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와 상표권으로 엿보는 테슬라의 미래 청사진
현실이 된 상표, 테슬라 다이너의 시작
2025년 여름, 미국 로스앤젤레스 헐리우드 인근에 이색적인 공간이 문을 열었습니다. 이름은 ‘테슬라 다이너(Tesla Diner)’입니다. 이곳은 단순한 전기차 충전소를 넘어, 복고풍 레스토랑과 드라이브인 영화관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복합 공간입니다. 방문객은 테슬라 차량을 충전하면서 햄버거를 주문하고,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영화를 감상하거나 차량 내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습니다. 충전 시간이 단순한 대기 시간이 아니라, 하나의 소비자 경험으로 전환되는 공간입니다.
이 아이디어는 즉흥적으로 탄생한 것이 아닙니다. 일론 머스크는 이미 2018년, 로스앤젤레스의 슈퍼차저 충전소에 “50년대 스타일의 다이너와 드라이브인 극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트위터를 통해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후 테슬라는 2021년 5월 27일, 미국 특허상표청(USPTO)에 ‘TESLA’라는 단어와 ‘T’ 로고에 대해 레스토랑 서비스용 상표(출원번호 90740074) 를 정식 출원하였습니다. 해당 출원은 단순 레스토랑뿐 아니라, 팝업 레스토랑, 셀프서비스 식당, 테이크아웃 서비스 등 다양한 외식 서비스 항목을 포함하고 있으며, 테슬라가 전기차 충전과 외식 서비스를 연계한 복합공간 사업을 구체적으로 검토해 왔음을 보여주는 근거입니다.
당시 TechCrunch와 같은 해외 매체들은 이 상표 출원을 테슬라의 새로운 슈퍼차저 전략으로 해석하였습니다. 충전 인프라에 단순 기능만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충전 + 식사 + 오락’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브랜드 공간을 실험하고 있다는 분석이었습니다. 이번 LA 테슬라 다이너는 이러한 전략의 첫 구현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다만, ‘충전소의 복합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미국 고속도로망 전반에 걸친 확장성과 통합된 공간 설계에서는 테슬라보다 GM 측이 더 구조화된 시도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GM은 2022년 7월, EVgo 및 Pilot Flying J와 협력하여 ‘EVgo eXtend’ 프로젝트를 시작하였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전역의 Pilot/Flying J 휴게소 500곳에 총 2,000기의 DC 초고속 충전기를 설치하고, 모든 거점에 음식점, 샤워실, 라운지, Wi-Fi 등 휴게 편의시설을 결합한 EV 맞춤형 고속도로 휴게소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2025년 3월 현재, 130개 이상 거점이 개소되었으며 25개 주에 걸쳐 운영 중입니다.
물론, 테슬라도 이미 미국 전역에 2만 기 이상의 슈퍼차저를 설치하며 업계에서 가장 촘촘한 충전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슈퍼차저는 충전에 최적화된 기능 중심형 거점이며, ‘충전 + 식사 + 오락’이 구조적으로 통합된 복합 공간은 LA 테슬라 다이너처럼 일부 실험적인 장소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반면 GM-EVgo-Pilot의 네트워크는 처음부터 모든 충전소를 복합형 모델로 설계하고 통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https://www.fool.com/research/tesla-supercharger-stations/
테슬라 다이너는 수년 전 상표 출원을 통해 계획된 아이디어가 실제 매장으로 실현된 사례이며, 전기차 충전소를 단순한 인프라가 아닌 브랜드 경험 공간으로 확장하려는 시도의 상징입니다. 앞으로 테슬라가 이러한 복합 모델을 고속도로 중심으로 확장할 것인지, 혹은 기존 슈퍼차저 중심 전략을 유지할 것인지는 향후 행보를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
테슬라 다이너 제공 서비스
테슬라 다이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웨스트할리우드에 위치한 전기차 슈퍼차저 충전소, 레스토랑, 드라이브인 영화관이 결합된 복합 문화 공간입니다. 이곳은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방문객에게 고전적인 아메리칸 다이너 경험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제공합니다.
https://www.tesla.com/ko_kr/support/tesla-diner
다이너는 2층 구조로 되어 있으며, 총 250석 이상의 좌석을 갖추고 있습니다. 식사는 1층 레스토랑, 2층 야외 루프탑 공간인 'Skypad', 또는 테슬라 차량 내에서 직접 주문하여 받을 수 있습니다. 차량 내 주문은 테슬라 차량 터치스크린에서 제공되는 'Tesla Diner 앱'을 통해 가능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jN1BsqcJaA
오락 기능으로는 두 개의 20미터 대형 LED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어 영화, 콘텐츠, 특집 영상 등을 상영하며, 루프탑 Skypad 또는 테슬라 차량 내 스크린을 통해 감상이 가능합니다. 상영 콘텐츠는 고전 SF 영화부터 SpaceX 로켓 발사 장면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영화 감상은 별도 입장권 없이 가능하지만, 충전 또는 다이너 이용 중인 고객만 시청이 허용됩니다.
