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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경영 수업에서 배우는 고전 논문들의 통찰

하버드, 스탠포드, MIT 수업에서 읽는 논문들을 통해 본 기술경영 탐구

by 드라이트리

기술경영을 전공하거나 MBA 수업을 듣는다면 반드시 접하게 되는 고전 논문들이 있습니다. 하버드, 스탠포드, MIT와 같은 주요 경영대학원은 매 학기마다 이 논문들을 학생들에게 읽히며, 실제 기업 사례와 연결해 토론을 이어갑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논문들이 발표된 지 20~3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현대의 기업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사실입니다. 동시에, 오늘날의 디지털 환경 속에서는 새로운 질문과 연구 과제들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여기서는 수업에서 자주 다뤄지는 대표 논문들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그리고 남겨진 연구 공백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프로젝트 관리와 불확실성


Randolph와 Posner(1988)는 프로젝트 관리의 기본 원칙을 “상식적이지만 반드시 지켜야 하는 10가지 원칙”으로 요약합니다. 목표 설정, 일정 계획, 자원 관리, 의사소통과 갈등 관리 등이 그 핵심입니다. 프로젝트 관리라는 학문적 체계가 자리 잡기 전, 일반 관리자도 따라야 할 실천적 지침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이 애자일(Agile) 개발, 지속적 배포(Continuous Delivery)가 일상이 된 환경에서는 이 원칙을 어떻게 수정하고 확장해야 하는지가 새로운 과제입니다.


De Meyer, Loch, Pich(2002)는 프로젝트 불확실성을 네 가지로 구분합니다. 단순한 변동(variation), 예상 가능한 불확실성(foreseen), 예측 불가능한 불확실성(unforeseen), 그리고 혼돈(chaos)입니다. 이들은 상황별로 상이한 관리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계획과 버퍼로 대응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혼돈 상황에서는 리더십과 유연성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오늘날 AI 예측 기법과 데이터 기반 리스크 관리가 발전하면서, 이 분류를 현대적 도구와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가 새로운 연구 주제가 됩니다.


업무 재설계와 IT 변화 관리


Hammer(1990)의 “Reengineering Work: Don’t Automate, Obliterate”는 비즈니스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BPR)의 고전입니다. 그는 기업들이 낡은 프로세스를 단순 자동화하는 데 그치지 말고, IT를 활용해 업무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포드의 회계 처리 방식 혁신 사례처럼, ‘없애고 다시 만들라’는 급진적 메시지는 당시 기업들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BPR은 현장에서 저항과 실패를 겪으며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오늘날에는 디지털 전환과 직원 경험을 함께 고려한 인간 중심적 재설계 연구가 필요합니다.


Gibson(2003)은 “IT-enabled Business Change” 논문에서 대규모 IT 프로젝트가 자주 실패하는 이유를 분석하며, 위험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기술 자체보다 조직 변화가 더 큰 리스크라는 점을 지적하며, 사전 위험 평가와 완화 전략, 방법론의 조정을 통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현대의 ERP·AI 프로젝트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교훈입니다.


변화관리 도구와 성과 측정


Brynjolfsson, Renshaw, Van Alstyne(1997)은 “Matrix of Change”라는 도구를 제시했습니다. 변화 대상이 되는 관행들을 매트릭스로 나열해, 서로 보완하거나 충돌하는 관계를 시각화합니다. 이로써 어떤 변화를 먼저 도입해야 하고, 어떤 변화를 함께 묶어야 하는지를 계획할 수 있습니다. 복잡한 변화 과정을 논리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늘날에도 유용하지만, 디지털 플랫폼과 AI 환경에 맞는 동적 버전이 필요합니다.


Kaplan과 Norton(1992)의 “Balanced Scorecard”는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고객, 내부 프로세스, 학습·성장의 네 가지 관점을 함께 측정해야 한다는 성과 관리 체계를 제안했습니다. 이는 기업이 단기 성과에 치중하지 않고 장기 전략을 실행하는 데 중요한 프레임워크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ESG 지표, 데이터 기반의 실시간 성과 측정, 사회적 가치 창출 같은 요소들이 새롭게 포함되어야 합니다.


IT 가치와 인프라, 거버넌스


Subirana 등(2003)의 연구는 RFID 기술이 공급망에 가져오는 가시성과 생산성 향상을 평가했습니다. 프로세스 기반으로 IT의 가치를 측정하는 접근법은 이후 IoT, 블록체인 등으로 확장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합니다. Wailgum과 Levinson은 RFID 도입이 지연되거나 성공한 사례를 분석하며 실무적 통찰을 제공합니다.

Broadbent와 Weill(1997)의 “Management by Maxim”은 기업이 전략적 격언을 정의하고, 그 격언에 맞춰 IT 인프라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장기적 전략과 IT 인프라를 연결하는 중요한 대화 도구였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클라우드·플랫폼 생태계에서 에너지 효율, 지속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새로운 인프라 전략 연구가 필요합니다.


