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계획하고 무조건적인 노력은 절대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내가 아무리 이 악물고 달려도 우사인 볼트를 이길 수는 없다. 백만 년 동안 밥만 먹고 달리기만 해도 절대 불가능하다. 내가 죽자고 노력해도 농구에서 야오밍을 센터 포지션에서 이길 확률은 없다. 센터는 키 크면 장땡이다. 무한한 노력을 기울여도 성공은 보장되지 않는다. 그게 현실이다. 사실 노력이 100% 보장하는 것은 성공이 아닌 바로 ‘성장’이다. 내가 우사인 볼트를 이길 수는 없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14초에 뛰던 100m를 13.8초에 완주할 수는 있다. 내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다. 내가 야오밍에게는 안 되지만 무게 중심과 위치 선정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리바운드 타이밍에 대한 감각을 키우면 동호회 농구에서는 인정받는 센터가 될 수 있다. 무계획한 노력이 결코 성공을 보장하지 않지만 충분히 역치를 넘긴 노력은 성장을 보장하는 것이다.
태생적, 구조적인 한계 때문에 노력해도 소용없다고 비관을 전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상당히 설득력 있는 것 같지만 세상이라는 방정식 풀려는 방식 자체가 오답 프레임이다. 이 오답 프레임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는 월드컵이나 올림픽을 보면 아주 쉽게 설명이 된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가 월드컵에 나가서 우승을 할 것이라는 기대는 대부분이 하지 않는다. 그래서 언제나 현실적인 목표는 16강 진출이다. 그만큼 조별예선 통과도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탈락할 것 월드컵 괜히 나갈 필요 없다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어차피 박살 날 운명이지만 도전을 해보고 싶은 것이다. 실낱같지만 그래도 희망을 따라가보고 싶은 것이다. 승패가 문제가 아니라 도전해보고 최선을 다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하다 보면 실력이 늘게 되고 차츰 꿈에 가까워지게 된다. 꾸준한 노력은 성공은 보장 못 해도 그렇게 노력에 비례하게 실력 향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나는 ‘힐링팔이’들을 상당히 싫어한다. 힐링은 상처를 입은 사람이 회복하는 과정이다. 상처 없는 사람들이 약을 복용하는 것은 약물 남용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구조적으로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것은 120% 인정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병들었다고 청춘까지 병들어야 되는 것은 절대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지금 청춘들에게 필요한 것은 힐링팔이 멘토들이 아니라 노력을 독려하고 앞에 놓여 있는 장벽에 주눅 들지 않게 격려하는 인생‘코치’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 상처를 치료해주는 사람이 아닌 성장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더 많이 필요한 것이다. 대한민국이 전쟁터이면 훌륭한 훈육관과 유능한 지휘관이 필요한데 흡사 모두가 군의관이 되어서 부상병을 치료하겠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내가 힐링팔이들보다 더 싫어하는 부류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낙담팔이’들이다. 힐링팔이들이 달콤한 조언으로 사람들에게 정신 당뇨병을 유발한다면 낙담팔이들은 자극적인 유혹으로 정신 비만을 양산하다. 노력이라는
달갑지 않고 쉽지 않은 과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명분을 주어서 사람들의 마음에 거짓된 평온을 선사한다. 흡사 초등학교에서 숙제 안 해온 사람 일어나라고 할 때 혼자 일어나면 무서우니 반 전체가 숙제를 함께 안 해서 모두가 일어나자고 하는 꼴이다. 모두가 잘못하면 꼭 아무도 잘못하지 않은 착각이 들게 된다. 그러니 치사하게 너 혼자 숙제 하지 말고 주입과 억압으로 뭉친 교육제도 저항하기 위해 모두가 숙제를 하지 말자고 하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는 것이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결과는 뭉쳐서 살자는 것이 아니라 뭉쳐서 다 같이 죽자는 것이다.
맵고 짜고 달콤한 자극적인 음식은 처음에는 자꾸 먹고 싶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물리게 되고 또 건강을 해친다. 진짜 맛있는 음식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배고플 때 먹는 음식이다. 열심히 일하고 허기질 때 먹는 식사는 밥에 김치만 있어도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두 번째는 내가 노력을 들여 만든 음식이다. 똑같은 카레도 학교에서 급식으로 나올 때랑 캠핑 가서 해 먹을 때 맛은 천지 차이이다. 내가 식기도 준비하고 당근도 자르고 해서 준비한 카레는 그냥 식판에 덜어져 나오는 카레보다 몇 배는 맛있다. 인생을 요리라고 하면 인생의 감칠맛을 나게 하는 양념은 바로 노력이다. 고기와 생선으로 스며든 양념이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맛을 좌우하듯 보이지 않는 노력이 내 인생의 결과물에 조금씩 스며든다면 내 인생을 훨씬 맛깔난 인생이 된다. 타인들의 자극적인 감언이설에 중독될 것이 아니라 노력이 100% 보장하는 성장의 참맛에 꼭 모두가 중독되었으면 한다. 나는 세상에 무엇보다도 맛있는 그 참맛을 알기에 앞으로도 영원히 ‘노력팔이’로 살 것이다.
노력은 맛있다!
출처: <졸업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