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테크네이션: 글로벌 첨단기술 발전사 (10편)
영국의 딥테크(Deep Tech) 스타트업 생태계는 전통적인 과학 연구의 유산과 강력한 R&D 기반을 바탕으로 발전해왔으며, 최근 몇 년 동안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바이오테크, 재생에너지, 그리고 반도체 설계 등 다양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 독창적인 혁신을 이루고 있습니다. 영국은 오랫동안 과학기술 혁신의 중심지로 자리 잡아왔으며, 케임브리지(Cambridge), 옥스퍼드(Oxford), 그리고 런던(London)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대학과 연구기관들이 기초 과학과 응용 기술 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영국은 전통적인 기술 개발 모델에서 벗어나, 스타트업 중심의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여 과학적 성과를 상업화하고,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1950-1980년대: 과학적 연구 전통의 확립과 기초 기술의 발전
영국의 딥테크 산업 발전은 깊고 오래된 과학적 연구 전통에서 시작되었습니다. 1950-1980년대 동안, 영국은 물리학, 생명과학, 화학, 그리고 컴퓨터 과학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적인 과학적 성과를 이루며 기술 강국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시기에 영국은 양자 역학과 전자기학, 그리고 유전자 연구에서 획기적인 발견을 이루었고, 이러한 성과들은 이후 영국이 딥테크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특히, 케임브리지와 옥스퍼드 같은 명문 대학들은 물리학과 수학에서 세계적인 학자들을 배출하였고, 이들은 이후 영국의 딥테크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영국의 기술 혁신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 중 하나는 1950년대 후반, 영국 정부가 '사이언스 파크(Science Park)' 개념을 도입한 것입니다. 1959년에 케임브리지 대학교는 케임브리지 사이언스 파크(Cambridge Science Park)를 설립하여, 과학 연구 성과를 상업화하고, 학계와 산업계 간의 협력을 촉진할 수 있는 혁신 허브를 구축했습니다. 케임브리지 사이언스 파크는 이후 영국 내 첨단 기술 창업의 중심지가 되었으며, 영국의 과학기술 생태계가 학문적 연구 성과를 산업적 성공으로 전환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이 시기 영국의 기술 혁신은 주로 정부 주도형 대규모 프로젝트와 전통적인 산업 대기업의 연구개발(R&D)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독립적인 기술 창업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1980년대 후반까지 영국의 기술 생태계는 주로 기초 과학 연구에 집중되어 있었고, 상업화와 기술 창업을 촉진할 수 있는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독립적인 딥테크 스타트업의 성장은 제한적이었습니다.
1990년대-2000년대 초반: 상업화 모델의 도입과 첨단 기술 창업의 활성화
1990년대 들어 영국은 과학적 연구 성과를 상업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새로운 모델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영국의 기초 과학 연구 성과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상업화와 창업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였습니다. 당시 영국 정부는 '기술 이전(Technology Transfer)' 모델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대학 연구소와 기업 간의 협력을 강화하고, 대학이 보유한 지적재산권(IP)을 스타트업 창업을 통해 상업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특히, 케임브리지와 옥스퍼드 같은 대학들은 기술 이전 센터를 설립하여,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한 스핀오프 창업을 장려했습니다. 1997년에 설립된 케임브리지 엔터프라이즈(Cambridge Enterprise)는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연구 성과를 상업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이 시기 케임브리지 지역에서는 수백 개의 기술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이와 함께, 영국 정부는 '지식 기반 경제(Knowledge-Based Economy)' 전략을 발표하여, 기초 과학 연구와 기술 혁신을 국가 경제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벤처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이 시기에 대표적인 딥테크 창업 사례로는 1990년대 후반에 설립된 ARM Holdings가 있습니다. ARM은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반도체 설계 회사로, 저전력 마이크로프로세서 설계 기술을 개발하여 모바일 기기와 임베디드 시스템에서 세계적인 표준이 되었습니다. ARM의 성공은 영국이 글로벌 반도체 설계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으며, 영국의 딥테크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2000년대 중반-2010년대: 인공지능(AI)과 생명공학(BioTech) 분야의 부상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에 이르기까지, 영국의 딥테크 스타트업 생태계는 본격적인 성장기를 맞이했습니다. 이 시기는 특히 AI와 바이오테크 분야에서 영국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시기로, 전 세계적으로도 영국이 기술 혁신의 중심지로 부상한 시기였습니다. AI 분야에서 대표적인 사례는 2010년에 설립된 딥마인드(DeepMind)입니다.
