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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라이트리 Oct 05. 2024

프랑스의 딥테크 육성사

딥테크네이션: 글로벌 첨단기술 발전사 (11편)

프랑스의 딥테크(Deep Tech) 스타트업 생태계는 전통적인 과학기술 강국의 유산과 강력한 연구개발(R&D) 역량을 바탕으로 발전해왔으며, 최근 몇 년 동안 인공지능(AI), 로봇공학, 바이오테크, 신소재, 그리고 에너지 기술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오랫동안 기초 과학과 기술 혁신의 중심지로 자리 잡아왔으며,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스타트업 중심의 기술 혁신 생태계를 형성하고, 학문적 성과를 상업화하기 위한 새로운 모델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프랑스는 정부의 강력한 지원, 대규모 연구기관, 그리고 세계적인 대학들과의 협력을 통해 첨단 기술 스타트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으며, 이제 유럽 내에서도 독창적인 딥테크 스타트업 생태계를 가진 국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1950-1980년대: 과학기술 강국으로서의 기반 확립


프랑스의 딥테크 산업의 뿌리는 오랜 과학 연구의 전통에서 비롯되었습니다. 1950년대 이후, 프랑스는 물리학, 수학, 화학, 그리고 생명과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과학적 성과를 이루며 기술 혁신의 강국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프랑스는 물리학과 화학에서 중요한 발견들을 이루어냈으며, 이러한 기초 과학의 강점은 이후 프랑스의 기술 산업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연구기관인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Centre National de la Recherche Scientifique)와 프랑스 원자력청(CEA, Commissariat à l'Énergie Atomique)은 1950년대와 1960년대 동안 프랑스가 과학기술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또한, 프랑스 정부는 1967년에 INRIA(국립 정보 및 자동화 연구소)를 설립하여 컴퓨터 과학과 자동화 기술의 발전을 촉진했습니다. INRIA는 컴퓨터 과학 연구와 인공지능(AI) 연구의 초기 성과들을 축적하며, 프랑스가 컴퓨터 과학 및 정보 기술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이 시기 프랑스의 기술 혁신은 주로 대규모 정부 연구소와 대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독립적인 스타트업 생태계는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기술 혁신은 방위 산업, 원자력, 그리고 대규모 엔지니어링 프로젝트를 통해 이루어졌고, 연구 성과의 상업화는 제한적이었습니다.


프랑스는 또한 항공우주 산업에서도 강력한 기술력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1970년에 설립된 에어버스(Airbus)는 프랑스, 독일, 스페인, 영국이 공동으로 개발한 다국적 항공기 제조사로,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걸쳐 보잉(Boeing)과 경쟁하며 세계 최대의 항공기 제조사로 성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는 항공우주 공학, 복합 재료 기술, 그리고 항공기 설계에서 독보적인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였으며, 이는 이후 프랑스의 항공우주 기술 스타트업들이 등장하는 기초가 되었습니다.


1990년대: 대규모 연구소 중심의 기술 개발에서 탈피한 새로운 혁신 모델의 모색


1990년대 들어 프랑스는 경제적으로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게 되었고, 기존의 대기업과 정부 연구소 중심의 기술 혁신 모델이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프랑스 정부와 민간 부문은 과학 연구 성과를 상업화하고, 기술 창업을 촉진하기 위한 새로운 혁신 모델을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1999년에 프랑스는 혁신법(Lois Allègre)을 제정하여 대학 연구 성과의 상업화와 연구소 창업을 촉진하기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이 법은 프랑스 대학과 연구소가 보유한 지적 재산권을 기술 스타트업 창업을 통해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고, 이를 통해 연구 성과의 상업화를 촉진했습니다.