다이너 내에서는 테슬라 브랜드의 독점 상품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의류, 라이프스타일 소품, 사탕 등 다양한 상품이 있으며, 주기적으로 신상품이 추가됩니다. 이 상품들은 2층 Skypad 공간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충전 측면에서는 이곳이 세계 최대 규모의 도심형 슈퍼차저 스테이션으로, 80기 이상의 V4 슈퍼차저 스톨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테슬라 차량뿐만 아니라 NACS(북미 충전 표준)를 지원하는 타사 전기차도 어댑터를 통해 충전이 가능합니다. 다만 충전기 사전 예약은 불가능합니다.
주차는 충전 고객 전용이며, 충전을 하지 않는 일반 방문객은 인근 거리 주차 또는 유료 주차장을 이용해야 합니다. 밤과 주말에는 N Sycamore Avenue에서 발렛 주차 서비스도 제공됩니다. 또한, 도보 및 라이드셰어 이용객은 각각 Santa Monica Blvd와 N Orange Drive를 통해 입장할 수 있습니다.
식음료는 아침, 점심, 저녁 메뉴를 24시간 제공하며, 채식 메뉴도 일부 준비되어 있습니다. 다만 감자튀김은 쇠고기 기름으로 조리되어 완전 채식은 아닙니다. 현재 알코올은 제공되지 않으며, 사전 예약은 불가능하지만, 테슬라 차량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음식 사전 주문이 가능합니다. 결제는 신용카드 및 Apple Pay가 가능하며, 차량 주문의 경우 테슬라 앱에 등록된 결제 수단이 자동으로 사용됩니다. 현금은 받지 않습니다.
이처럼 테슬라 다이너는 단순한 충전소를 넘어, 모빌리티와 식문화, 엔터테인먼트를 융합한 새로운 개념의 브랜드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도는 테슬라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테슬라 사용자에게 보다 많은 편의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접근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예고된 미래들 – 테슬라의 선제적 특허 전략
테슬라 다이너는 단지 상표 등록과 사업화의 결과물만이 아닙니다. 테슬라는 수년 전부터 미래에 실현될 가능성이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지식재산권, 특히 특허의 형태로 미리 확보해 왔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보호 차원을 넘어, 기술·서비스·플랫폼의 청사진을 선제적으로 그려두는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테슬라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거나, 구체화되지 않은 영역에 대해서도 특허를 먼저 출원하고, 이후 시장과 기술 여건에 맞춰 구현 여부를 조절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러한 전략은 테슬라가 미래를 ‘기다리는’ 기업이 아니라 ‘설계하는’ 기업이라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대표적인 예는 로보택시(Robotaxi)입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한 무인 차량 호출 서비스의 가능성을 오랫동안 언급해 왔으며, 2016년 이후 관련 특허 출원을 이어왔습니다. 차량 호출, 수익 정산, 사용자 인증, 운행 경로 자동화 등 로보택시 서비스 전반을 아우르는 기술들이 특허 형태로 선제적으로 확보되었으며, 2025년 6~7월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과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등 일부 지역에서 제한적 로보택시 운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다만 이는 아직 상용화를 위한 초기 테스트 단계이며, 본격적인 확장은 향후 법·제도 환경에 따라 달라질 전망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ncn8WPNv38
이와 함께 주목할 기술은 무선 충전 시스템입니다. 테슬라는 2024년, 차량 하단의 충전 포트를 인덕티브 방식으로 자동 연결하는 무선 충전 시스템 특허를 출원하였습니다. 이 기술은 로보택시와 연계되어, 차량이 주행을 마치고 충전 매트 위에 멈추면 별도 연결 없이 자동으로 충전이 이뤄지는 구조입니다. 해당 기술은 현재까지 상용 차량에 적용되지는 않았으나, 향후 완전 무인의 로보택시 시대를 대비한 인프라 기술로 해석됩니다. (현재 운행 중인 오스틴∙샌프란 지역의 로보택시 서비스에는, 이 무선 충전 시스템은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DUOky6TYtw
또한 테슬라는 차량 실내 위생을 관리하기 위한 ‘자동 살균 시스템’도 특허로 출원하였습니다. 이 시스템은 2022년에 출원되어 2023년 세계지식재산기구(WIPO)를 통해 공개되었으며, 차량 내부의 센서가 탑승자 유무를 감지한 후, UV 조명, 열기, 습도, 공기 제트 등을 활용해 차량을 스스로 살균하는 구조입니다. 이는 로보택시와 같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차량에서 위생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기술로, 팬데믹 이후의 모빌리티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특허로 보입니다.
