 운이 좋게 <폴리매스>로 살고 있었다. 정말 후회가 없을 정도로 행복한 인생이다. 공학박사를 받으면서 연구라는 것을 이해했고 대기업에서 개발을 하면서 "양산"이라는 개념을 흡수할 수 있었다. 프리랜서가 되면서 글쓰는 법을 배웠고, 중소기업을 운영하면서 복잡계 기반 SNS마케팅을 마스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IT solution 회사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데이터를 접하면서 세상에 대한 이해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진짜 내 인생을 30대부터 살기시작한 것 같다. 30대에 마스터한 능력이 적어도 3개 정도는 되는 것 같다. 그만큼 30대를 어떻게 사는지 정말 중요하다. 나는 40, 50대가 진짜 너무 기대되고 내 인생의 전성기는 70대라고 생각한다. 앞에서는 <폴리매스>를 경제적 생존 관점에서 얘기했지만 사실 폴리매스가 되어야 하는 진정한 목적은 유한한 인생을 가장 무한하게 살수 있는 최고의 전략이기 때문이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폴리매스>를 읽고 으쌰으쌰 함께 하면서 서로를 격려하면서 성장했으면 좋겠다. 훌륭한 사람이 10명이 모이면 그 시너지는 엄청날 것이다. 그런데 폴리매스 10명이 모이면 내부 시너지와 외부 시너니가 동시에 창발할 때 그 결과는? 생각만해도 가슴이 뛴다. 진심으로 더 많은 사람이 폴리매스가 되기를 응원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