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에서 에너지·센서·자율주행으로 확장되는 혁신의 궤적
드론 산업은 불과 10여 년 만에 군사적 장비에서 생활 속 기술로 빠르게 확산되었습니다. 촬영용 드론은 이제 여행객의 가방에 자연스럽게 들어가고, 물류 기업은 드론 배송을 시험하며, 농업 현장에서는 드론을 활용한 정밀 방제가 일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바탕에는 수많은 특허가 존재합니다. 특허는 기술 발전의 흐름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이며, 산업의 미래를 읽어낼 수 있는 일종의 나침반입니다.
최근 저는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공개한 드론 관련 특허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이 데이터셋은 1845년부터 2017년까지 전 세계에서 출원된 총 15,570건의 드론 관련 특허를 담고 있으며, 각 특허의 제목, 초록, 출원연도, IPC 코드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만 2017년까지의 데이터만 반영되어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최신 흐름을 반영하려면 미국 특허청(USPTO)의 Bulk Data, 한국특허정보원(KIPRIS)의 오픈 API, Lens.org의 대규모 데이터 다운로드 서비스와 같은 소스를 통해 2025년까지의 데이터를 추가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분석 방법으로는 원래 BERTopic을 적용하려 했습니다. BERTopic은 문장을 사전학습된 BERT 언어모델로 벡터화하고, HDBSCAN이라는 밀도 기반 클러스터링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자동으로 주제를 추출하는 기법입니다. 이 방법의 장점은 동일한 단어라도 문맥에 따라 다른 주제로 나눠주며, 군집의 수를 사람이 정하지 않아도 데이터가 스스로 적절한 주제를 찾아낸다는 데 있습니다. 하지만 환경 제약상 LDA 및 TF–IDF 기반의 대안 모델로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분석 결과, 드론 특허는 크게 다섯 가지 클러스터로 묶이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첫째, 드론 플랫폼 자체를 다룬 기술입니다. “drone, flight, piloting, control” 같은 키워드가 나타나는 이 그룹은 2015년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둘째, 자율주행 및 무인차량 관련 클러스터로 “autonomous vehicle, driving, control” 등이 핵심 키워드입니다. 드론과 자율주행차가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경로 계획·센서 융합 기술이 함께 성장했음을 보여줍니다. 셋째, 배터리와 전력관리 관련 특허로 “battery, charging, wireless power” 등이 핵심입니다. 드론이 상업적 도구로 확산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바로 에너지 효율이기 때문입니다. 넷째, 이미지 및 센싱 기술로 “image, sensor, pixel, processing” 같은 키워드가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이는 촬영, 정찰, 농업용 드론에서 핵심 기능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항공기 구조 및 기체 설계 관련 특허 역시 꾸준히 출원되고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출원 연도별 추세입니다. “드론 플랫폼” 관련 특허는 2014년을 기점으로 급증했으며, 불과 3년 만에 연간 800건 이상으로 늘어났습니다. 자율주행 및 전력·배터리 관련 기술도 같은 시기에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반면 항공기 구조와 같은 전통적 기술 영역은 완만한 증가에 그쳤습니다. 이는 드론 산업이 단순한 하드웨어 개발을 넘어, 에너지·AI·센서 융합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분석 방향은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요? 우선 최신 데이터를 확보해야 합니다. USPTO, KIPRIS 등은 모두 대규모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며, 이를 활용하면 2025년까지의 최신 드론 특허를 반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분석 기법 역시 LDA 같은 전통적 모델에서 벗어나, BERTopic처럼 문맥 임베딩 기반의 주제 모델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방식을 적용하면 단순히 “battery”라는 단어가 등장한다고 해서 모두 같은 주제로 묶이지 않고, ‘배터리 충전’, ‘배터리 수명 연장’, ‘배터리 무선 전송’처럼 서로 다른 맥락으로 세분화할 수 있습니다.
드론 특허의 흐름을 보면, 산업의 성장 축은 플랫폼 → 에너지 → 센서 → 자율주행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하늘을 나는 기체를 넘어서, 자율주행차·스마트시티·로봇 물류와 같은 거대한 생태계 속에서 드론이 어떤 역할을 차지하게 될지를 미리 보여주는 신호탄과도 같습니다. 최신 데이터와 고급 모델을 결합한 분석은 앞으로 드론이 어디로 향할지를 더욱 선명하게 그려낼 수 있을 것입니다.