이와 함께, 프랑스 정부는 국립연구소 혁신 허브와 기술 이전 센터를 설립하여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한 기술 창업을 장려했습니다. 이 시기 프랑스의 주요 연구 기관들은 기술 이전과 연구소 스핀오프 창업을 통해 점차적으로 딥테크 스타트업 생태계를 형성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까지도 프랑스의 기술 혁신은 대부분 정부 주도의 대규모 프로젝트와 대기업 중심의 연구개발에 의존하고 있었으며, 독립적인 스타트업 창업은 여전히 제한적이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 초기 스타트업 생태계의 형성과 스핀오프 창업


2000년대 초반, 프랑스는 본격적인 딥테크 스타트업 생태계의 형성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이 시기 프랑스의 주요 대학들(예: 파리 사클레(Paris-Saclay), 파리 공과대학(École Polytechnique), 그리고 소르본 대학(Sorbonne University))과 연구소(CNRS, INRIA)는 기술 이전 센터를 설립하여 연구 성과의 상업화를 촉진하고, 대학 연구실에서 스핀오프된 기술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2001년에 설립된 Leti가 있습니다. Leti는 프랑스 원자력청(CEA)의 전자기술연구소로, 반도체, 나노기술, 그리고 광학 기술 분야에서 상업화 가능한 연구 성과를 개발하여 수많은 스핀오프 스타트업을 배출했습니다. Leti의 성공은 프랑스가 반도체 설계와 신소재 연구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된 계기가 되었으며, 이후 수많은 딥테크 스타트업들이 이 연구소를 기반으로 설립되었습니다.


또한, 프랑스 정부는 2004년에 프랑스 혁신금융공사(BPI France)를 설립하여 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강화했습니다. BPI France는 정부 자금을 바탕으로 기술 창업에 필요한 초기 자금을 제공하고,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 시기에는 주로 바이오테크, 나노기술, 그리고 재료과학 분야에서 딥테크 스타트업들이 창업되었으며, 점차적으로 프랑스의 연구 성과가 상업화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습니다.


2010년대: 대규모 스타트업 생태계의 확장과 딥테크 혁신의 본격화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프랑스의 딥테크 스타트업 생태계는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들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프랑스 테크(La French Tech)'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 창업을 국가 경제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고,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전 세계의 혁신가와 창업가들이 프랑스에서 기술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연구 성과를 상업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설계되었습니다. 또한, 프랑스 테크 프로그램은 프랑스의 주요 도시들(파리, 리옹, 마르세유 등)에 기술 클러스터와 혁신 허브를 구축하여, 스타트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했습니다.


특히, 2017년에 파리 13구에 설립된 스테이션 F(Station F)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로, 전 세계의 스타트업들이 모여 기술 개발과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스테이션 F는 프랑스 딥테크 스타트업 생태계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으며, 수많은 기술 스타트업들이 이곳에서 탄생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이 시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딥테크 스타트업으로는 Exotec, Navya, Aledia, 그리고 Algama가 있습니다. Exotec은 2015년에 설립된 로봇 스타트업으로, 자율주행 로봇을 활용한 스마트 물류 솔루션을 제공하여, 프랑스의 물류 자동화 분야를 혁신했습니다. Navya는 자율주행 셔틀과 전기차 기술을 개발하여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Aledia는 나노기술을 기반으로 한 혁신적인 LED 디스플레이 기술을 개발하여, 디스플레이 산업의 혁신을 이끌고 있습니다.


2020년대: 글로벌 시장 도전과 첨단 기술 분야의 다변화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프랑스의 딥테크 스타트업 생태계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AI, 양자컴퓨팅, 재생 에너지, 그리고 헬스케어와 같은 다양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요한 성과를 이루기 시작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디지털 경제 전략'과 '프랑스 AI 전략'을 발표하여, AI 연구와 디지털 기술 혁신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였으며, 프랑스가 글로벌 AI 허브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양자컴퓨팅 분야에서는 Pasqal과 Alice & Bob 같은 스타트업들이 양자 알고리즘과 양자컴퓨터 하드웨어를 개발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또한, 프랑스의 대표적인 반도체 스타트업 Kalray는 고성능 컴퓨팅 및 자율주행용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개발하여,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독창적인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딥테크 스타트업 생태계는 이제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독창적인 기술 솔루션을 개발하여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프랑스는 AI, 바이오테크, 양자컴퓨팅, 그리고 지속 가능성 기술 분야에서 유럽과 세계를 선도하는 딥테크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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