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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박사 Mar 02. 2017

고효율 회의 by Steve Jobs

미국의 경우 1년에 잘못된 회의로 낭비되는 돈이 한화로 약 40조 원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한국은 시장 규모는 작아도 초비효율적인 회의 스타일을 고려할 때 미국만큼 아니 미국보다 더 많은 에너지와 돈이 회의에서 낭비되는 것 같다. 신화적인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는 멍청하고 비효율적으로 회의하는 것을 죽는 것보다 더 싫어했다고 한다. 그러면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어떻게 슈퍼생산적으로 만들었는지 3가지 비밀을 함께 살펴보자. 


(1) 최소한의 인원으로 회의하라! 

한번은 애플에서 광고 회사와 주간회의를 막 시작하려는 참이었다. 그런데 스티브 잡스는 순간 이 회의실에 뭔가 잘못되었다는 눈빛으로 아주 차갑게 한 사람만 뚫어지게 쳐다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잡스가 입을 떼었다. “Who are you?” 그러자 그 여자(로리)가 조용히 자신은 마케팅 프로젝트에 관련 있는 것 같아서 회의 참석을 요청받았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잡스는 “로리, 우리는 당신이 이 회의에 있을 필요가 없는 것 같군요. 정말 미안하지만 나가주세요.”라고 아주 정중하게 나가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에게 또한 아주 냉혹할 정도로 철저했다. 한번은 오바마가 IT거물들을 백악관으로 초대했다. 그런데 잡스는 너무 작은 모임에 대통령이 자기 좋자고 너무 많이 초대했다고 하면서 참석을 거부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초대했는데 가지 않는 그의 배짱은 실로 대단하다. 


애플의 회의구조는 내가 몸담았던 삼성(비단 삼성뿐만은 아닐 것이다.)과는 아주 정반대 구조이다. 내 경험이 삼성을 일반화하는데 무리가 있겠지만 그래도 얘기를 해보면 우리는 회의에 웬만하면 다 참석하자는 분위기였다. 무조건 그게 나쁜 것은 아니다. 주니어들이 의사결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면 더 큰 시야를 키울 수 있고 인접 부서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으면 나중에 협업을 할 때 확실히 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런 좋은 의도만 있었던 것은 절대 아니다. 보통 회의에 최대한 많이 참석시키는 것은 결정권자가 다 이해를 못 하니 너희들이 이해도 하고 일도 하라는 식의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심지어 이해를 못 하니깐 듣게 하고 나중에 설명을 시키는 최악의 경우도 종종 있었다. 유능한 보스라면 자기가 회의를 완벽히 이해하고 재해석해서 요점만 전달해서 주니어들이 일을 하게 해줘야 되는데 그 당연한 것을 못 하는 시니어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아마 무의미한 회의만 줄여도 대한민국 야근은 싹 사라질 것이다. 


(2) 누가 일의 책임자인지 아주 확실하게 하라! 

스티브 잡스의 핵심 정신 중 하나는 바로 책임감이다. 그는 일에 진행될 때 아젠다에 나오는 모든 각각의 아이템에 대하여 책임자를 아주 뚜렷하게 정하여 누구라도 프로젝트의 책임자가 언제든지 알 수 있게 하였다. 이렇게 

책임자를 정하는 과정은 따로 명칭도 있었다. DRI(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라고 해서 애플에서 행해지는 모든 회의에서는 Action List(실행 목록)가 있고, 그 각각의 아이템에는 DRI가 명확히 명시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애플에서는 “누가 저것의 DRI지?” 하는 소리를 아주 쉽게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은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흔히 하는 문화라서 그렇게 새롭지는 않다. 다만 특이한 점은 내가 다녔던 삼성에서 책임을 져야 하는 시니어가 10명이고 아이템이 10개이면 한 명이 한 개의 프로젝트를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한 명이 여러 개를 책임지고 몇 명은 베짱이가 되는 구조가 참으로 안타까웠다. 당연히 일을 많이 한 사람이 좋은 고과를 받지만 그래도 한 일의 양에 비례해 보상받지 못하는 보수적인 구조도 정말로 열정적으로 일하고 싶은 사람들의 동기부여를 꺾는 것 같아서 많이 아쉬웠다. 정말 최악의 경우는 시니어가 책임자로 배정받아도 막상 이름만 책임자고 프로젝트를 전혀 이해도 못 하고 주니어들이 사실상 모든 것을 다 하는 상황이었다. 우리나라 회사들이 연공서열 제도를 폐지시키지 않고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과연 미래에 경쟁력이 정말로 있을지 늘 걱정이 된다. 


(3) 파워포인트 뒤에 숨지 말아라! 

스티브 잡스는 형식적인 프레젠테이션을 정말 혐오했다고 한다. 대신에 그는 얽매이지 않고 얼굴을 맞대고 하는 자유로운 회의를 좋아했다. 한 예로 그는 매일 수요일이면 마케팅 팀과 광고 팀과 안건이 없는 격식 없는 회의를 했다. 물론 파워포인트는 금지되었다. 스티브 잡스는 팀들이 발표 기술에 전혀 의존하지 않고, 아주 열정적으로 토론하기를 원했다고 한다. “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신에 슬라이드를 넘기는 발표를 정말로 싫어한다. 사람들은 오히려 파워포인트를 만들어서 쓸모없는 문제에 직면하고는 한다. 나는 사람들이 발표 자료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는 대신에 열정적으로 토론해서 회의 탁자에서 멋진 결론을 도출해내는 것을 원한다. 발표를 위한 일은 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사실 자신이 하는 일을 완벽하게 알고 있다면, 파워포인트 발표 따위는 필요가 없다.” 


삼성에 재직 시절 회사 업무의 51% 이상을 발표 자료를 만드는 데 소비해서 ‘극공감’을 하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발표 자료 준비가 안 중요한 것은 아니다. 특히 엔지니어링 분야는 데이터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발표 자료를 준비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능력이다. 그래서 애플의 예도 굳이 마케팅과 광고 팀으로 국한한 것이다. 이해하기 좋게 잘 만든다는 것은 정말 중요하지만, 예쁘게 만들려고 시간을 소비하는 것은 참 회의적이다. 예쁘게 발표 자료를 만드는 것은 일종의 분식회계 같은 분식 발표이다. 껍데기로 본질을 숨기려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스티브 잡스의 마지막 말을 깊게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발표 자료는 보조수단이다. 자료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자신이 한 일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발표할 때 멈칫거리게 되고, 심지어 준비된 자료를 잘 ‘읽지도’ 못한다. 발표 자료를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내용을 장악하는 것이다. 내용이 장악된 상태에서 발표를 하게 되면 사실 발표는 자신의 콘서트장이 된다. 그렇게 되면 언제 어디서 발표를 해도, 발표는 정말 재미있어진다. 그러니 발표 자료를 단순히 요약해서 만들지 말고 완전히 소화된 내용들만 정리하도록 하자. 완벽히 소화만 되었다면 사실 화이트보드만 있어도 충분히 멋진 발표를 할 수 있다. 언제나 결론은 똑같다. 본질에 집중하자.  


출처: <졸업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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