딥마인드는 2010년에 런던에서 설립되어, 딥러닝(Deep Learning)과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알고리즘을 개발하며 인공지능 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습니다. 2014년, 딥마인드는 구글에 인수되었으며, 2016년에 바둑 세계 챔피언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AlphaGo)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증명했습니다. 딥마인드의 성공은 영국의 AI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AI 혁신의 중심지로 자리 잡는 데 큰 영향을 미쳤으며, 이후 수많은 AI 스타트업들이 영국에서 창업되었습니다.
AI 분야에서는 딥마인드 외에도 Graphcore와 BenevolentAI와 같은 스타트업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Graphcore는 2016년에 설립된 AI 반도체 스타트업으로, AI 워크로드에 최적화된 프로세서인 IPU(Intelligence Processing Unit)를 개발하여 글로벌 AI 하드웨어 시장에서 독창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BenevolentAI는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신약 개발과 생명과학 연구를 혁신하고 있으며, AI를 활용한 신약 후보 물질 발굴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편, 바이오테크(BioTech) 분야에서도 영국은 선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영국은 생명공학 연구와 의료 기술 혁신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였고, 특히 케임브리지, 옥스퍼드, 그리고 런던 지역에서 다양한 바이오테크 스타트업들이 설립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옥스포드 나노포어 테크놀로지스(Oxford Nanopore Technologies)가 있습니다. 이 회사는 유전자 시퀀싱 기술을 개발하여, DNA 염기 서열 분석을 혁신적으로 빠르고 저렴하게 수행할 수 있는 나노포어 기술을 상업화했습니다.
옥스포드 나노포어의 성공은 바이오테크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주었으며, 영국의 바이오테크 스타트업들이 유전자 연구, 맞춤형 의료, 그리고 신약 개발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이후 Sangamo Therapeutics, Autolus, Kymab와 같은 바이오테크 스타트업들이 영국에서 설립되어 글로벌 생명과학 분야에서 중요한 성과를 이루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대: 지속 가능성, 재생에너지, 양자컴퓨팅, 그리고 반도체 분야의 혁신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영국의 딥테크 스타트업 생태계는 더욱 성숙해졌으며, 다양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 혁신을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 영국은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 재생에너지, 양자컴퓨팅(Quantum Computing), 그리고 반도체 설계와 같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양자컴퓨팅 분야에서는 Rigetti Computing, Oxford Quantum Circuits, 그리고 Cambridge Quantum Computing과 같은 스타트업들이 양자 알고리즘 개발과 양자컴퓨터 하드웨어 개발에서 혁신적인 성과를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 Cambridge Quantum Computing은 양자 암호화와 양자기반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글로벌 양자 기술 경쟁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와 지속 가능성 기술 분야에서는 Oxis Energy와 Octopus Energy와 같은 스타트업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Oxis Energy는 리튬-황 배터리 기술을 개발하여, 차세대 배터리 기술에서 높은 에너지 밀도를 제공하는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Octopus Energy는 AI 기반의 전력 거래 플랫폼을 개발하여 재생에너지의 효율적 사용을 촉진하고 있으며, 유럽 내 주요 에너지 기술 혁신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마치면서: 기술 혁신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
영국의 딥테크 스타트업 생태계는 전통적인 과학 연구와 기술적 강점을 바탕으로 빠르게 발전해 왔으며, AI, 바이오테크, 양자컴퓨팅, 재생에너지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 세계적인 연구기관의 존재, 그리고 활발한 벤처캐피탈 투자 환경은 영국이 앞으로도 글로벌 기술 혁신의 허브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합니다. 향후 영국은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유지하며, 새로운 딥테크 스타트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더욱 강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