자율주행 성능 자체를 향상시키기 위한 특허도 다수 존재합니다. 2023년 공개된 특허에서는 비전 기반 인공지능 모델을 활용해 다중 카메라 데이터를 통합하고, 가상 카메라 뷰를 조정함으로써 보행자, 자전거 등 ‘취약 도로 사용자’를 보다 정밀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설계된 기술이 등장합니다. 이는 테슬라의 센서 중심 자율주행 철학을 반영한 것으로, 기존 라이다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이외에도 테슬라는 생체 인증 기반 도어 개폐 시스템, 각도 감지 도어 핸들, 차량 내 자동 청소 로봇 등 다양한 ‘생활 경험 중심’의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차량 내부에 설치된 센서와 카메라가 탑승자나 유기물, 애완동물 등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에어 제트와 UV 소독 기능이 작동하는 구조도 특허로 출원된 바 있습니다. 이 역시 로보택시 등에서 위생과 사용자 맞춤형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기술입니다.
테슬라의 특허들 중에는 실제로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것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테슬라는 이러한 기술을 ‘지금 당장은 쓰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필요할 수 있는 미래’로 보고 미리 특허를 확보해 둡니다. 이는 경쟁자보다 빠르게 규제 환경과 시장 조건을 선점하려는 전략이며, 자사의 기술 생태계를 법적으로 고정해 놓는 효과도 함께 누리고 있습니다. 테슬라가 보유한 수많은 특허들은 단순한 기술 설명서가 아니라, 향후 전개될 미래 모빌리티 사회의 구성 요소입니다. 로보택시, 자동 충전, 위생 관리, 무선 전력 전송, 차량 내 사용자 경험 등은 모두 테슬라가 그리고 있는 미래 도시의 일부이며, 그 모든 출발점은 ‘지식재산권 확보’라는 조용한 움직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미래를 설계하는 법
테슬라의 특허 전략은 단순히 기술 보호를 위한 수단을 넘어, 경쟁자가 침투할 수 없는 미래의 영토를 선점하는 방법입니다. 일반 기업들이 기술 개발 이후에 특허를 출원하는 반면, 테슬라는 기술 아이디어 단계부터 지식재산권을 선점함으로써, 시장의 주도권을 미리 설정합니다. 이는 경쟁자들이 유사한 사업을 시도하려 해도 법적·기술적 진입 장벽에 가로막히게 만드는 실질적 방어선 역할을 합니다.
또한 테슬라는 이러한 특허를 통해 ‘기술 계획 → 특허 확보 → 규제 대응 → 사업화’의 전 주기 로드맵을 확보합니다. 예컨대 로보택시와 같은 첨단 서비스는 기술력만으로는 성립되지 않습니다. 자율주행 규제, 보험 체계, 충전 인프라 등 수많은 제도적 변수들이 얽혀 있는 만큼, 특허로 먼저 기술적·법적 기반을 구축해 놓는 것은 향후 사업화 시점에 ‘규제 대응력’을 크게 높이는 무기가 됩니다.
무엇보다 테슬라의 특허 전략이 가지는 진짜 강점은, 그것이 브랜드의 미래 이미지와 맞닿아 있다는 점입니다. 소비자는 ‘테슬라’라는 이름에서 단지 전기차를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로보택시, 자동충전, 우주 기반 통신 등 미래 기술의 상징을 연상합니다. 이때 특허는 기업의 청사진을 제도권 안에 기록하는 ‘공식적인 미래 언어’가 되는 것입니다.
테슬라는 기술 개발뿐 아니라 기술의 시간과 방향성 자체를 통제하려는 기업입니다. 이러한 ‘선점적 특허 전략’은 단지 기술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시장 질서를 먼저 설정하고 그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략 자산입니다. 테슬라의 혁신은 제품에서 시작되지만, 특허를 통해서도 일부 미래의 청사진을 볼 수 있는 셈입니다. (일론의 테슬라, 스페이스X 등의 활동에서 회사 기술 개발 내용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특허를 내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