Weill과 Broadbent(2002)의 “Governance Arrangements Matrix”는 IT 의사결정을 원칙, 아키텍처, 인프라, 애플리케이션 투자 등으로 구분하고, 각 결정권을 사업·IT·현장으로 배분하는 매트릭스를 제안했습니다. Ross와 Weill은 IT 아키텍처가 사일로 단계에서 표준화, 최적화, 모듈화 단계로 발전할수록 비즈니스 민첩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마이크로서비스·클라우드 기반 아키텍처 시대에는 이 단계 모델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략과 조직


Eisenhardt와 Sull(2001)의 “Strategy as Simple Rules”는 급변하는 환경에서는 복잡한 전략보다 몇 가지 단순한 규칙이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기회의 창이 짧아지는 환경에서 단순 규칙을 정의하고, 필요할 때마다 조정하는 것이 전략적 민첩성을 높인다는 통찰을 줍니다.


Treacy와 Wiersema(1993)의 “Customer Intimacy and Other Value Disciplines”는 기업이 운영 우수성, 제품 리더십, 고객 친밀성 중 하나의 가치 영역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고객 데이터와 맞춤형 서비스가 확산되는 오늘날에는 이 가치 영역들이 서로 결합하거나 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Semler(2000)는 브라질 기업 세멜코의 사례를 통해 공식 전략 없이도 직원 주도의 자율적 디지털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Venkatraman과 Henderson(1998)은 가상 조직의 세 가지 벡터(고객 접점, 자산 구성, 지식 활용)와 각 단계별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원격 근무와 플랫폼 생태계가 일상화된 지금, 이 논문들의 메시지는 오히려 더욱 현실적입니다.


마지막으로 Carr(2003)의 “IT Doesn’t Matter”는 IT가 범용 인프라가 되면서 전략적 차별성이 줄어든다고 주장하며 큰 논쟁을 불러왔습니다. 이 논문은 이후 IT의 전략적 역할을 다시 탐구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고, 오늘날 AI와 클라우드가 새로운 전략적 우위를 창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마치며


이처럼 경영학 수업에서 읽는 주요 논문들은 프로젝트 관리 → 프로세스 혁신 → 성과 측정 → IT 가치와 거버넌스 → 전략과 조직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기술경영의 지적 지도를 그려줍니다. 동시에 이 논문들은 오늘날의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 ESG, 원격 근무 환경 속에서 여전히 새로운 연구 과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즉, 고전 논문을 단순히 과거의 지식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기업 문제와 연결해 “무엇이 여전히 유효하고, 무엇을 새롭게 보완해야 하는가”를 질문하는 것이 진정한 학습의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Broadbent, M., & Weill, P. (1997). Management by maxim: How business and IT managers can create IT infrastructures. Sloan Management Review, 38(3), 77–92.

Brynjolfsson, E., Renshaw, A., & Van Alstyne, M. (1997). The matrix of change. MIT Sloan Management Review, 38(2), 37–54.

Carr, N. G. (2003). IT doesn’t matter. Harvard Business Review, 81(5), 41–49.

De Meyer, A., Loch, C. H., & Pich, M. T. (2002). Managing project uncertainty: From variation to chaos. MIT Sloan Management Review, 43(2), 60–67.

Eisenhardt, K. M., & Sull, D. N. (2001). Strategy as simple rules. Harvard Business Review, 79(1), 106–116.

Gibson, C. F. (2003). IT-enabled business change: An approach to understanding and managing risk. MIS Quarterly Executive, 2(2), 104–115.

Hammer, M. (1990). Reengineering work: Don’t automate, obliterate. Harvard Business Review, 68(4), 104–112.

Kaplan, R. S., & Norton, D. P. (1992). The balanced scorecard: Measures that drive performance. Harvard Business Review, 70(1), 71–79.

Randolph, W. A., & Posner, B. Z. (1988). What every manager needs to know about project management. Sloan Management Review, 29(4), 65–73.

Ross, J. W., & Weill, P. (2002). Six IT decisions your IT people shouldn’t make. Harvard Business Review, 80(11), 84–91.

Semler, R. (2000). The seven-day weekend: Changing the way work works. Random House.

Subirana, B., et al. (2003). RFID technologies: A process-oriented framework for assessing value and productivity. MIT Sloan School Working Paper.

Treacy, M., & Wiersema, F. (1993). Customer intimacy and other value disciplines. Harvard Business Review, 71(1), 84–93.

Venkatraman, N., & Henderson, J. C. (1998). Real strategies for virtual organizing. Sloan Management Review, 40(1), 33–48.

Wailgum, T., & Levinson, M. (2005). The RFID payoff: Can technology deliver on its promise? CIO Magazine.

Weill, P., & Broadbent, M. (2002). Building IT infrastructure for strategic agility. Sloan Management Review, 44(1), 5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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