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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박사 Jul 25. 2017

내가 대학원에서 생존한 방법

안녕하세요! <두근두근> 공저 신박사입니다. 많은 분들이 <두근두근>을 저와 함께 집필해주고 계십니다. 저는 블로그를 통해 그 여백을 함께 채우면서 여러분을 응원하기로 하였습니다! 앞으로 한 달 동안은 매일 글을 써서 <두근두근>을 읽고 쓰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더 즐거움을 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선 하나 밝히면 나는 대학원에서 공부할 그런 자질이 있는 학생은 아니었다. 단지 학부 때 장학금을 받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서 학점이 높았고, 또 해외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으면 좋을 것 같아서 막연하게 대학원에 진학했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죽을 뻔 했다. 


우선 내가 대학원에 진학해서 제일 신기했던 사람은 바로 지도교수님이었다. 뻑하면 나한테 와서 "이런 아이디어가 있는데 저런 아이디어가 있는데..." 진짜 매일 새로운 아이디어를 말해주신 것 같다. 저 사람은 도대체 저런 아이디어가 어디서 나올까? 사실 나는 과연 내가 박사 학위를 받으면 저정도로 많이 알수는 없을 것 같다고 은연 중에 속으로 낙담했었다.


일단 살아 남아야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석박사 과정의 반은 논문 읽기다. 수없이 많은 선배 연구자들이 해놓은 일을 알지 못하면 절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래서 무조건 많이 읽어야 한다. 그런데 사실 논문 읽기는 어렵다. 일단 첫 번째 이유는 거의 모든 논문은 영어로 게재되기 때문에 영어 읽기가 안 되면 사실상 읽을 수가 없다. 더 쉽게 말하면 논문의 주장이 검증이 반복되어서 체계적으로 정리된 것이 교과서라고 생각하면 된다. 원서 교과서를 읽고 이해가 안되면 사실 영어 논문 읽기는 불가능하다. 또, 영어 논문이라는게 나같은 어중이 떠중이도 썼기 때문에 글쓰기 전문가가 쓴 게 아니라 글 자체가 후(?)지다. 그래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논문 읽기는 어렵다. 


그래도 역시 반복숙달을 웬만한건 다 극복가능하다. 특히 논문 읽기 따위는 더 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당시 내 연구 주제 관련 논문을 우선은 다 꼼꼼하게 읽지는 않고 일단 다운로드 받아서 초록(abstract)와 결론 그리고 데이터 그래프는 다 훑어(skim)봤다. 거의 몇 천 편을 본 거 같다. 그렇게 큰 그림을 한 번 파악하면 뭐가 연구가 되었고 뭐가 안되었는지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인용이 많이 된 핵심 논문들 (보통 impact factor가 높은 유명 저널들에 실리는 논문들은 대부분 퀄리티가 높다.) 매일같이 아주 빡세게 읽기 시작했다. 


한 2년 동안 최소에 한 두편은 읽었기 때문에 박사 과정 때 읽은 논문이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600편은 넘을 것 같다. (썰렁썰렁 읽은 거 까지 합치면 당연히 우습게 천 편은 넘는다.) 그리고 skimming을 한 논문은 대충 3000편은 넘는 것 같다. 나는 graphene이라는 물질을 연구했는데 그 때가 2008년이라서 사실 임팩터 팩터가 높은 저널들은 논문이 그렇게 생각보다 많이 있지는 않았다. 아직도 기억나는게 "나노레터"라는 유명 저널은 내 지금 기억에 관련 논문을 다 받으니 몇 백 편 안됬던 것 같은데 나는 그걸 금토일 3일동안 내내 봐서 거의다 스키밍을 했다. 나는 초반에 진짜 뭘해야 될지 몰라서 하루5시간 이상 한 편에 5분 정도 잡고 정말 많은 논문을 훑었다. 그리고 "YJ Idea Bank"라는 나만의 PPT 파일을 만들었다. (글을 쓰니 약 새록새록 10년 전 기억이 다 떠오른다. 여담인데 PRB라는 저널이 있는데 당시 거기는 이론이 페이퍼가 많아서 다운로드 받으려고 하니깐 2000편도 넘게 논문이 있었다. 그래서 포기했는데 운이 좋게 똑똑한 IIT 인턴 친구가 들어와서 다 받아서 정리해서 훑기도 빠르게 하고, 당시 윈도우 탐색기에서 단어를 치면 PDF 파일 안에 그 단어가 있는 논문들을 아주 쉽게 찾을 수 있어서 논문 쓸 때 참고 자료 찾는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빨랐었다. 인터넷으로는 이게 힘들다.) 


