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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박사 Mar 02. 2017

버터 플라이 이펙트(나비효과)

뉴욕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정말 한 번 하면, 상하이에 태풍이 불 수 있을까? 내 경험에 의하면 정말 그렇다. 지금부터 내가 발견한 개인적 버터플라이 이펙트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나는 학부를 마치고 미국 대학원을 지원했다. 교환학생 시절 1저자 논문 하나와 2저자 논문을 쓰고, 추천서를 미국 교수님들께 받아서 부족한 실력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대학교에 합격을 했다. 그래서 메릴랜드 주립 대학교와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교 전자과 진학을 앞두고 고민을 했다. 학부 때 연구를 이어가고 싶어서 전자소자 관련 연구실 교수님들에게 모두 이메일을 보냈다. 미국에서는 학비와 생활비가 너무 비싸서 연구장학생이 되는 것이 중요했고 그러려면 사전 연락은 필수였다. 그중에 한 분이 메릴랜드 대학교에 벵키 벵카타산 교수이다. 벵카타산 교수는 물리학 분야 인용지수 랭킹이 60위이신 산화물 연구의 권위자이다. 초전도체나 산화물, PLD로 연구하시는 분들이면 전 세계에서 누구나 다 알 만큼 유명한 분이다.(하지만 나는 당시에 누군지도 모르고 연락을 했다.) 연락을 하고 보니 벵카타산 교수는 싱가포르국립대에서 새롭게 만든 나노코어라는 센터에 이미 센터장으로 스카우트되어서 포지션을 옮긴 상황이었다. 그런데 홈페이지도 관리자가 아직 프로필을 삭제하지 않았었고 벵카타산 교수의 매릴랜드 대학교 이메일을 계정은 살아 있었다. 


그렇다. 홈페이지 관리자의 늦은 업데이트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것이다. 


본적도 없는 미국 사람이 내 인생을 이렇게 바꿀 것이라고 상상도 못 했다. 그렇게 벵카타산 교수는 내 레주메를 센터의 같은 소속인 내 지도교수에게 전달하였고, 지도 교수님은 나를 영입(?)하기 위해 열과 성의를 다하셨다. 나는 결국 교수님이 제시한 Chindia의 중심에서 연구라는 철학에 설득 당해 기존의 미국 대학으로 진학할 생각을 선회하여 싱가포르국립대로 유학을 가게 되었다. 나의 선택은 옳았다. 결과적으로 나는 문화적으로 좋은 경험과 학문적으로 좋은 연구를 하였고, 지금 이렇게 원하는 인생을 살고 있다. 이제는 메릴랜드 대학교 전자과 홈페이지에 가면 벵카타산 교수는 없다. 생각해보면 너무 궁금하다. 과연 그때 홈페이지 관리자가 일찍 프로필을 삭제했더라면 내 인생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여기가 이야기의 끝이 아니다. 버터플라이 이펙트는 줄줄이 계속된다. 나 때문에 하이닉스를 다니던 대학교 선배도 우리 학교에서 박사를 하고 싱가포르에 만난 한국인 친구랑 결혼을 해서 지금 싱가포르에서 잘 살고 있다. 

나의 누나는 싱가포리언 매형을 만나서 지금 영주권을 받고 싱가포르에서 자신의 미술전공과는 전혀 상관없는 자동차 딜러를 하면서 살고 있다. 과연 그 홈페이지 관리자가 조금만 일찍 업데이트를 했더라면 그들의 삶은 또한 어떻게 바뀌었을까? 사실 인생 바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우리 삶은 이렇게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내가 하는 사소한 행동이 타인의 인생을 어떻게 송두리째 바꿀지도 모른다. 내가 만든 제품이 내가 만든 음식이 누군가에게 힘을 줘서 그 사람이 나라를 구할 수도 있는 것이고, 내가 한 욕설이 일파만파 부정적으로 증폭되어 세상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 인생에서 나비효과는 언제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일어날지 모르는 것이다. 


나는 분명 많이 부족한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죽도록 노력해야 하는 숙명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부족하기 때문에 늘 위기가 찾아왔다. 그래서 위기를 기회로 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도 없었다. 말이 참 멋있어 보이지 않는가? 말뿐이다. 현실은 두통약을 몇 박스를 먹었는지 모를 정도로 늘 머리에 과부하가 걸렸고, 순간순간 포기하지 못해 겨우 살아남은 힘든 인생이었다. 몇 번을 포기하고 싶고, 몇 번을 속으로 몰래 울었는지 모른다.(실제로도 몰래 많이 울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그런 부족한 사람이지만 내 경험이 누군가에게 긍정의 버터플라이 이펙트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누가 뭐라고 해도 책을 쓰고 강연을 한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 들어주고 격려해주고 응원해주다 보면 분명히 나의 작은 날갯짓이 누군가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또 나와 함께 동기 부여되고 성장한 분들이 긍정의 날갯짓을 연속적으로 만들어낼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래서 오늘도 작은 날개지만 퍼덕인다. 긍정과 희망의 태풍이 일어나기를 바라면서......


출처: <졸업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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