그렇게 수 많은 논문을 읽고 우리 연구실 장비로 진행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거나 혹은 조금 더 다른 방향으로 실험을 전개할 수 있는 아이템을 당장 적어보니 20개도 넘게 바로 아이디어가 나왔던 것 같다. 그리고 지도교수님 방에 가서 내 Idea Bank를 같이 보면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우리 지도교수님도 내 아이디어와 내가 그걸 한 방법에 상당히 놀라셨다. 


나는 전자과라서 전자소자 관련해서 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정말 재미있는 사실은 내 논문 중에 가장 인용이 많이 된 2편은 내 졸업 논문(Thesis)과 전혀 상관 없는 연구 결과라는 것이다. 나는 하는 물질 표면에 관한 것이라서 화학과 친구들이 많이 투고하는 꽤 좋은 저널에 게재해서 200번 이상 인용되었고, 다른 하나는 고등학교 물리 때 슬쩍 졸면서 듣고 잊고 살았던 마찰력에 관한 논문을 게재하여 그 논문도 80번이상 인용되었다. (정작 내 메인 실험들은 학위 주제들은 20번 정도 밖에 인용이 안되었다. 시무룩 ㅜㅜ) 


http://pubs.acs.org/doi/abs/10.1021/la100231u

http://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00862231100409X

아무튼 내가 대학원 시절에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설프게 논문을 읽기를 깨작거리지 않고 충분히 많이 조사하고 많이 읽어서 아주 튼튼한 기본기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했던 것 기억이 나는가? 과연 내가 우리 지도교수님처럼 될 수 있을까? 졸업 막판에 내 분야에 한에서는 나는 우리 지도교수님보다 훨씬 많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다. 


사실 내 전공 분야는 우리 지도교수님이 박사 때 공부한 분야가 전혀 아니라서 우리 연구실에서 메이저 프로젝트는 아니었는데 나는 그렇게 뒤지게 열심해서 후배를 3명이나 내 손으로 훈련시키셔서 다들 최고의 연구실적과 함께 졸업을 시킬 수 있었다. 물론 모든 후배들(다 외국인)은 나에게 혹독한 문헌조사 훈련과 논문 읽기 훈련을 받았으며 심지어 우리 연구실로 인턴을 왔던 학생들도 내 지도 아래 다들 훌륭한 연구자로 성장하였다. 그 만큼 충분한 읽기는 정말 중요하다. 


http://blog.daum.net/victerkim/113 (연구실 인턴이었던 홍경이가 최근에 쓴 글)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물론 다른 대학원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다른 이유도 하나있다. 독서를 내공을 쌓는 과정도 내가 말한 문헌조사와 논문 읽기와 크게 다르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우선 초보자들은 이것 저것 많이 읽어야 한다. 흐릿하더라도 큰 그림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책 한 권 가지고 깊게 독서를 한다는 것은 사우디가서 빨대 아무대나 꼽고 석유 시추하겠다는 것이랑 똑같다. 말도 안돼는 이야기이다. 사실 다독을 해야 하는 실질적인 이유 중 하나는 좋은 책을 찾아내기 위함이다. 그렇게 또 좋은 책을 많이 찾아냈으며 또 좋은 책을 다독을 하면 좋다. <완벽한 공부법>에서도 언급했지만 창의성은 연결이다. 좋은 정보를 제대로 소화해서 이것 저것 입력하면 아이디어는 저절로 피어나게 마련이다. 


그러니 일단 많이 읽자!


<두근두근 中>

더 많은 가슴 뛰는 이야기 궁금하시다면 <두근두근>과 함께 하세요! 그리고 여러분도 여러분만의 책을 꼭 완성하세요! 응원할게요~


https://goo.gl/djCL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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